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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번 꼴로 회삿돈 16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 총 362억여원을 횡령한 '간 큰' 회사원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외국 항공사인 본사는 이 사실을 약 6년만에야 알아차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는 지난 22일 횡령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51)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한국지사 재무관리부장으로 일하면서 총 36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다.
임원도 아닌 부장급인 김씨가 막대한 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것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회사의 허술한 시스템 덕분이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2004년에 한국 영업소를 처음 내면서 당시 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출금식 예금계좌를 설치하고 1600만원까지는 현지 영업소 부장과 지사장 날인만으로 자금이체 할 수 있도록 했다.
2005년 아랍에미레이트 한국지사에 부장으로 취업한 김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2006년 1월 처음으로 67만4000원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렸다. 자신의 상사인 지사장의 날인만 위조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첫 범행이 성공하자 김씨는 2012년 5월까지 무려 2481회에 걸쳐 회삿돈을 횡령했다. 연간 은행 영업일을 260일로 계산해 따져 봐도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 1600만원씩 빼돌린 셈이다.
김씨는 이 돈으로 카지노에 드나들었고 고급 시계와 승용차를 사는 등 생활비·유흥비 등으로 썼다.
대만 국적 지인을 통해 돈을 미국으로 송금하고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탕진한 후여서 아랍에미레이트 측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김씨의 재산을 강제집행한 결과 34억여 원 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김씨는 범행이 발각되자 2012년 8월 해외로 도주했고 올해 2월에야 체포됐다. 그간 아랍에미레이트는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은행에 횡령으로 빠져나간 예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패소했다.
회사 측은 해당 이체 거래에는 지사장의 진정한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과정에서 은행 측 과실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시효 기간 내로만 봐도 피고인이 사문서를 위조해 행사한 횟수가 1178회에 달하고 횡령 액수도 막대하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회사가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으므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