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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사와 영화 평론가가 말하는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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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같지만 다른 삶을 사는 4인 가족
숙주에 기생하기 위해 제 색깔 바꾸는 기생충
내 안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존재..영화상 의미
기생충 행동을 조종하는 기생충도 있어 '디테일'
봉준호 감독 전작들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불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8:55)
■ 방송일 : 2019년 6월 7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강유정 (강남대학교 교수),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금요살롱 시간. 오늘은 영화평론가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또 기생충 박사이시죠, 단국대학교 서민 교수 두 분을 초대했습니다. 두 분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네, 안녕하세요.

◆ 서민> 네, 안녕하세요. 서민입니다.

 


◇ 정관용> 영화평론가와 기생충 박사를 모셨다. 기생충이란 제목의 영화 얘기를 한다. 딱 들어맞네요.

◆ 서민> 제가 기생충 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도 만나고.

◇ 정관용> 그나저나 이 제목 붙여도 되냐고 서민 교수한테 허락받으러 왔었어요?

◆ 서민>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대중적으로 활동한 게 기생충의 이미지를 좀 많이 개선한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 아마 10년 전만 해도 이 영화 아무도 안 봤을 건데 지금 기생충 하면 조금 친근하기도 하고 알고 싶은 그런 이미지가 아닐까? 제 덕이라 생각합니다.

◇ 정관용> 자화자찬이라고 봐야 돼요, 뭐라고 해야 돼요?

◆ 서민> 이런 건 견강부회 이런 거.

◆ 강유정> 그래도 서민 교수님이 언제나 기생충을 예쁘다, 귀엽다 이런 표현을 많이 하셨던 걸로 저도 기억이 나거든요. 영화 보시고 나서 그 귀엽고 약간 예쁜 기생충 이미지랑 이 영화랑 맞았는지 좀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 정관용> 어땠어요?

◆ 서민> 기생충하고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고 그랬는데. 일단 영화가 좀 무서웠어요, 생각보다. 너무 무서워서 이제 누워서 보다가 일어나서 봤어요. 좌석 옆자리 비어서 누워서 봤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이게 참 걱정이 영화 얘기를 여기서 막 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 강유정> 맞아요.

◇ 정관용> 어떻게 해야 돼요?

◆ 강유정> 그런데 봉준호 감독이 보도자료 제일 앞에다가 아예 써놨어요. 제발 좀 이 남매가 부잣집에 과외하러 가러 들어가는 것 이후부터는 아무 얘기도 말아달라.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해서는 글 쓰기도 너무 힘들고 아마 지금 꽤 많은 스포일러들이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약간 경고하고 스포일러 있을 수 있다고 말씀을 미리 드리고 좀 얘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정관용> 안 돼요, 안 돼요.

◆ 강유정> 안 됩니까? 알겠습니다.

◇ 정관용> 왜냐하면 우선 제가 아직 안 봤거든요.

◆ 강유정> 중요한 부분을 빼고 필요한 부분은 말해야 되겠네요.

◆ 서민> 저 같은 경우는 기생충 얘기만 하면 스포일러보다도 오히려 영화 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 정관용> 강유정 교수가 그러면 적절한 선에서 어떤 영화입니까?

◆ 강유정> 사실은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기정, 기우 남매네 가족이 먼저 등장을 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싶은데 반지하방도 좀 아주 열악한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가족인데요. 어느 정도냐면 창 밖에 지나가다가 소변 보시는 분이 늘 자기네 집을 향하는 것 같은 불편함도 있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다가 이번에 좀 사기를 쳐서 과외를 하게 되는 겁니다, 이 두 남매가. 기정은 사실은 재수생. 장수생인데 대학생인 척하고. 여동생도 사실 그렇지 않은데 되게 미술치료사, 심리치료사인 척해서 부잣집에 들어가는데 사실 이게 끝이 아니라 이 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서로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생기는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런 사고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뭘 말하고자 한다.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이런 얘기하고 연결 바로 돼요?

◆ 강유정> 바로 됩니다. 원래 제목을 데칼코마니라고 지으려고 했대요, 봉준호 감독이. 왜냐하면 반지하방도 4인 가족이고요. 아주 언덕 위 높은 저택에 사는 사람도 딱 4인 가족이고 아들 하나, 딸 하나, 부부. 이렇게 구성원은 똑같은데 사는 게 너무 다른 모습이 딱 찍어놓은 데칼코마니 같았다라고 얘기하는데 거기서 바로 우리가 양극화 스펙트럼의 거의 끝에서 끝 어떤 삶의 풍경을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서민 교수는 영화를 보고 나니까 제목을 왜 기생충으로 붙였는지 알겠어요?

◆ 서민> 기생충이 딱 정말 맞는 제목인 게 처음에 그 사람들이 부잣집에 들어가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약간 위장도 하고. 그런데 그게 기생충이 보통 숙주에게 들어갈 때 그런 식으로 되게 노력을 많이 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어떤 기생충이 개미 안에 있는 기생충이 있어요. 그런데 얘가 반드시 얘는 새한테 들어가야 한단 말이죠. 그런데 새가 개미를 안 먹으니까 새가 좋아하는 딸기처럼 개미를 바꿔요. 그러니까 새를 속여먹어서 결국에는 새가 개미를 잡아먹게 만들어요.

생방송 출연 중인 서민(좌), 강유정(우) 교수 (사진=시사자키 유튜브 캡쳐)

 


◇ 정관용> 개미 속에 들어가서 개미의 색깔을 바꾼다.

◆ 서민> 개미의 색깔을 빨갛게 바꾸는 거죠. 껍질을 팍팍 갉아서 그렇게 만드는데.

◇ 정관용> 그게 사기 치는 거랑 비슷하네요.

◆ 서민> 그러니까 기생충은 숙주에게 들어가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데 여기서도 주인공들이 부잣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습니까? 갖은 공작을 하고. 물론 기생충의 노력이 더 대단하지만 여기서 그런 점이 비슷했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이 제목을 기생충을 붙인 건 그 반지하방 사는 사람들이 부잣집에 어떻게 기생하려고 하느냐 이걸 주목해서 딱 붙인 제목이다.

◆ 서민> 저는 그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강 교수도 그렇다고 봐요?

◆ 강유정> 그것도 그렇고 사실 우리가 제 몸 안에 기생충 있는지 없는지 모르잖아요. 모르고 사는데. 이 부잣집 가족들이 자신의 몸 안에, 저택 안에 기생충이 있다는 걸 잘 몰라요. 전혀 모르는데. 그 점도 좀 약간 유사한 점이.

◇ 정관용> 명문대학생인 걸로 알고 있고.

◆ 강유정> 그렇죠. 그리고 굉장히 대단한 미술치료사인 걸로. 해서 이 영화가 사실 보시고 나면 좀 불편해서 기생충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느낌들을 전달해 주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보시고 나면 좀 잠을 못 이루겠다 내지는 좀 악몽을 꿀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안 보셔서 저희가 결론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딱 개운하게 이 영화 이런 거 있잖아요. 블록버스터 보고 나면 끝에 가서 영웅이 세상을 다 구해 버린다거나 그런 거 없이 아주 사람을 불편하게 하려고 의도를 갖고 만들었고요. 실제로 아주 불편한 영화입니다.

◇ 정관용> 무서웠다잖아요, 서민 교수는.

◆ 서민> 저는 무서웠습니다.

◆ 강유정> 무섭기도 하죠.

◆ 서민> 갑자기 잔혹성에 대해서 놀랐고요. 여기서 제가 봉준호 감독이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기생충에 기생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 정관용> 기생충에 붙는 기생충.

◆ 서민> 그런 게 있어요. 그게 또 기생충의 행동을 조종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 정관용>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어요?

◆ 서민> 예를 들어서 다리를 좀 붓게 만드는 기생충이 있는데 그 기생충이 원래는 착한 애예요. 그런데 거기에 조그마한 기생충이 들어가서 걔 행동을 조종하면 걔가 사람을 망가뜨리는 그런 나쁜 놈이 되는 겁니다.

◇ 정관용> 왜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사람을 망가뜨려야 자기한테 유리한 거예요?

◆ 서민>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이상한데.

◇ 정관용> 거기까지 연구가 안 됐어요?

◆ 서민> 연구가 안 됐는데 그 기생충 자체는 착한 애를 나쁘게 만드는 기생충도 있고 그게 이제 기생충의 기생충이거든요. 영어로는 하이퍼 패러사이트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기생충의 기생충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게 되게 신기했어요. 이런 것도 디테일이 아주 멋있네 생각했습니다.

◆ 강유정> 아마 보신 분들은 그렇다라고 하실 거고 지금 우리 정관용 선생님처럼 안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싶을 텐데. 보신 분들은 딱 알 수 있는. 그러니까 그 부분에서 좀 봉준호 감독이 이 세상을 보는 나름대로 시각의 날카로움이 있어요. 그러니까 어떨 때는 왜 우리 양극화라고 하면 극단적인 부자쪽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 보면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부자가 그렇게 또 나쁘지만도 않고요. 때로는 빈자들끼리 서로 착취하려는 모습도 얼핏 보이기도 해서 그게 좀 당혹스럽고 불편한 거죠.

◇ 정관용> 일각에서는 현실을 너무 과장한 거 아니냐. 특히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른바 빈곤 포르노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던데 강 교수 어떻게 보세요?

◆ 강유정> 저는 덜 했다고 보여집니다.

◇ 정관용> 덜 했다, 오히려?

◆ 강유정> 덜 했다. 왜 그러냐고 얘기하다 보면 이런 얘기 자기도 반지하방 살아봤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진짜 빈곤이라는 것에 오히려 조금 희화화해서 우리 캐리커처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조금 과장되게 표현한 거지 정말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면 훨씬 더 끔찍했겠죠. 이 가족들은 절대 가난에 주눅들거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주 인상적인 건 같은 현상을 두고 어떻게 다르게 얘기하느냐라는 건데요. 가령 물난리가 났는데 반지하방 사람들은 난리가 나는 겁니다. 집이 침수하니까. 그런데 그다음 날 이 부유한 집에서는 어떤 표현을 하냐면 오늘 간만에 미세먼지가 하나도 없어요. 이 대사 안에서 드러나는 거죠. 둘 다 나쁜 짓을 한 건 없어요.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게 바로 우리에게 주는 양극화의 이미지. 그러니까 저는 전혀 과장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 정관용> 우리 서민 교수, 기생충 얘기만 하면 안 돼요. 평상시 우리 문제에 칼럼 많이 쓰시잖아요. 이번 영화가 빈곤 포르노라는 지적 동의 안 합니까?

◆ 서민> 저는 기생충이 훨씬 더 열악한 그런 환경에서 사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그것도 그렇게 포르노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기생충이 우리 몸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사실은 설사예요, 설사.

◇ 정관용> 빠져나갈까 봐?

◆ 서민> 설사는 사람으로 따지면 쓰나미가 몰려오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실제로 설사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간 기생충들이 있거든요, 밀려나가서.

◇ 정관용> 그걸 억울하다고 표현하나요?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바른손E&A 제공)

 


◆ 서민> 기생충이 설사를 일으킨 게 아니기 때문에 그분이 뭔가를 잘못 드시고 설사를 해서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 이번에 물난리가, 반지하 물난리가 났을 때 그 생각이 났어요. 기생충이 저렇게 설사해서 쫓겨나는 그런 장면 생각나서 계속 기생충 얘기만 하게 되네요.

◇ 정관용> 즉 가난을 너무 과장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우리 두 분 다 의견은 그러시네요.

◆ 서민> 실제 우리 모습이기도 하니까 사실.

◇ 정관용> 그나저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만약 못 탔다라면 지금 같은 흥행돌풍이 가능했을까요.

◆ 강유정> 저는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거기서도 물론 계급 문제를 다뤘고요. 양극화 문제도 다뤘고. 끝에 불편한 것도 비슷했습니다마는 훨씬 더 저조한 흥행실적을 거두었거든요. 저는 영화의 어떤 만듦새 차이를 떠나서 아마 황금종려상이라는 게 많이 비유가 됐어요. 영화계 노벨상 아니냐 그리고 또 단순하지만 연결되어서 아카데미상도 가는 거 아니냐. 이런 어떤 기대감들이 관객들이 갖고 있는 평범한 관객들이 갖고 있는 기대감을 좀 자극해서 많이 보시는데. 그런 부분에서 535만이 벌써 든 거지 아마 무관으로 돌아왔다면 작년 버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실 만한 분들이 보는 데서 멈추지 않았을까 저는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황금종려상 안 탔으면 서민 교수 안 봤을까요?

◆ 서민> 저는 기생충이니까 제 얘기니까 봤겠죠, 당연히. 그런데 우리 과거에 한강 작가님이 맨부커상 탔을 때 그 책이 거의 몇 달 동안 베스트셀러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의 권위에 굉장히 굴복하는구나 이 생각을 좀 했습니다.

◇ 정관용> 상의 권위에 굴복한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 강유정> 상의 권위에 굴복까지는 모르겠지만 약한 건 사실이에요. 제가 그때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채식주의자가 상 받았다고 좋다고 봤는데요. 어렵고 좋은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씀 많이 하셨고요. 이번에도 기생충 상 받았다고 해서 봤는데 불편하고 좋은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는 이런 약간의 지적호기심이 조금 굴복이라고 할지라도 저는 또 영화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아까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비교를 하셨습니다마는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관객 동원력이 있잖아요.

◆ 강유정> 맞아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그런 영화들에 비해서 훨씬 더 공격적이고 불편합니다. 설국열차는 마지막에 뭔가 붕괴되는 느낌도 있었고 꼬리칸의 반격 같은 쾌감이 있었잖아요.

◇ 정관용> 그냥 보는 내내 재미있죠. 스펙타클하고.

◆ 강유정> 괴물도 재미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아마 곧 보신 분들이 많은 분들이 봉준호 감독의 그런 영화들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굉장히 불편하다라는 말씀들을 공통적으로 하세요.

◆ 서민> 상 안 탔으면 500만인데 상을 탔기 때문에 1000만을 넘기게 되는 거죠.

◇ 정관용>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도 보셨죠, 서민 교수도.

◆ 서민> 그럼요. 저 봉준호 감독 좋아합니다.

◇ 정관용> 분명 차이가 있습니까, 이번 영화가?

◆ 서민> 문제 의식 자체는 거기서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저는.

◇ 정관용> 그려내는 방식, 이야기 풀어나는 방식은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다.

◆ 강유정> 거의 가장 잔혹한 영화 중 한 편이기도 하고요. 봉준호 감독 영화 중에서.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건이란 것도 있었지만 이 정도 잔혹성은 없었는데 이번에 어떤 폭력의 수위로 보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마는 감정을 굉장히 아주 밀도 높은 상태에서 폭력이 폭발을 하다 보니까 굉장히 아까 잔혹하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 정관용> 무섭다고 했어요.

◆ 강유정> 무섭다라는 말씀처럼 무서운 생각이 좀 들죠.

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서민>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도 가끔 생각이 나요. 그래서 뭔가 제가 잘못하는 것 같은 느낌. 이런 컵, 이런 비싼 커피를 먹어도 되는가 이런 생각도 좀 들고.

◇ 정관용> 이건 뭐죠? 커피랑 연결해서 잔혹함이 연결되는 건가?

◆ 서민> 그게 아니고 커피값이 다른 데 밥값일 수도 있는데.

◆ 강유정> 그래서 요즘 고급화한 영화관들 많잖아요. 그런 영화관에서 보신 분들은 나올 때 굉장히 또 내가 여기서 이 영화를 보는 게 맞는가 이런 생각을 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리고 이 영화는 두 가지 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하나가 양극화를 주제로 다룬 영화인데 스크린을 양극화하고 있는 거 아니냐, 정작 이 영화가. 그건 물론 이 영화 하나의 탓은 아닙니다마는 제도의 탓이기도 하죠. 또 하나는 일부러 좀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좀 선정적 장면이 꽤 있다. 이게 왜 15세 관람가냐 이런 내용도 있고 두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서민> 저는 15세 정도면 우리가 15세를 너무 낮게 평가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이런 영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나약하게 자란 어른들, 저 같은 사람들이 더 이거에 더 취약하지.

◇ 정관용> 강 교수도 동의합니까?

◆ 강유정> 저는 15세 너무 과하다라고 말하는 건 15세가 아닐 겁니다. 이 영화를 가족영화로 착각한 가장이 온 가족을 데리고 가서 당신이 민망했던 거지 15세 영화 관람가는 가능합니다.

◇ 정관용> 저는 괜히 여기 약간 야한 장면도 있어요라고 하는 유혹하는 식의 기사 아니에요, 그거?

◆ 강유정> 문제는 대사가 노골적일 뿐이지 그렇게 야하지도 않아요.

◇ 정관용> 어쨌든 그러니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식의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도 관객 유혹용 아니냐 이거죠.

◆ 강유정> 그런데 아마 그 말 듣고 오시면 시시할 정도로 야하지는 않습니다.

◆ 서민> 전혀 야하지 않습니다.

◇ 정관용> 스크린 독점 얘기는.

◆ 강유정> 저는 어쨌든 봉 감독이 괴물 때부터 스크린 독점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이번에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맞고요. 그런데 문제는 또 기생충에서 바로 엑스맨으로 스크린 독과점이 넘어갔다는 겁니다. 한국 영화 구조 자체가 한 주 단위로 독점적 구조가 릴레이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전문가 평점이 9점대 나오더라고요. 두 분도 9점대 주실렵니까?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강유정> 저도 별 다섯에 4개 줬습니다.

◆ 서민> 저는 N포탈에다가 10점 만점 줬습니다.

◇ 정관용> 10점 만점?

◆ 서민> 그리고 세 줄짜리 멋진 평을 썼죠.

◇ 정관용> 뭐라고요?

◆ 서민> 기생충이었으면 조금 더 참았을 건데 그게 아쉽네, 그게 좀 다르다 이렇게 썼어요.

◇ 정관용> 이게 무슨 말일까.

◆ 서민> 영화 보시면 압니다. 기생충은 웬만한 굴욕에도 잘 견딥니다. 왜냐하면 목표가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알았어요. 굴욕 때문에 뭔가 잔혹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이제 저도 꽤 점을 쳤습니다. 그게 뭘지는 아직도 궁금하네요. 강 교수님 한줄평.

◆ 강유정> 저는 어떻게 했냐면 양극화 시대를 찌르는 봉준호의 칼날이란 말을 하고 싶어요. 분명히 어딘가 찔리는 기분이 누구나 다 드는 영화입니다.

◇ 정관용>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다 찔린다.

◆ 강유정>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이쯤되면 오늘 큰 스포일러 없이 잘 얘기한 겁니까?

◆ 강유정> 거의 없었죠. 이 정도면 너무 훌륭한 관객이자 평론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 서민> 오히려 영화를 보다가 이게 그거구나 하고 깨닫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 정관용> 특히 서민 박사께서 기생충과 비교해서 말씀해 주셔서 아주..

◆ 강유정> 흥미로웠습니다.

◆ 서민> 영화 보시기 전에 제가 N포털에 썼던 기생충이라는 글 한번 읽어보시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 정관용> 강유정, 서민 교수 고맙습니다.

◆ 강유정> 네, 감사합니다.

◆ 서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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