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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얼평·몸평·성희롱…"예민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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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KBS2 '회사 가기 싫어' 7화 '당신은 존중받고 있습니까?' 편

지난 21일 방송된 KBS2 '회사 가기 싫어' 7화 '당신은 존중받고 있습니까?' 편 (사진=방송화면 캡처)

 


"그러게, 평상시에도 좀 이렇게 입고 다니지. 오늘 화장도 좀 다른 거 같고. 퇴근하고 남자 만나냐? 유진이도 여자다잉. 꾸미니까 예쁘네."(박상욱 과장)

"박 과장님, 그만하시죠. 사람 앞에 두고 어쩌고저쩌고. 옆에서 듣고 있는 저까지 불편하거든요?"(한진주 대리)

"또 불편해? 뭐가 그렇게 불편한 게 많아? 내가 뭐 나쁘게 말한 것도 아니고, 예쁘다고 칭찬한 건데. 유진아, 너 기분 나빠? 내가 예쁘다고 칭찬한 건데. 기분이 나빠? 왜?"(박상욱 과장)

회사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얼평'(얼굴 평가), '몸평'(몸매평가), 그리고 성희롱.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되고, 누군가는 그걸 '칭찬'이라 한다. 그러나 칭찬이 아닌 '무례'이며 때로는 '범죄'다. 그렇지만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왜 불편해 하냐며, 예민하게 군다며 핀잔을 준다. 불편하게 느끼는 걸 말하는 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권력 관계를 이용해 불편하게 만든 사람들이 잘못된 거다.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예민해져도 된다. 우리가 예민한 게 아니라 그동안 사회가 너무나 둔감했던 거니 말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2 '회사 가기 싫어'(연출 조나은·서주완, 극본 박소영·강원영, 제작 몬스터유니온) 7화 '당신은 존중받고 있습니까?' 편에서는 권력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다른 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외모에 대해 지적하고, 평가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진다. 여자는 이러이러해야 하고, 남자는 저러저러해야 한다는 성에 대한 고정된 통념은 '얼평' '몸평' '성희롱'으로 이어진다.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특히나 이 같은 일이 벌어져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2 '회사 가기 싫어' 7화 '당신은 존중받고 있습니까?' 편 (사진=방송화면 캡처)

 


"남자 상사 모시기 불편하지 않아요? 딱 보니까 애교 있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아이고 무서워라. 하하하. 사람들한테 인상 차갑다는 이야기 많이 듣죠? 그래가지고 어떻게 영업하나. 웃어요. 여자가 좀 방긋방긋 웃어야 상사가 데리고 다닐 맛이 나지."(M문고 부장)

한진주 대리는 업무상 만난 M문고 부장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런 부당한 말에도 바로 나설 수 없다. 회사가, 내가 몸담은 조직이 나를 지켜줄 거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통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문제적 존재'로 낙인찍힌다. 문제의 원인은 '가해자'이지만, 어째서인지 모든 책임은 '피해자'가 지게 되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사소한 불편, 한 사람의 예민한 성격 탓으로 문제의 책임을 돌리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로 원인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희박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를 보아도 말 한마디 못하고,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 피해자가 고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책임을 묻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과 문화에서 나오는 문제이기에, 드라마에서도 나오듯 올바른 성 인식 정착을 위해서는 조직에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사회에 그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문제를 문제로 봐오지 않은 그간의 인식이 만들어 낸 잘못된 문화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희롱은 주변인이 무시하지 않아야 바뀌는 문제다. '쟤는 왜 저렇게 예민해?'가 아니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이야기를 하지?'라고 생각하는 데서부터 문제 해결은 시작된다. 그렇기에 한진주 대리의 말은 곱씹고 곱씹으며 되새겨 볼 지점이다.

"불편하게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더 예민해져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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