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보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은 월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퐁니 퐁넛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응우옌 티 탄 씨를 기록한 작품이다.
인천인권영화제가 월남전 참전 군인들이 내용을 문제 삼으며 상영 중지를 요청했던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감독 이길보라)을 정상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인권영화제는 21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같이 알렸다. 영화제 측은 "22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기억의 전쟁'이라는 작품으로 올해의 첫 정기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이하 '월남전참전자회')는 상영 저지를 위한 행동을 예정하는 입장을 전했지만, 영화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상영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상영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길보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퐁니 퐁넛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응우옌 티 탄 씨를 기록한 작품이다. 8살 때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도 큰 상처를 입고 홀로 살아남은 그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공개 증언하고, 한국 정부에 공식 사과를 요구한 인물이다.
월남전참전자회는 '기억의 전쟁' 내용을 문제 삼아 21일 오전 영화제 측에 상영 금지 공문을 보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공문에는 "파월의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허구로 제작된 영상물이므로 상영 금지를 강력히 요청"하고, "상영을 강행한다면 물리적인 저지를 불사할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할 불상사는 영화제가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월남전참전자회는 영화 상영 전인 22일 오후 4시 30분부터 상영 종료 시까지 200명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면서 인천미추홀경찰서를 통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월남전참전자회가 이야기할 시간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영화제 측은 "월남전참전자회가 인천인권영화제에 공문을 통해 물리적 저지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상영 금지를 위해 협박성 발언을 하면서 경찰을 통해 자신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맞섰다.
이어, "월남전참전자회가 상영회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관객과 마찬가지로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특별히 월남전참전자회를 위한 시간을 배치할 수는 없으며 의도적인 방해행위는 용납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안전을 위해 상영관에 사복경찰 10여 명을 배치해도 좋을지 문의한 경찰에 대해서는 "상영관은 온전히 상영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기에,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상영관 내 경찰관 배치는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영화제 측은 "월남전참전자회가 집회를 하거나 관람, 대화의 시간에 참여한다면 이는 상영과 대화의 시간에 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함을 경찰이 분명히 알려주어야 하며, 방해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임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영화제 측은 '기억의 전쟁'을 상영하는 이유에 관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과 같이 다른 기억과 다른 역사가 어떻게 현재에도 진행 중인지, 역사적 기억 속에서 성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적 가치를 지켜내려는 활동에 대한 어떤 물리적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인천인권영화제는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대안 영상을 통해 인권감수성을 확산하려는 목표를 지닌 영화제다.
올해 첫 정기 상영회 작품으로 선정된 '기억의 전쟁'은 오늘(22일) 저녁 7시 30분,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 3관에서 무료로 상영될 예정이다.
(사진=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