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구타하다가 반발한 후임병에게 맞아 다쳤다면, 이에 대해 국가의 지휘감독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종광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국가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A씨는 육군 일병으로 복무하던 2017년 1월 같은 중대 이병이던 B씨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구타했다.
구타를 당한 데 화가 난 B씨가 A씨를 때렸고, 이로 인해 A씨는 다리가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얻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을 다치게 한 B씨와 국가의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와 국가에 70%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연대해 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따르면 A씨가 선임병이라 해도 후임병의 태도가 잘못됐다고 폭행하거나 권한 없이 명령·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며 "그럼에도 위법하게 B씨를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한 폭행에 순간적으로 흥분한 B씨가 A씨를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것으로, 이는 우발적인 싸움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지휘관들이 전혀 예견할 수 없던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싸움에서 생긴 A씨의 상해에 대해, 가해자인 B씨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더라도 그 관리·감독자인 국가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A씨는 B씨가 이른바 '관심병사'로서 집중적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B씨가 관심병사라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