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식적으로 (거취가) 결정된 건 없습니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K리그로 돌아오겠다는 꿈을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미드필더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26일 축구 선수로서 살아온 삶의 스토리와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구자철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 본사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KFA) 축구 공감 토크 콘서트에 초청 대담자로 참여했다.
구자철은 질의응답에 앞서 진행된 강연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후 국가대표로 11년을 뛰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축구 인생 스토리를 털어놨다.
구자철은 A4 10장 분량의 원고를 손에 든 채 콘서트 주최 측에 대형 화이트보드를 준비해달라며 생애 첫 강연에 의욕을 보였다.
구자철은 "축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서 "축구를 좋아하는 선수들을 위해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부모님과 지도자, 협회 등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라며 축구를 즐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축구 선수로서 힘들었던 시기도 떠올렸다.
그는 "볼프스부르크에서 뛸 때 호펜하임전에서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후 훈련장에서 후보 골키퍼로부터 면박을 받았고, 인종차별적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면서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하루를 쉬고 라커룸에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용기를 낸 후 선수들과 처음으로 함께 밥 먹으러 가서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이 진행한 토크 콘서트에서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대답했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 참가했지만 세 명의 귀국자 명단에 포함됐다"면서 "운동에 안 좋다고 해 4-5년 동안 먹지 않았던 (허탈한 마음에) 라면을 처음 먹었다. 그때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을 했고, 브라질 월드컵에서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선 "확실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나중에서야 리더는 이끄는 것보다는 훈련장에서 솔선수범하며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또 26일 새벽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첫 상대인 강호 포르투갈에 0-1로 석패한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가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때 첫 경기에서 0-2로 지고 나서 선수들과 미팅을 한 뒤 독일과 1-1로 비기고 마지막 (미국과) 경기에서 이겨 8강까지 올랐었다"면서 "포르투갈이 잘하는 팀인데 첫 경기 졌지만 잘해줬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은 경기를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향후 진로와 은퇴 후 계획도 살짝 공개했다.
구자철은 올여름 계약이 끝나는 아우크스부르크로부터 '3년 계약 연장 제안'을 받았음에도 이를 뿌리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분데스리가 잔류를 우선순위에 두고 팀을 물색 중인데, 프랑스, 스페인 구단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거취와 관련해 "내가 꿈을 위해 달려온 시간 동안 희생한 가족들에게도 중요한 일인 만큼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하겠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대표팀의 부담감에서 벗어난 처음 시기여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면서 "축구 선수로서 인생에서 K리그로 돌아오겠다는 꿈은 항상 꾸고 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이든 해설자이든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