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나 OECD 발언, 정말 '국격' 떨어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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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탈코르셋' 유튜버, 불법 촬영 범죄에 밝힌 의견 논란
초청 주체 가려내려는 움직임도…"OECD 측에서 초대한 것"
"민족주의적 자존심+이분법적 긴장 상태 작용해 발언 문제시"
"페미니스트 유튜버 개인 향한 공격성, 소모적인 논란"

(사진=유튜브 캡처)

 

"몰래카메라가 검색만 하면 볼 수 있게 노출이 돼 있어요. 그걸 본 사람들은 방관을 하고 있는 거고, 경찰들도 그들을 잡지 않고 있고, 잡았다고 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포럼에 참석한 유튜버 배리나의 불법 촬영 문제 발언에 성급한 일반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이 아닌, 개인 유튜버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인만큼 이를 부적절하다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배리나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소셜미디어와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했다. OECD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이 프로그램은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여성, 성소수자 등 약자 혐오와 영향력있는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다뤘다.

배리나 외에 참석한 패널들은 영국·네덜란드 출신의 시민단체 활동가, 조교수 등이고, 배리나는 '탈코르셋'(Escape the Corset) 활동가로 소개돼 있다. '탈코르셋'은 페미니즘 운동의 한 방식으로,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제되는 꾸밈노동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인터뷰 형식이었던 이날 프로그램에서 배리나는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겪은 혐오 경험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불법 촬영에 대한 답변은 관련 질문을 받고 한 차례 이뤄졌다. 불법 촬영 역시 온라인 문화 속에서 급격히 확대된 혐오 문제이기에 이 같은 질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버닝썬' 사건을 언급하면서 "클럽 문화에서 불법 촬영이 성행했고, 스너프 필름, 초등학생 강간 등도 일어나고 있었다. 최근 사건이 종결됐는데 신고자만 구속하는 걸로 판결이 났다. 정작 피해자들은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리나가 언급한 이야기들은 지난 3월 '메이드 인 강남'을 집필한 주원규 작가가 언론 매체를 통해 서울 강남 클럽을 취재하며 목격한 각종 범죄 실태를 알렸던 내용과 유사하다. 당시 주 작가는 성매매 여성 중에 초등생도 있었다고 전해 충격을 안겼다. 스너프 필름 등의 경우, 강남 클럽들을 취재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심층 보도를 한 바 있다.

배리나는 "한국에서 불법 촬영이 많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냥 검색만 하면 일반인 여성 (대상으로 한 영상)인데도 그걸 볼 수 있게 많이 노출이 돼 있다. 본 사람들은 방관을 하고 있고, 경찰들도 잡지 않고 있고, 잡았다고 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 그로 인해 일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불법 촬영 범죄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배리나의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국제 행사인 OECD 포럼에 참석해 '불법 촬영' 문제를 지나치게 일반화해서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발언과 무관한 배리나 개인의 외모를 비하하기도 했다. 배리나가 가진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초청 주체를 가려내려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정부에서 배리나를 패널로 선정했다는 이야기가 돌자 정부 측과 배리나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리나는 유튜브와 SNS에 직접 "계속 저를 정부에서 보냈다 이런 식으로 루머를 만들고 계셔서 말씀드린다. 나는 OECD 측에서 초대해 주셔서 갔다"고 사실 관계를 명확히 했다.

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적폐'로 규정한 사회 구조를 바꿔내려는 작업을 하고 있고, 페미니즘 운동 역시 이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정부 초청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런 맥락"이라면서 "이 유튜버의 발언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지기 보다는 민족주의적 자존심과 팽팽한 이분법적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문제시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뷰티 유튜버였던 배리나는 지난해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해 '탈코르셋' 지지를 선언했다. 이 영상은 조회수 500만을 달성했고, 배리나는 영상과 동일한 제목의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지속적으로 혐오에 노출됐던 배리나 본인이 '탈코르셋'을 결심하고 '우리는 그 자체로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소셜미디어의 약자 혐오'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OECD가 배리나를 초청한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정부가 선정한 패널이 아닌 이상, 배리나 개인이 질문을 받아 자유롭게 의견 개진한 것을 '국격'과 연결시켜 문제 삼기는 어렵다. 언론 보도 내용과 사회적 인식을 더한 일반론적 이야기에서도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건강한 논의 대신에 한 개인을 흠집내기 식으로 몰고가는 방향성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애초에 국제기구인 OECD 행사에 페미니스트 활동가 유튜버가 초대된 사실 자체에 자격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한다. 왜 네가 그 자리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아닌 이상, 보통 국제 행사에서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패널의 발언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는 쉽지 않다. 이 유튜버가 음모론을 제기한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 주제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사실상 개인에 대한 공격성, 소모적 논란으로 파악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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