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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자연 사건으로 드러난 청룡봉사상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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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칼럼]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어려운 여건을 딛고 묵묵히 봉사하는 경찰관과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사회를 밝혀주는 민간인들의 공적을 널리 국민에게 알려 건전한 사회건설에 이바지한다."

(사진=청룡봉사상 홈페이지 캡처/자료사진)

 

청룡봉사상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청룡봉사상 제정 취지다.

이런 '훌륭한' 취지를 갖고 있음에도 올해 53회 시상식을 앞두고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청룡봉사상 폐지 여론이 거세다.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청룡봉사상 수상자에 대한 경찰 1계급 특진제도 당장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에는 5만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여러 언론·시민단체들도 이 상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청룡봉사상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시절인 지난 2006년에도 논란이 일어 2007년과 2008년 청룡봉사상 시상이 중단된 바 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다시 살아났다.

이번에는 강도가 훨씬 세다.

그 배경에는 장자연사건이 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는 이른바 '장자연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고 그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이다.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방사장'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벌인다고 하면서도 가장 기본인 조선일보 대표이사 비서실과 비서진의 통화내역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자연과 식사를 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확보하고서도 방모 코리아나호텔 대표에 대해서는 "해외출장을 이유로 조사를 할 수 없었고", 방 대표가 "귀국한 후에도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부실수사는 경찰과의 긴밀한 유착관계가 아니면 설명하기 힘들다.

이 과정에서 청룡봉사상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1967년부터 지금까지 공동주관해 오고 있는 청룡봉사상보다 더 조선일보와 경찰청의 관계를 대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의 경찰 수상자에 대해 '1계급 특진'이라는 시상 내용도 주목을 받았다.

수상자는 편집국장과 사회부장 등 조선일보 간부 2명을 포함한 7명의 심사위원이 선정한다.

수상자 선정에서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단순히 2/7이 아닐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찰청은 심사위원들에게 수상자들의 감찰 기록과 세평(세상 사람들의 평판)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청룡봉사상 공동주관을 통해 경찰 인사권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장자연수사팀에 포함된 경찰이 지난 2009년 청룡봉사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상내역에서는 조직폭력배와 자해공갈단 검거 등의 공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장자연사건 수사 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장자연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청룡봉사상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청룡봉사상은 제정취지와는 달리 권언유착의 통로로 활용돼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것은 단지 운용측면만의 잘못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특정언론에게 경찰관 특진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청룡봉사상 제정부터가 문제다.

권력에 대한 감시를 해야하는 언론이 오히려 권력과 유착을 통해 특권을 누리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단지 조선일보와 청룡봉사상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언론기관들도 정부 부처와 함께 공무원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청룡봉사상과 마찬가지로 1계급 특진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이번 기회에 권언유착을 가져올 수 있는 비상식적인 수상제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언론이 본연의 모습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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