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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연구논문, 테트리스와 LOL도 구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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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질병코드 부여된 증상, 4배 정도 증가해
게임중독이 아니라 게임이용장애라는 용어 사용
게임중독 논문들 분석해보니.. 근거 탄탄치 못해
게임 매출감소? 주요 매출처는 어차피 40대 남성
게임 때문에 사회적 활동 잘 못하는 사람들 존재
장애판단은 의학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야
선정적 광고, 사행성 조장 등은 어느 정도 규제 필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강화된다는 우려 있어
의학-사회과학 공동연구 할 수 있는 조건 마련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8:55)
■ 방송일 : 2019년 5월 31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경혁 (게임비평가)

 


◇ 정관용>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이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이 소식으로 지난주 내내 시끌시끌했죠. 우리나라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WHO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는 적극 반발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양측 갈등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인데 이 논란 어떻게 봐야 할지 전문가 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게임비평가 이경혁 씨 어서 오십시오.

◆ 이경혁>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문화비평가는 아는데 게임비평가도 있어요?

◆ 이경혁> 뭐 그렇게 많지는 않고요. 영화비평과 조금 다르게 게임 같은 경우는 행위적인 측면이 강하다 보니까 콘텐츠 비평 이상으로 사회비평 같은 형태가 섞여서 진행이 되고 있어요.

◇ 정관용> 게임을 한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는지.

◆ 이경혁> 그런 의미죠

◇ 정관용> 그것까지를 포함해서. 그럼 딱 이 질병코드 문제랑 직결되네요?

◆ 이경혁> 안 그래도 관련 연구주제가 떠서 여기저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질병코드라는 게 뭐죠? WHO가 하는 이게 뭐예요?

◆ 이경혁> 아주 쉽게 얘기하면 여러분, 병원에서 처방전 같은 걸 받았으면 보면 자기 병 이름 옆에 숫자랑 알파벳으로 돼 있는 코드가 하나 있을 겁니다. 정확히 그 코드를 얘기를 하는 거고. 거기에 게임이용장애라는 개념이 최초로 등재됐다라고 이해하시는 게 가장 편리한 방식이고요. 이게 갖고 있는 의미는 말 그대로 병원에서 의사가 이 게임이용장애라는 것을 일종에 진단으로 내릴 수 있고 그 처방전을 들고 가면 어디서 약을 살 수 있다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거나 하는 그런 개념이 되는 거죠.

◇ 정관용> 한마디로 어떤 질환에 이름을 부여한 거네요.

◆ 이경혁> 그렇죠. 공식적으로 부여가 됐기 때문에 이제부터 치료와 연구가 이 안에서 의학의 범주 안에서 가능하다는 개념일 겁니다.

◇ 정관용> 이번에 그런데 질병코드 부여받은 숫자가 굉장히 많다면서요.

◆ 이경혁> 코드가 이제 ICD라고 하는데 10판이 있고 11판으로 넘어왔습니다.

◇ 정관용> ICD가 뭐예요?

◆ 이경혁> 국제질병표준분류인데 이게 10판에서 11판 넘어오면서 질병등록코드가 1만 5000여개에서 5만 5000여개로 4배 정도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어요.

◇ 정관용> 이번 한 번에? 갑자기 왜 그렇게 많이 늘었대요?

◆ 이경혁>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기존의 질병이라고 잘 여겨지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이번 11판에 많이 포함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게 직장인의 번아웃증후군이라고 우리가 많이 이야기했던 이것이 질병이다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질병코드 안에 들어가서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까지는 들어왔고요. 기타 우리가 예전에 얘기한 어떤 물건에 대한 어떤 과도한 집착, 혹은 어떤 성적 중독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상태들이 모두 질병코드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게임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등재되는 이유가 기존에 우리가 질병이라고 보지 않았던 많은 현상들이 이용장애, 혹은 신경장애 같은 이름으로 치유와 진단의 범주 안에 들어왔다는 것이 비단 게임중독뿐만 아니라 ICD 11에서 변경되는 가장 큰 지점일 겁니다.

◇ 정관용> 물건에 대한 집착도 질병코드를 부여했다고요?

◆ 이경혁> 네, 이게 과도할 경우라고 한정은 되어 있는데요.

◇ 정관용> 도벽 이런 것도 있죠?

◆ 이경혁> 도벽도 들어와 있습니다.

◇ 정관용> 자기도 모르게 뭘 훔치게 되는 이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 이경혁> 저희가 일상적으로 도벽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들이 이제는 아예 정식 질병코드가 부여가 되는 거죠.

◇ 정관용> 도박중독 같은 것도?

◆ 이경혁> 도박중독은 기존에 있었습니다.

◇ 정관용> 이미 있었고? 이번에 WHO가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의 어떤 질적 전환이랄까? 그걸 하나 가져온 것 같군요.

◆ 이경혁> 조금 더 확장이 됐다라는 느낌이죠.

◇ 정관용> 그것도 대폭 확장을 했군요. 그러니까 1만 몇 천개에서 5만 5000개로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바로 그거겠군요. 그러면서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을 붙였다고요. 여기는 중독이라는 단어는 없어요?

◆ 이경혁> 이게 게임중독이란 단어를 다들 일상적으로 많이 썼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학회에서도 8~90년대까지만 해도 Game Addiction, 게임중독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이 되었는데 우리가 의학에서 얘기하는 중독이라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약물에 의한 중독이 있겠고 또 하나는 행동에 의한 중독이 있는데요. 도박중독이 대표적인 행동중독의 양상일 거고 다만 이거 게임에 관련된 것이 과연 도박중독처럼 행동중독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이걸 Addiction이라는 고전적인 중독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가는 이쪽에서도 스스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고.

◇ 정관용> WHO에서도?

◆ 이경혁> WHO라기보다는 그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의료계겠죠. 그러다 보니까 Addiction이란 용어는 사용이 되지 않고 최종적으로도 Disorder, 이용장애라는 형태로 등재가 됐습니다.

◇ 정관용> 그 기준을 제시했죠? 뭐라고 했습니까?

◆ 이경혁> 기준이 WHO에서 제시한 건 크게 이제 세 가지 정도일 것 같습니다. 특정한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다른 어떤 이익이나 활동보다 게임을 더 높은 우선순위에 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악영향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계속 게임을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가 최소 12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이어진다. 이 세 가지가 진단의 기준입니다.

◇ 정관용> 다른 활동보다 게임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것 때문에 주요 활동에 장애가 생기는 게 1년 이상 갈 경우? 그건 진짜 문제 아니에요?

◆ 이경혁> 문제긴 하죠. 일상에서 저도 제 친구들도 그렇고 간혹 심각한 경우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없다라고 얘기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고. 다만 이제 의학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의 범주지 않습니까? 그 과학의 범주 안에 이 조건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게임이용장애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이견이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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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런데 반대하는 측에서는 WHO가 제시한 이 기준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 이렇게 말하는데 저는 얘기를 들어보면서 모호한 면도 있지만 또 적절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평가하세요?

◆ 이경혁> 정신과의 진단이라는 것은 임상에서 피를 뽑아서 잰다거나 이런 개념이 아니잖아요. 약간 질적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죠. 숙련된 정신과 전문의가 대상자를 놓고 두터운 설문, 면담들을 실시하면서 진행을 하게 되는데. 그 기준이란 것이 그 지점에서 과연 모호하냐 아니냐를 얘기하는 게 조금 어려운 부분이란 거죠. 예를 들어 숙련된 전문가라고 하는데 게임이용장애를 예로 들자면 이 정신과 전문의가 게임이라는 매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도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인데. 사실 그런 부분이 이번 질병코드의 규정에서는 좀 면밀하게 정의되지 않은 부분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정신과 의사가 굳이 게임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진단할 수 있어요? 지금 이 기준대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인데 회사에도 밥 먹듯이 결근하고 게임을 한다든지 그런 현상이 12개월 지속됐다든지 그러면 그것만 봐도 진단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이경혁> 그런데 이제 그 진단이라는 것이 결국 어떤 사회적인 지명이지 않습니까? 이 사람은 환자다라고 지명하면, 예를 들어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환자가 되면 말 그대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다시 말해서 명명의 문제가 조금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게임이용장애의 진단기준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단순히 어떤 의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실은 사회적 영향까지도 벗어나는 부분이 있어서 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사회과학이나 이런 쪽에서는 좀 이견을 제기하고 있는 거고요.

◇ 정관용> 이런 질병코드 분류 등등을 그냥 WHO도 자의적으로 할 게 아니잖아요. 뭔가 근거가 되는 연구를 진행해서 그 보고를 받고 심의 끝에 결정할 거 아니에요. 어떤 연구들을 가지고 이걸 한 겁니까? 주로 의학계 연구인가요?

◆ 이경혁> 주로 WHO는 의학기구니까 의학연구가 올라오게 되고요. 실질적으로 게임이용장애 혹은 중독이라 불리는 연구들의 상당부분은 의학 혹은 심리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는데요. 하나는 이제 임상적으로 MRI 같은 걸 뇌에다 찍어서 게임을 하는 순간에 뇌 혈류가 어디에 가장 많이 움직이는가? 이때 사람이 만족을 느끼고 쾌락을 느끼는 지점에 혈류가 크게 늘어나니까 이건 약간 중독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연구가 한 흐름이 있고 다른 한 흐름이 아까 말씀드렸던 설문과 대화를 통해서 면담을 통해서.

◇ 정관용> 심리학적 접근으로.

◆ 이경혁> 네, 그렇게 두 가지 흐름이 크게 나타나고 있고 이런 연구들을 기반으로 WHO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이다라고 정의를 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마침 우리 이경혁 씨께서 전 세계에서 출판된 게임중독 내지는 게임과몰입 관련된 논문을 종합 분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고요. 어떤 프로젝트입니까?

◆ 이경혁> 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콘텐츠진흥원과 같이 진행한 게임과몰입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라는 주제였고요. 메타분석이란 게 지금까지 나온 관련 논문들을 쭉 리뷰를 해서 각각의 논문들이 어떤 결과를 냈나, 그 과정은 올바른가 이런 부분을 측정하는 연구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몇 건의 연구결과를 분석하셨습니까?

◆ 이경혁> 제가 본 건 해외 연구 기준으로 약 670건 정도의 관련 논문을 확인했습니다.

◇ 정관용> 670건?

◆ 이경혁> 최근 5년 간 나온 자료고요.

◇ 정관용> 그건 전수 조사하셨어요?

◆ 이경혁> 네, 혼자 한 건 아니고요. 팀이 했고요.

◇ 정관용> 그랬더니 그 결론은, 프로젝트의 결론은요?

◆ 이경혁> 전반적으로 제가 느끼는 것은, 그러니까 대체로 게임중독 혹은 과몰입이 존재한다라는 근거에 많이 연구들이 치중이 되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연구들의 기준이 그리고 근거가 얼마나 탄탄하느냐에 대해서는 좀 의구심이 들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가장 많이 사용된 중독을 판별하는 척도로 IAT라는 개념이 쓰였는데.

◇ 정관용> 그건 또 뭐예요?

◆ 이경혁> 인터넷 어딕션 테스트(Internet Addiction Test)입니다. 인터넷 중독 테스트죠. 1998년에 나온 기준인데, 지금 제목 자체가 이상하거든요. 인터넷중독테스트를 가지고 게임이용장애를 진단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 문항들이 그렇게 엄밀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나는 평소에도 늘 인터넷을 하고 싶다. 일이나 공부를 하기 전에 인터넷을 반드시 하곤 한다. 이런 개념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인터넷 중독의 척도를 가지고 게임이용장애 그대로 쓰고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고 이런 근거로 게임이용장애를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지는 않는 부분이 존재를 하는 거죠.

이경혁 게임비평가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WHO가 이번에 질병코드 부여한 건 잘못됐다고 보세요, 그러면?

◆ 이경혁> 아니요. 저는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 아까 사회자께서도 말씀하신 바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게임을 심하게 이용하면서 사회적인 활동을 저해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우리가 질병이다 혹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들어갈 때 받을 수 있는 어떤 사회적 여건들. 예를 들어 게임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이 의학적 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혹은 어떤 사회적 제반조건 하에서 발생하는 문제인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게임 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싼 놀이매체라는 점이죠. PC방에서 1시간에 1000원 정도면 즐길 수 있고. 그런데 이런 놀이매체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고 몰입하는 이유가 의학에서 얘기하는 신체 내적인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쉬운 생각은 사회적으로 놀이문화가 이제 얼마나 그 비용적인 측면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 같은 경우 노동시간과 여가의 문제에서 유희를 다루는 방식들에 의해서 게임 쪽으로 몰려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러한 문제가 질병코드화와 적어도 같은 수준에서 논의는 돼야 한다는 거죠.

◇ 정관용> 말씀하신 것처럼 논의를 그렇게 확장시키는 건 동의합니다. 사회적 접근도 필요해요. 그런데 그건 별도로 같이 논의하고 동시에 의학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이경혁> 저는 인정이 되는데 다만 그 탄탄한 근거가 있어야.

◇ 정관용> 연구근거가 좀 부족하다?

◆ 이경혁>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인터넷 중독의 기준을 가지고 와서 게임중독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일단 말이 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두 번째로 실제로 제가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게임이라고 크게 범주화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실제로 어떤 게임이 더 이용장애가 있다. 그러니까 세부적인 내용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 정관용> 연구자들이?

◆ 이경혁> 네. 예를 들어서 테트리스는 많이들 아시니까 하겠지만, 요즘 젊은이들 가장 많이 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건 똑같은 레벨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전혀 다른데?

◆ 이경혁> 그런 구분들이 언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 정관용> 게임을 잘 모르고 연구했다 이 말이죠, 한마디로 그거군요.

◆ 이경혁> 그런 부분들은 문제가 될 수 있겠죠.

◇ 정관용> 또 단도직입적으로 질병코드 부여해서 질환의 하나로 인정한다고 치면 이걸 고치는 어떤 약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 이경혁> 아직 그런 약이 있다까지는

◇ 정관용> 거기까지는 못 간 거죠. 이제부터 시작해 보자 그런 거죠?

◆ 이경혁>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게임업계의 강력한 반발은 동의가 되시는 거예요?

◆ 이경혁> 저는 그 지점도 그렇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게임업계 같은 경우에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얼마 전에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 문화다라는 슬로건으로 게임장례식도 치르고 여러 가지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마는 사실 과잉반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과잉반응이다.

◆ 이경혁> 일단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대표적으로 이 게임 질병 등록 때문에 게임산업이 위축된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어떤 연구에서는 11조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합니다마는 이건 정확히 말하면 틀린 팩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게임중독 질병코드장애의 지정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현재 대형 게임사들이 내는 모바일 매출의 대부분은 40대 남성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경혁>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청소년들은 그렇게 결제하지 않아요. 모바일게임을 들고, 계속 요즘은 현질이라고 하죠. 계속 현금 결제를 하면서 진행하는 여기서 매출이 대부분 나오기 때문에.

◇ 정관용> 40대 남성이에요?

◆ 이경혁> 네. 그렇기 때문에 이 중독 질병코드와 문제 때문에 매출에 타격을 맞는다는 말은 그렇게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닙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 공대위 발족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엄살부린다, 과잉해서? 아마 게임업계는 이런 걸 우려하는 거 아닐까요? 질병코드 부여 자체를 우려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광고 금지를 한다든지 이런 등등으로 그걸 우려하는 거 아닐까요.

◆ 이경혁> 여러 가지 우려가 있을 수 있고 말씀하신 대로 규제에도 분명히 하나 들어갈 거고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약간 규제는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선정적인 게임광고들 많이 SNS에 올라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냥 열어뒀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대표적으로 많이 나오는 게 확률형 아이템 같은 거죠. 사행성을 조장한다. 청소년들에게 위험하다. 그리고 과도한 지출을 만든다. 모바일게임 같은 경우에는 월 1000만 원 결제하는 사람들도 적지가 않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런 건 광고규제가 필요하다?

◆ 이경혁> 그러니까 업계에서는 자정 얘기를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자정이 그렇게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점에서 반드시 규제를 하자 이런 얘기보다는 자정이 되지 않는 부분은 고려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있고요. 그리고 산업계가 이야기하는 대로 그러니까 규제뿐만 아니라 가장 큰 것은 게임이 그동안 뒤집어써왔던 부정적인 마타도어들에 대한 반응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80년대의 오락실에 보면 선팅에 지능개발이란 단어가 항상 붙어 있었단 말이죠. (웃음)

◇ 정관용> (웃음) 맞아요.

◆ 이경혁> 실제로 지능 개발이 되는지 입증되지 않았지만 그 멘트의 이유는 오락실에 가면 나쁜 사람이 되는데 거기에 대한 어떤 반론으로서 지능 개발을 이야기했고 그다음 계속 이어져오면서 게임중독 얘기, 게임셧다운제 얘기 이런 식으로 계속 게임이 안 좋은 매체라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어쓰다 보니까 게임질병화가 딱 나왔을 때 먼저 나갈 수 있는 반응은 당연히도 또 우리 두드려 맞는구나. 그런 점도 고려는 해 줄 필요는 있을 겁니다.

◇ 정관용> 하지만 매출의 급격한 감소는 엄살이고 또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건 또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신다. 그런데 정작 지금 정부부처 안에서도 보건복지부랑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인데. 우리 국내에서 그럼 앞으로 논의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보세요?

◆ 이경혁> 지금 보면 보건복지부랑 문화체육부가 정확히 둘로 나눠서 찬반을 이야기하고 있고 얼마 전에 이낙연 총리는 국무조정실에서 정리 하겠다고 약간 중립적 입장을 표명한 바가 있습니다. 모두가 동의합니다. 이거 공동연구 필요하다. 왜냐, 질병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문제다라는 사실은 지금 어느 정도 동의가 나왔다고 생각을 해요. 다만 그런 연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학계가 갖고 있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도 사회과학 쪽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저에게 떨어지는 1년에 논문 몇 편을 써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길을 타라고 강요를 하겠죠, 제게. 의학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그런데 공동연구라는 건 서로 인식하고 있는 지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인적 투여가 필요한 부분인데 그런 부분들이 어떤 정부나 관련 기관들의 추가적인 재정 투여 혹은 자원 투여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 부분이 자생적으로 나올 연구는 아니라고 생각은 들어요.

◇ 정관용> 연구 측면은 그렇고 의학, 심리학, 사회과학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은 전제하고 그 다음에는요.

◆ 이경혁> 그다음에 그 연구를 가지고 정부에서는 말 그대로 이 문제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이야기를 해야겠죠. 그래서 각각 보건복지부도 그렇고 문화체육부도 그렇고 각각 산하기관들을 통해서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제가 말씀드린 바대로 어느 정도 서로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오해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게임 같은 경우에는 늘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써왔던 걸 아까 말씀을 드렸고. 의료계 같은 경우에도 억울한 부분은 뭐냐 하면 일부에서는 의료계가 이 문제를 자신들의 어떤 재정적 이익을 위해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나가는 분들도 있습니다마는 그런데 그것도 지나친 확대해석이죠. 서로가 지금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부분을 가라앉히고 실제로 우리 다 공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을 하는 거죠. 게임을 심하게 해서 어떤 사회적 활동이 망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느냐 그런 부분들을 가장 기초적인 공통 논제로 갖고 함께 좀 이야기해 보자는 거죠.

◇ 정관용> 제가 해석하는 바로는 이경혁 씨의 말씀은 이렇게 되네요. 게임에 대해서도 좀 면밀히 잘 알고 전문성을 가진 상태로 또 의학적 판단과 사회과학적 판단을 공전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게임은 또 어떤 부분은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공통 인식을 만들어야 되고 어떤 부분은 오히려 산업적으로 키우기 위해서 진흥이 필요하다는 공통인식을 만들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가자 그거 아닌가요?

◆ 이경혁> 그렇죠. 지금 게임 질병코드라는 이 개념이 사실은 굉장히 더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되는데 그것이 지나치게 뭉뚱그려져서 게임이 질병이 됐다. 혹은 그 질병은 아니다, 문화다 이런 식으로만 다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All or Nothing의 게임이 아니다.

◆ 이경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규제받을 대목도 있고 오히려 지원받을 대목도 있다. 그런데 서로 동의를 안 하고 있는 게 문제다?

◆ 이경혁> 네.

◇ 정관용> 그러려면 대화부터 해야 되는데요.

◆ 이경혁> 그렇죠.

◇ 정관용> 아직 대화는 안 되고 있네요, 잘.

◆ 이경혁> 부분부분에서 노력들은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잘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자세한 도움 말씀과 분석을 쭉 듣기는 들었는데 결론을 내리다 보니까 너무 당연한 얘기네요.

◆ 이경혁> 네. 그 당연한 게 안 되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WHO의 게임질병코드 부여문제 같이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게임비평가 이경혁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이경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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