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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프로 꿈꾸던' 이정은, US여자오픈 정상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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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사진=연합뉴스)

 

'핫식스' 이정은(23)은 일찍부터 꿈을 포기했다.

네 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아버지와 뒷바라지를 해준 어머니를 위해 하루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어려운 형편에 잠시 골프채를 내려놓은 적도 있지만, 레슨 프로라도 해 생계에 도움이 되려고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기량은 출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이후 태극마크도 달았다. 2016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했다. 신인상을 차지했고, 2017년에는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2018년에도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말 그대로 국내에는 적수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도 출전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 이정은은 퀄리파잉 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면서 LPGA 투어 시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정은은 미국 진출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늘 뒷바라지만 했던 어머니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정은은 미국 진출을 결정한 뒤에도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을 때 퀄리파잉 스쿨 기회가 와서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준비할 것도 많아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새 매니지먼트 회사가 많은 도움을 줘 결정할 수 있었다"면서 "아버지도 몸이 불편하시고, 어머니도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다. 부모님은 항상 '걱정하지 말고 미국에서 뛰라'고 하는데 자식 입장에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렵게 결정한 미국 진출. 이정은은 "5년 연속 한국 선수 신인상을 목표로 뛰고 싶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정은은 미국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냈다. 미국 진출 후 8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30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올해의 신인 랭킹에서도 452점으로 2위 크리스텐 길맨(미국, 288점)에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9번째 대회였던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이정은은 3일(한국시간) 끝난 US여자오픈에서 최종 6언더파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박세리(42)를 시작으로 한국 선수로는 10번째 US여자오픈 우승이다. 박세리에 이어 김주연(38, 2005년), 박인비(31, 2008년·2013년), 지은희(33, 2009년), 유소연(29, 2011년), 최나연(32, 2012년), 전인지(25, 2015년), 박성현(26, 2017년)이 우승했고, 이정은이 뒤를 이었다.

한 때 레슨 프로라는 작은 꿈을 꿨던 이정은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서는 순간이었다.

이정은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16, 17, 18번 마지막 3개 홀에서 긴장을 많이 해 보기가 2개 나온 것 같다. 전반 플레이를 잘해 그래도 압박을 잘 견딘 것 같다. 샷 감이 괜찮아서 버디 찬스가 많이 왔던 것 같다. 1번 홀 보기 했을 때 항상 마무리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오늘도 보기를 하면서 시작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어떤 대회보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 골프했던 게 생각 나서 눈물이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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