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두 달 넘게 공전 중인 가운데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여야 만남의 장으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1일 오전 고인의 빈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국회가 완전히 마비된 상황에서 황 대표가 여당은 물론 범진보진영의 주요인사들과 대화를 나눈 건 이날이 처음이다. 황 대표는 그동안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간 점심 모임인 초월회에도 불참해 왔다.
황 대표는 박 의원과 짧게 얘기를 나눈 뒤 배웅을 받으며 빈소를 나왔다.
민주당 이 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는 등 일갈해 왔고 평화당 박 의원도 "황 대표는 이미 버린 카드"라고 하는 등 가시돋힌 말을 해 왔던 강경 일변도에서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평화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황 대표가 그 자리에서 도울 수 있는 게 뭐냐, 도울 수 있는 건 다 돕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또 고인의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오랜만에 정쟁을 멈춘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평생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헌신하신 이희호 여사님의 소천에 대해서 나와 한국당은 깊은 애도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서 남기셨던 그런 유지들을 우리들이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이날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측 의원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등 대화를 주고받았고, 장례식장을 돌며 동교동계 정치인들과도 인사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이 자리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합류해 국회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두 원내대표의 회동이 즉석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에게 자리를 양보받은 오 원내대표는 간간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이 원내대표와 대화를 이어갔다.
두 원내대표가 빈소를 떠난 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빈소에 찾았다.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 근처에서 3당 원내대표들 간 회동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