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 (사진=이한형 기자)
북한이 고(故) 이희호 여사 서거에 대해 조문단을 파견할지 여부가 냉각돼있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10년 전인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을 특별기 편으로 파견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부정되며 남북관계가 뒷걸음치고 있던 시기였다.
지금도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남북 간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에 대해 미국 눈치를 보며 9.19 평양공동선언 등 이행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이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다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내비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일단 11일 오후 1시 현재까지는 북측에서 조문단 파견에 대해 공식적인 의사를 전달해온 게 없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통일부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 당국에서 북측 조문단이 온다는 가능성을 예단해서 말씀 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그 이튿날 김대중평화센터 쪽으로 조문단 파견 계획을 통보했다.
고 이희호 여사의 경우 전직 대통령이 아니어서 조문단의 급이 그에 맞게 조정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고인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때 평양을 직접 방문해 조문했던 적이 있는 만큼 북측이 상당한 예우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박광호 당중앙위원회 선전담당 부위원장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방문할 가능성이 높지만, 김기남 전 부위원장과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방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만약 (급을 더 높여)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조문단 대표로 파견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확인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북한이 조문단 대신에 단순히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 조전만 보낸다면 최근 남측의 인도적 지원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만약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한다면 청와대와 정부 주요 당국자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이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나고 청와대로 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다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을 순방 중이기 때문에 북측 조문단이 오더라도 체류 일정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청와대 예방을 기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