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애경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로비에 나선 혐의를 받는 브로커 A(55)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또 가습기살균제 주무부처인 환경부 내부 문건이 애경 측에 건네진 정황을 포착하고 당시 업무 담당자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애경 측이 사태 수습을 위해 로비를 시도하고 주무부처와 유착한 것으로 의심하는 검찰이 '투 트랙' 수사에 나선 모양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가습기살균제 수사를 진행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7일 브로커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과거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애경 측으로부터 6천만원을 받고 지난해 하반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상대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무마를 위한 접촉에 나선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2018년 12월 11일 제22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직권조사를 의결,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애경 측이 A씨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특조위 조사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목적 등으로 로비한 것으로 의심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했다.
지난달 24일 A씨를 구속,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A씨의 통화내역이나 일정 기록 등을 통해 접촉한 인물들을 확인하면서 애경 측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뭉칫돈이 사용된 용처 등을 추적했다.
애경 측의 구체적인 청탁 내용과 특조위 등을 상대로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수사과정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사 상황 등 환경부 내부 문건이 애경 측에 건네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최근 애경 측에 문건을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된 환경부 서기관 B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그는 2016년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대응 TF(태스크포스)'에서 피해구제 업무를 맡았고 최근까지 피해구제 담당과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환경부 내부 자료가 애경 측으로 수차례에 걸쳐 건네진 것을 파악하고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애경홀딩스 등을 압수수색해 이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에는 법무와 대외 협력, 이른바 '대관' 업무를 주로 다루는 애경홀딩스 경영개선팀,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날 로비 의혹을 받는 A씨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을 공급한 SK케미칼도 환경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밀 자료를 건네받았다는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이 과정에도 서기관 B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와 관련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서기관이 기밀 자료를 SK케미칼과 애경 측에 전달한 경위와 그에 따른 대가, 환경부 내 다른 관련자 여부 등에 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