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변한 필터(사진=연합뉴스)
인천 서구 일대를 강타한 '붉은 수돗물'(적수‧赤水) 사태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빨래를 하거나 생수를 구하기 위해 인근 김포로 '원정'까지 가고 있는 서구 주민들은 "(시에서는) 괜찮아졌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피부질환에 원형탈모까지…분노 극에 달한 인천시민인천 서구 당하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박모(45)씨도 5일 물을 사러 김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아파트 인근 매장의 대부분은 생수가 동이 났다는 것.
박씨는 "집에 있는 정수기도 필터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김포까지 물을 사러 왔다"며 "우리 동네 마트에는 생수가 들어오는 대로 동이 나고 있다"고 서구지역의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아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서구 주민 정모(47‧여)씨는 "처음에 괜찮다고 해서 의심하지 않고 음식도 해먹고, 씻기도 했다"며 "그런데 얼굴에 살짝 여드름이 있던 중2 애가 그 물로 씻고 난 뒤에 여드름 같은 게 얼굴 전체로 번지고, 등이랑 팔까지 난리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정씨 자신은 온 몸에 간지럼증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형탈모까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어 "인천시나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계속 시료만 채취해 가고 결과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고만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도 마스크로 3~5분 정도만 물을 걸러 봐도 검은 이물질이 눈으로 보일 정도인데 어떻게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겠냐"고 따졌다.
◇ "적수현상 더 심해진 곳도 있어" 초·중·고 65곳 급식 중단붉은 수돗물 문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피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인천 서구 수돗물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대량의 물을 방류하고 물탱크를 청소한 아파트에서 조차 여전히 적수가 나오고 있다"며 "수질검사 적합이라 판정받은 빌라들도 기존보다 더 오염된 적수에 망연자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적수가 나온 곳의 수질검사 결과 음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주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인천시가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재난문자 아님'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에 대해서도 "물을 마시라는 건지, 마시지 말라는 건지, 재난이 아니니까 그냥 알고만 있으라는 건지"라며 비난했다.
인천서구평화복지연대 박정환 사무국장은 "(5일) 오전까지도 오히려 더 심해지거나, 적수가 아닌 흑수로 변한 곳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전에는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를 비롯해 영종학부모연대‧인천경제자유구역총연합회‧영종초교학부모회‧중산중학부모회 등도 수돗물 위기관리 및 사전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도에서 나오는 붉은 물로 영종지역 전체 학교가 급식을 중단하는 등 수돗물 재난사태가 발생했다"며 "수돗물만 틀면 붉은 물이 쏟아지고 필터 오염물질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등 인터넷 지역커뮤니티 카페에는 피부병과 복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붉은 수돗물'로 인해 인천 서구와 영종지역내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등 65곳에는 자체 급식을 중단한 상태다.
인천시와 인천교육청은 오는 7일까지 1일 2회에 걸쳐 육안검사와 수질 검사를 통해 수질 적합 판정 확인 후 급식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 인천시, 민관 합동조사반 통해 조속한 수질검사 실시 방침
인천시는 적수 발생이후 113개 소화전에서 11만7천t의 물을 방류해 적수 발생 현상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직수 공급방식인 단독주택과 달리 저수조 물탱크를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는 아파트에서는 적수가 발생할 수 있어 물탱크 내 물을 방류하고 청소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는 또 물탱크 청소비·정수기 필터 교체 비용을 시 예산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전문가·학부모·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더욱 세밀한 수질검사와 현장조사를 빠른 시일내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30일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업장 전기설비 법정검사를 할 때 단수 없이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시는 기존 관로의 수압 변동으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수돗물에 섞여 나오면서 적수가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