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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음악과 검색창 키워드로, 새로운 인문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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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문과-이과 사이의 벽 무너지는 중
콘텐츠 산업 성장, 인문학에 대한 관심 불러와
BTS 앨범에 녹아든 인문학, 팬덤 독서로 이끌어
'자기계발서 결론' = '어려운 책 읽어라'의 역설
키워드 인문학, 가볍지만 인문학의 접촉면 늘려
단행본 출판도 경량화 트렌드로, 스마트폰 닮아가
인문학은 인간 서사와 감성의 표현, 모양만 변할 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5월 24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강유정 강남대 교수, 이택광 경희대 교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금요살롱 오늘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두 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안녕하세요.

◆ 이택광> 반갑습니다. 이택광입니다.

 


◇ 정관용> 이택광 교수가 무슨 과 교수죠?

◆ 이택광> 저는 학부인데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부입니다.

◇ 정관용>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면 영어학과 아니에요?

◆ 이택광> 원래는 영어학과였는데 역시 확대 개편했죠.

◇ 정관용>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강유정 교수는 무슨 과시죠?

◆ 강유정>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지금 있고요. 원래는 국어국문학과로 제가 입사 당시에는.

◇ 정관용> 옛날에는 국어국문학과, 영문학과, 영어학과 이렇게 부르면 되는데 요즘은 전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이런 말을 꼭 써야만 되는 시대가 돼버렸어요. 그렇죠?

◆ 강유정> 실제로 입시 결과라고 하죠. 입시 결과가 높아지기도 하고요. 경쟁률도.

◇ 정관용> 학과 이름을 그런 식으로 하면?

◆ 강유정> 맞습니다. 올라가더라고요. 최근 특히 10대들이 콘텐츠라는 말에 대한 굉장한 기대감이 있구나라는 것은 알 수 있죠.

◇ 정관용> 사실 뿌리는 다 같은 건데 그렇죠?

◆ 강유정> 인문학이죠.

◆ 이택광> 인문학인데 약간 다양해지죠.

◇ 정관용> 오늘 이제 그 문제예요. 문송합니다라는 말 있죠?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저는 그 정도까지 말 안 하는데 요즘 대학가에 문과를 조롱하는 현수막이 붙었대요. 어떻게 누가 붙인 거예요?

◆ 이택광> 모 대학에서 장난삼아 붙였다고 알려졌는데 그래서 철거를 했습니다.

◇ 정관용> 당연히 철거해야죠.

◆ 이택광> 아직까지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철거된 거 아닐까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농담삼아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학생 측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사실 암암리에 인터넷에 보시면 이런 문송합니다를 가지고 조롱조나 혐오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죠.

◇ 정관용> 있죠.

◆ 강유정> 사실 이게 취업률 때문이거든요. 취업률에 의해서, 100% 문송합니다는 취업을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지, 문과 공부를 잘 몰라서 아니면 문과생인데 인문학을 잘 몰라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우리 사회의 풍토 자체가 취업률이 이제 대학 평가의 기준이 많이 되고 그게 기준이 되다 보니 이런 현상까지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오늘 수다 떨어볼 주제는 취업률, 문과, 인문학, 위기 이런 말 아니에요. 이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계를 선택한 예비 고3 학생이 54.4%이고 요즘 이른바 강유정 교수 아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각종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분야에서도 콘텐츠가 이제 두드러지는 이슈가 되다 보니까 그래서 인문학을 다시 공부하고 책을 읽고 문과를 선택하고 이런 게 많아지고 있다는 풍조가 이제 않습니까.

◆ 이택광> 사실 그렇게 보면 이공계도 위기죠. 이공계도 위기고 그래서 과거에 우리가 전통적인 이공계 학과들이 지금 거의 다 응용학과로 다 바꾸고 있고요. 우리 학교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소프트웨어 학과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름을 바꿔서 과거에는 컴퓨터공학과 이렇게 부르던 것들이 소프트웨어 학과로 많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소프트웨어 학과라는 것이 알고 보면 콘텐츠 학과죠. 공대생에게 콘텐츠를 가르치겠다는 것이고요. 우리 학교 같은 경우도 그래서 이른바 협업 과정들을 만들었어요. 만들었고. 학과도 만들고 했거든요.

◇ 정관용> 문과, 이과 함께.

◆ 이택광> 그래서 문과생들이 코딩을 배우는 것과 함께 공대생들도 사실 문화콘텐츠나 이런 것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 추세로 가고 있죠.

◆ 강유정> 연계 전공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문과생들은 기본 교양에 아마 깜짝 놀라실 수도 있는데 스크립틀릿(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 이런 것들을 우리 교양 영어, 교양 국어 듣듯이 이수해야만 또 필수로 넘어가게 되는 것들도 있고요. 그런데 어떻게 보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라든가 인문학적 지식이 양쪽 모두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일단 마련이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고등학교에서부터 문과, 이과 구분하는 거 없애자. 이런 움직임이 있었죠.

◆ 이택광> 사실 문과, 이과 나누는 게 우리나라밖에는 없는데요.

◇ 정관용> 그런가요?

◆ 이택광> 사실 이게 일본의 어떤 교양주의적 풍토 때문에 생긴 겁니다. 일제 시대부터 생긴 것이고 근대교육이 도입되면서. 일본도 지금 사실 없애는 추세예요. 교양교육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잘 보시면 동경대 같은 경우도 사실 문과라는 개념의 그런 단어가 존재하지 않거든요. 우리도 사실 그거를 바꿔야 되는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못 바꾸고 있는 거 아니냐. 가장 큰 거는, 제가 교수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 드리면 안 되겠지만 교수님들이 약간 바꾸기 싫어하는 것도 있어요.

◇ 정관용> 그 학과가 사라지고 통폐합 되고 그러면 우선 자기 교수 자리가 위태로워 질 수도 있고. 우선 자기도 새로운 공부를 많이 해야만 되고 그거 아닙니까.

◆ 이택광> 시간이 약이겠죠.

◇ 정관용> 칸막이 벽 잡고 치는 게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제일 좋은 거거든요.

◆ 이택광> 그런데 그것도 이해를 해 주셔야 되는 게 일단 최소한 문과 공부는 한 20년은 해야 되는 거거든요. 20년 정도를 하고 오셔서 교수가 되시면 사실 그 20년 전에 공부한 건 거의 쓸모가 없는 학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실용학문이 아니고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굉장히 발 빠른 변화를 모색하시는 분이 아니고는 힘들죠, 사실은.

◇ 정관용> 그러나 어쨌든 시대적 대세는 IT 그것에 기반을 둔 각종의 뉴미디어 콘텐츠산업 그 콘텐츠 산업에는 기본적으로 창의력과 철학적 깊이와 이것이 있어야 하니까 또다시 인문학. 이게 함께 가는. 이거죠?

◆ 강유정> 사실 최근에 인문학이 주목 받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BTS 때문이었어요. 특히 10대들에게.

◇ 정관용> BTS랑 무슨 관련이 있어요?

◆ 강유정> 방탄소년단이잖아요.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제가 얼마 전에 칼럼을 썼었는데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세계들의 앨범을 보자면 가령 이런 겁니다. 데미안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그 구절에서 ‘윙즈’라는 앨범 제목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이제 좋아하는 팬들이 사실 이거는 그냥 단순히 날개가 아니라 알을 깨는 새고 그건 데미안 읽기가 열풍인 겁니다. 이번에 앨범 이름이 페르소나인데요. 페르소나는 바로 융이잖아요.

◇ 정관용> 독일 심리학자.

가수 방탄소년단(BTS) 4월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 강유정> 그렇습니다. 페르소나라는 것을 공부하기 위해서 쉬운 심리학부터 공부하기 시작하고. 그런데 의외로 이런 마케팅이 좀 인문학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고요. 가령 뮤직비디오 안에 참조사항이 됐던 1950년대 뮤지컬 영화를 다시 본다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의 역사가 인문학이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그런 팬덤이 인문학에 대한 자극이 된 것이죠.

◇ 정관용> 그거는 그런데 BTS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계속 그래 왔어요. 연예인이 무슨 책을 좋아한다더라 무슨 노래 좋아한다더라 많이 팔리고 이런 일들은 많이 있어 왔어요.

◆ 이택광> 사실 그러한 것도 있지만 우리가 이미 많이 이제 우리가 확인 해 왔죠. 스티브잡스나 이른바 벤처기업의 성공한 그런 많은 기업가들이 자기를 만들어준 것이 독서였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 당연히 독서를 하다보면 자기계발서나 이런 걸 읽다가 재미있는 게 있어요. 회자되는 말 중에 자기계발서 읽다 보면 결국 자기계발서의 결론은 어려운 책을 읽어라라는 거죠. (웃음) 그래서 이제 독서와 관련된 그런 열풍들이 이미 있었고.

저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유튜브의 소셜미디어의 플랫폼이 성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유튜브는 기존에 있는 소셜미디어 환경을 완전히 바꾸면서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을 정립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모든 사람이 다 연예인이 되는. 그런데 그 (소셜 미디어에서)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 지금 뭔가 정보를 줘야 되거든요. 단순하게 나와서 TV처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확실히 그러한 정보를 주는 채널들을 선호하게 되고 그러면서 인문학에 대한 요구도 사실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 정관용> 그런데 젊은 층일수록 정보를 찾는 것을 글자, 활자가 아니라 영상을 통해 찾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책은 안 읽는다는 얘기잖아요.

◆ 강유정> 거의 키워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키워드를 어느 창에 입력하느냐가 있는 거죠.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데 문자로 정보가 지식화 된 곳을 찾았다면 지금은 이제 시각화된 영상과 이미지로 소비한다고 하는 건데요. 저는 사실 인문학자로서 어떤 점에서는 이게 굉장히 인문적인 지식을 너무 소비하고 어떤 키워드 위주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저는 한편으로 이런 것도 도움이 된다고 봐요.

정말 필요 없으니까 보지 않는다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있구나라고 재미있어서라도 접근하는 중에 저는 약간의 낚시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래도 여기에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종의 키워드 인문학 안에서도 또 다른, 우리가 선택했던 서점을 헤매면서 책을 찾던 것과 달리 유튜버를 헤매면서 인문학적인 지식을 접촉할 수 있다는 거죠. 거기서 얻을 수는 없고. 저는 그 창구에 대해서 너무 폐쇄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키워드 쳐서 영상을 통해 먼저 접하지만 결국은 더 가다 가다 보면 책을 보게 되더라.

◆ 강유정> 그렇죠.

시사자키 방송 출연중인 이택광 교수(왼쪽)와 강유정 교수(오른쪽)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캡쳐)

 


◆ 이택광> 출판도 상당히 이런 미디어(변화)에 적응을 하고 있고요.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은 더딥니다, 지금. 어떤 분이 저한테 말씀하시기를 기존에는 한국 책이 너무 TMI라는 거예요.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그거는 인포메이션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인포메이션을 나누어서 어떻게 출판하는가를 고민해야 되지 않겠느냐 그 양을 조절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 사실 외국 출판사 같은 경우에 이미 그런 것을 많이 하고 있고요.

대표적인 게 지금 한국에서도 사실 많이 알려진 재독한인 철학자가 있죠. 한병철 철학자 같은 경우도 한병철 철학자 책 같은 것도 보면 80쪽, 90쪽 이렇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 원래 독일어로 쓰인 책들인데 손바닥만 한 책이에요. 가서 직접 독일에서 책을 보면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굉장히 짧은 책들이고 그 책들을 보고 방송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이죠. 그런 게 전부로 영어로 번역돼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고 이런 걸 봤을 때 단순하게 이런 변화들은 우리나라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글로벌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제 만화식으로도.

◆ 이택광> 그쵸.

◆ 강유정> 만화책으로 된 부분들도 많고요. 최근에 한국에도 출판된 ‘아무튼’ 시리즈들이 있거든요. 되게 짧고 얇은 책들이라 소위 말하는 핸디한, 손에 잘 잡혀서 가방에도 잘 들어가는 아무래도 스마트폰과 경쟁하다보니 여러 부분에서 겉모습도 닮아가고 있는데요. 이렇게 경량화 됐다는 것 때문에 무조건 예전보다 지식의 깊이가 얕아졌다 말하기는 어렵죠.

◇ 정관용> 그러니까 오늘의 제목이 문송합니다와 BTS 인문학 사이거든요. 제목은 그럴 듯 합니다. 한마디로 콘텐츠 시대의 새로운 인문학적 접근. 그런 대중들. 특히 그런 청년 세대에 어울리기 위해서 인문학도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또 변화해야 한다. 그거로군요.

◆ 이택광> 지금 청취자의 이미지에 남아 있는 인문학은..

◇ 정관용> 고리타분. 두꺼운 책.

◆ 이택광> 하지만 새로운 인문학이.

◆ 강유정> 팬시한 인문학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 정관용> 팬시한 인문학. 재미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 이택광> 인문학은 사실 인간의 서사, 인간의 어떤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거죠. 모양을 바꿔서 언제든지 우리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문송합니다 이런 것도 일시적 현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래야죠.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두 분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강유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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