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맥주에 붙는 세금이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제로 전환되면서 국산과 수입 맥주 간의 주세 형평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종량제가 도입되면 일부 수입 맥주가 국내에서 생산되며 국내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장밋빛 관측이 나온다.
반면에 당장 주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고, 실제 세금이 개편된다 해도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5일 당정협의를 통해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종량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 국산 맥주는 출고가격에 주세 72%를 부과하는 '종가제' 체제다. 일반적으로 출고가격은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맥주업계 3사 기준으로 리터당 △병맥주 814원 △캔맥주 1121원 △패트맥주 803원 △생맥주 519원 등의 세금이 부과됐다.
수입 맥주도 종가제이지만 수입신고 가격에 주세가 부과됐다.
즉,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한 뒤 72%의 세금을 내고 난 뒤,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을 붙이면 국산 맥주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4캔에 1만원'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국산 맥주의 리터당 평균 주세는 2015년 807원에서 지난해(잠정치) 848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수입 맥주는 2015년 840원에서 지난해 709원으로 낮아졌다.
그동안 수입 맥주는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맥주 시장의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국산 맥주는 2015년 91.5%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지난해(지난해) 79.8%를 기록하며 80%대가 무너졌고, 수입 맥주 점유율은 2015년 8.5%였으나 지난해 20.2%로 크게 성장했다.
따라서 국산 맥주 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주세 개편을 꾸준히 주장해 온 만큼, 이번 종량제 전환은 숙원사업이 해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맥주업계는 세금 형평성이 맞춰진 만큼, 해외 브랜드 맥주를 수입해 왔던 기존 산업구조가 국내 생산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로 고용 증가와 내수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내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가 세금 때문에 차별받는 일을 없어진 것"이라며 "국내 생산시설이 수입 맥주의 생산기지로 활용되며 투자가 확대되고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과 수입 맥주 모두 리터당 830원의 주세가 부과되는 '종량제' 도입으로 당장 맥주 가격에 변동이 생기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종량제가 도입돼도 국산 캔맥주만 291원의 절세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산 병맥주는 16원, 패트맥주는 27원, 생맥주는 311원의 주세가 늘어나게 된다.
또 수입 맥주는 주세가 인상되더라도 시장 점유율 포기할 수 없는 까닭에 가격을 인상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세가 개편되면 가격 변동 요인이 생기지만 맥주업체의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모두 고려하면 국산 맥주든 수입 맥주든 한동안 서로 눈치보기 작전을 펼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세 개편안이 마련된다 해도 '국회'라는 변수도 남아있다.
정부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종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세법 개정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손질될 가능성이 있고, 현재 연일 정쟁만 벌이는 국회가 파행돼 빨라야 내년쯤 주세 개편안이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