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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이자 작가, 김영하가 말하는 가장 실패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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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방송된 KBS2 '대화의 희열 2'에는 김영하 작가가 출연했다. (사진='대화의 희열 2' 캡처) 확대이미지

 

신간 '여행의 이유'로 큰 사랑을 받는 작가 김영하가 '여행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8일 밤 방송된 KBS2 '대화의 희열 2'의 10번째 손님은 작가 김영하였다. 패널들은 그를 맞이하기 전 김 작가를 "무심, 시크", "냉정할 것 같기도 하고 냉소적일 것 같기도 한데 박학다식", "이렇게까지 똑똑해도 되나 싶을 정도", "온갖 것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꾼",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지만 또 너무 견고한 부분이 확실한", "여행자"라고 표현했다.

김영하는 대학 시절 단체 여행으로 중국에 갔다 온 것이 첫 여행이었다. 호텔에 묵어야 해서 포크, 나이프 사용법을 배우고 예절 교육에 반공 교육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영하는 "그땐 여권 발급도 잘 안 됐다. (제가) 군대에 안 갔다 왔기 때문에 도망가면 안 된다고 해서 저희 아버지 친구가 신원 보증 서셨다. 제가 안 오면 그분 재산이 몰수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비행기 멀미에 대비하기 위해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을 자신만 붙이고 왔던 경험을 나눠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친구들이) 다 놀리더라. '어, 다 (비행기 탄) 경험이 있나?' 당황했는데 그럴 정도로 낯설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던 김영하는 그런 환경 변화로 인한 '강제 이주'가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여행의 맛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영하는 "기차에서 자고 나면 어쨌든 새로운 도시에서 삶이 시작되는 느낌? 아침엔 모두가 활기차다. 역 앞을 딱 걸어나갈 때의 느낌을 처음 경험하면서 '나는 여행을 해야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작가와 여행자로 두는 김영하의 여행 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여행을 가면 의외로 기쁨이 적다. 맛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별로네, 할 수 있지만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어간 집이 맛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지 않나"라며 '뉴욕타임스'의 고정 코너였던 'Getting Lost In'(길을 잃기)을 언급했다.

김영하는 "길을 잃기가 이제는 어려워졌다"는 'Getting Lost In' 편집자의 말을 전하며 "지금은 휴대폰, GPS, 내비게이션 이런 것 때문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여행자가 정확히 알고 있다. 이게 그렇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 우리는 왜 여행을 가냐. 인터넷으로 다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 시각 이상의 감각을 위해서 간다. 미각, 공간감… 노트르담 성당에 가면 공간감을 느낄 수 있지 않나. 큰 크기에서 느껴지는 느낌, 포석이 발에 닿는 촉감, 후각, 그 도시의 냄새 이런 걸 맡을 수 있는데 그건 (인터넷으로) 재현이 잘 안 된다"고 부연했다.

(사진='대화의 희열 2' 캡처) 확대이미지

 

김영하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외에 나갔다. 돈이 없을 때는 캄보디아 가서 헤매기도 하고 어디라도 나갔다. 그런데도 여행자라고 생각 안 했다. 그냥 여행을 가는 거지, 조금 자주 가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에 제가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김영하는 "우리가 타인을 판단할 때도 타인이 한 말보다는 행동으로 판단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나.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고 판단하듯이, '나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건 뭐지?' 그게 자기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늘 여행하고 있고 여행을 생각하고 다음에 어디 갈지 생각해 왔고, 실제로도 거기에 많은 시간, 노력, 돈을 썼다. 여행이 내게 되게 중요하더라"라고 부연했다.

또한 김영하는 여행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노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대한 휴대폰을 덜 보기 위해 여행 관련 정보를 담고, 느낀 점과 보고 들은 것을 그림과 글로 남긴 노트였다. 체코 기차, 일본 지하철, 로마 보르게세 공원의 아코디언 소리 등 여행지에서 녹음한 소리와 쿠바의 올드 카, 산토리니 등 직접 그린 그림을 공개했다.

여행을 어떻게 '할지'보다 어떻게 '기억할지'를 시종일관 강조한 김영하. 그에게 실패한 여행은 무엇일까. 김영하는 "진짜 실패한 여행이라는 것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기 때문에 그 여행이 실패했는지조차 모르는 여행이 정말 실패한 여행이다. 너무나 매끄러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그런 여행은 작가한테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 김영하의 '대화의 희열 2'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는 15일 밤 10시 45분에 KBS 2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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