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소도시 굴츠의 다뉴브 강가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실종자 60대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을 바라본 모습. 가운데 보이는 선착장에서 감식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광일 기자)
나뭇가지, 페트병, 젖은 잎사귀 등이 얕은 흙탕물에 뒤엉켜 있었다.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된 뒤 3번째로 수습된 실종자는 이런 곳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유람선 사고가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침몰지점뿐 아니라 그보다 꽤 떨어진 지점에서도 한국인 실종자 시신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정부 합동신속대응팀에 따르면, 헝가리 수색팀은 이날 오후 1시쯤 유람선 탑승자 60대 한국인 남성을 침몰지점과 5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했다.
헝가리 소도시 굴츠(사진=김광일 기자)
실종자가 발견된 곳은 헝가리 소도시 아도니(Adony)와 굴츠(Kulcs) 사이 강변. 부다페스트에서 내려온 다뉴브(두나우) 강물이 2번째로 크게 꺾이는 지점이다.
최초 발견 2시간 30분 뒤인 오후 3시 30분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굴츠를 찾았을 때 500m쯤 떨어진 선착장에서 온몸을 흰색 방역복으로 감싼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막 발견한 시신을 수습하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감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오후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굴츠 주민 빠슈또 삐떼르(65)씨(사진=김광일 기자)
은퇴 이후 주변 별장에서 여름을 나던 빠슈또 삐떼르(65)씨는 "다뉴브강은 이곳에서 굉장히 급하게 굽는다"며 "그래서 과거에도 시신이 종종 발견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소식 자체도 끔찍했는데 휴양지에서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안 좋다"고 했다.
실제로 굴츠 강가에는 얼핏 보기에도 여러 통의 찌그러진 페트병과 크고 작은 나뭇가지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특히 나뭇가지는 뭍으로 10m 정도까지 올라와 진흙처럼 쌓인 늪 위에 널려 있었다.
굴츠의 강변에서 바닥을 찍은 모습. 여러 통의 찌그러진 페트병과 크고 작은 나뭇가지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강가 바로 앞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던 헝가리인 주민 부부는 "최근 헬리콥터가 계속 날아다녔다"고 밝혔다. 시신을 직접 목격했는지 묻자 "그렇다"라며 각각 한숨을 크게 내쉰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구조팀은 헝가리 측과 함께 현재 침몰지점에서 50km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고속단정이나 헬기를 이용해 수색하고 있다. 물 위에 떠오르거나 수풀에 걸린 게 있나 일일히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보다 먼 지역의 수색은 헝가리 구조대가 담당하고 있다. 수색범위는 침몰지점에서 700km쯤 되는 루마니아 철문댐까지 포함된다. 우리 외교부는 실종자들이 강을 타고 인접 국가로 빠르게 넘어갔을 가능성을 고려해 인접국인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에도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신속대응팀 현장지휘관 송순근 국방무관(대령)은 "지금 어떤 특정 지역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고 말씀드릴 순 없다"며 "아이언 게이트(철문댐)를 포함해 전 지역에서 다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