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부장검사가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형준 기자)
검찰의 잇따른 경찰청 압수수색에 이어 경찰도 임은정 부장검사의 고발 사건을 고리로 사상 첫 대검찰청 압수수색을 검토하면서 검·경 사이의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권 조정 국면과 맞물린 신경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경찰, 검찰 압수수색 검토…"자료 제출 응하지 않을 이유 없는데 답답"임은정 부장검사의 고발에 따른 '검찰 수뇌부 직무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대검찰청과 부산지검에 전직 검사 윤모씨에 대한 내부 진상파악(감찰) 자료와 사건 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검찰이 현재까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압수수색이 검토되고 있다.
경찰이 대검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경우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할지를 두고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검찰 수뇌부가 부하 검사의 비위에 대한 징계나 감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이번 수사의 핵심인 만큼, 검찰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이뤄졌던 터라 영장 반려를 선택할 경우 따르게 될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도 압수수색 영장 신청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이 같은 점들을 폭넓게 고려하는 기류다. 경찰 한 핵심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민감한 시국에서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딱히 없지 않느냐"며 "왜 검찰이 자료를 내지 않는지 우리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警 수뇌부 기소 이어 '버닝썬 현미경 수사' 준비 중인 검찰 경찰이 전례 없는 대검 압수수색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검찰의 '경찰 때리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검찰은 이른바 '김학의 사건'과 '경찰의 불법 정보수집·정치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상징인 경찰청을 최근들어 수차례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과거 정부의 경찰 불법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다수의 고위 인사들을 구속영장 청구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이를 두고 경찰에서는 "의도적인 망신주기식 수사"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특히 지난 4월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에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검찰이 경찰 수사결과를 뒤집고 김학의 전 차관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왜 우리만 때리느냐"는 내부 불만이 커졌다.
이밖에 검찰은 경찰 비위와 연결된 '버닝썬 사건'과 '함바 비리 사건' 등에 대해서도 고강도 수사를 준비하는 기류다.
특히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서는 강남 클럽과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했던 현직 경찰관이 경찰 지휘부를 직권남용 혐의로 진정한 건까지 수사 범위에 추가됐다. 검찰은 대검 연구관을 파견받아 사건 관련 자료를 검토하기도 했다.
경찰로서는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검찰 내부 고발로 시작된 이번 수사를 철저히 진행해 검찰의 민낯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정무적 판단이 아닌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수뇌부를 겨냥한 잇따른 경쟁 구도가 결국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검경간의 기싸움 측면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경 '맞불 수사' 양상이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상호 견제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기영 교수는 "검경이 상호 경쟁하고 감시를 하는 것은 서로의 수사권한 남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