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국제영화제)'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에 대해 향후 100년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철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한국 영화의 100주년인데,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과거 100년을 회고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영화제의 큰 주제를 설명했다.
이번 부천국제영화제의 콘셉트는 SF로 다양한 장르 영화들을 엄선해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한국 영화의 100주년을 맞은 이 시기에 영화계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라면서 "영화라는 장르는 예술을 어머니로 두고 기술을 아버지로 둔 자식인데, 기술에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형식과 내용의 변화가 있어 왔고 그런 계기를 맞게 되는 사건들이 지금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과 기술과 유통의 독점은 이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스케일로 커졌는데 아마존, 애플, 구글 등 이런 모든 회사들이 전부 미디어콘텐츠 플랫폼과 유통에 전쟁을 시작했다"면서 "영화계에서 느끼는 이런 불안감이 전세계에 만연해 있는 상황인데 영화라는 형태와 개념이 재조정 돼야 할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뚜렷하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영화 100년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부천국제 영화제의 의의를 밝혔다.
신 위원장은 향후 한국 영화 100년을 준비할 대안으로 '인물'과 '기술'을 소개했다.
신 위원장은 "한국영화 100주년의 해애 이를 마감하는 만루홈런을 봉준호 감독이 쏘아올렸다"면서 "앞으로 한국영화 100년을 책임져 나갈 미래 인력들을 발굴해 나가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갈 것이며 제2의 봉준호, 나홍규, 임권택을 탄생시키는 데 부천국제 영화제가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제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스마트폰 오케스트라나, 앞으로 미래의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책임 질 수 있는 VR 전시 등을 부천국제 영화제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이끌어갈 100명의 인재가 선정된다.
신 위원장은 "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하고 관련된 모든 인물 중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책임 질 수 있는 인력을 10월까지 선정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 분들과 향흐 100년을 향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것이고, 그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지원할 프로그램 또한 만들어 갈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이번 부천국제 영화제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한국영화의 시간 속에서 새로운 형식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던 영화들을 통해 장르영화의 뿌리를 돌아보고자 한다.
부천국제 영화제는 개·폐막작을 비롯해 부천 초이스: 장·단편, 코리안 판타스틱: 장·단편, 월드 판타스틱 레드·블루, 패밀리존, 금지구역,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등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전으로는 지난해 소개된 배우 정우성에 이어 '매혹, 김혜수'라는 제목으로 배우 김혜수의 특별전과 '한국영화 판타스틱 열전: 미지의 영화, 광기의 장르' '인간을 넘어선 미래, 로봇' '웃기는 여자들, 시끄럽고 근사한' '지구 정복 괴수전'이 관객을 찾는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김혜수가 올해로 데뷔 33주년을 맞이했는데, 그 배우가 이뤄왔던 시간과 존재감 등 한국영화에서의 의미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하며 "특히 이번에 상영되는 10편의 상영작은 김혜수가 직접 선정한 작품이고, 배우가 직접 영화제를 찾아 관객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 프로그래머는 또 "'미지의 영화, 광기의 장르'를 통해 한국영화의 잊혀진 장르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했다"면서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숨은 진주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1919년 김도신의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창작의 길에 들어선 한국영화는 그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몇번의 전성기를 이뤘다. 부천국제 영화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장르적 시도를 보여줬던 이러한 한국영화들을 다시 조명해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횡단할 예정이다.
미지의 영화, 광기의 장르를 통해 소개되는 한국영화에는 '푸른언덕(유동일)' '우주괴인 왕마귀(권혁진)' '죽음의 다섯 손가락(정창화)' '수녀(김기영)' '괴시(강범구)' '영심이(이미례)' '미지왕(김용태)' ' 3인조(박찬욱)'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김태용, 민규동)' '소름(윤종찬)' '원더풀 데이즈(김문생)' '장화, 홍련(김지운)' 등 12편의 작품의 소개된다.
또 눈여겨 볼 섹션으로 '웃기는 여자들, 시끄럽고 근사한'이 있다.
부천국제 영화제는 코미디 영화인 '걸캅스'의 대중적 성공 속에서 보여지는 '웃기는 여자'와 '웃는 여자'에 포커스를 맞췄다. 웃기는 여자와 웃는 여자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그 맥락을 보며 여자와 웃음, 그리고 웃음 장르의 관계는 무엇인지 탐구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페미니즘을 코미디 형태로 풀어낸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멕시코 영화 기름도둑(감독 에드가 니토)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남미 매직 리얼리즘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판타스틱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라고 기름도둑을 소개하며 "굉장히 리얼한 얘기 같은데 한편으로 뒤집어 보면 판타지임을 알수 있다"라며 이러한 영화의 양면성이 개막작 선정의 이유가 됐다고 전했다.
폐막작으로는 남산 시인 살인사건(감독 고명성)이 선정됐다. 배장수 부집행위원장은 "이 영화가 주제를 실어나르는 데 있어 새로운 방식으로 색다른 영화라는 점에서 감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폐막작 선정 배경을 밝혔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예년보다 약 2주 가량 빨리 일정이 앞당겨져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겹치기 논란이 있었다.
이에 신 위원장은 "미쟝센 영화제 날짜를 놓치게 돼 완전히 겹치는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쟝센 영화제 측과 이야기를 잘 해왔고 서로 돕기로 얘기를 끝냈다"고 말했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6월 27일부터 7월 7일간 부천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에는 49개국 288편이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