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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성(性), 그리고 우리 사회…'킬 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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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연째 검증된 연극…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연극 '킬 미 나우' (사진=연극열전 제공)

 

장애를 가진 아들과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킬 미 나우'(연출 오경택, 제작 연극열전)가 다시 관객을 찾았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연극 '킬 미 나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킬 미 나우'는 장애를 겪는 이와 그를 돌보는 가족의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고민을 관객들에 토로한다. 특히 장애라는 영역이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그 영역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성(性)과 장애,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킬 미 나우'는 우리가 그동안 애써 모른 척하며 살아 왔던, 또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회의 이면이 결국 우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리며 거부할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한다.

연출을 맡은 오경택 감독은 "사회에서 점점 장애, 여성, 성 정체성에 대한 소수의 이야기들이 예전보다 더 공론화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회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갈등의 모습들과 의견의 엇갈림들 이런 것들이 현대적인, 시대적인 흐름에 있어서 (작품이) 더 전달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관객들이 슬펐다, 연기 잘했다 이런 지점을 넘어서서 장애, 죽음 이런 지점들에 대해서 훨씬 더 생산적 논의를 하고, 그런 어떤 이슈들에 대한 찬반, 갑론을박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 상당히 고무적인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극 중 제이크 역을 맡은 장현성 또한 "등장인물들이 다 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사람들이고, 일반 시민들 누구나 다 영역에 노출 될 수 있다"면서 "애써 모른 척 살아가지만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들을 공론화하고 적극적으로 얘기 나눠보고자 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극 '킬 미 나우' (사진=연극열전 제공)

 

같은 역을 맡은 배우 이석준은 '킬 미 나우'의 초·재연부터 삼연까지 제이크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석준은 "초연 때는 장애와 장애인의 성, 불륜 등 부딪히는 부분들이 되게 많았고 고민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바라보는 입장에선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우리 걱정보다 빠르게 흡수했다"면서 "시대가 지나갈수록 우리가 뭔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폭이 넓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극 '킬 미 나우' (사진=연극열전 제공)

 

'킬 미 나우'에는 우리 사회에서 불편할 수 있는 중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제이크의 연인 로빈 역을 맡은 배우 양소민은 "작품을 관객으로 처음 보러 갔을 때 로빈이라는 여성이 자기 인생을 불행하게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제이크 가족을 만나고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용기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육체적인 장애와 정신적인 아픔을 가진 인물들 속에서 관객들은 이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무언가 선택하고 결정해야만 하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진실을 마주한다.

연극 '킬 미 나우' (사진=연극열전 제공)

 

선천성 장애로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독립을 꿈꾸는 사춘기 아들 조이 역은 배우 윤나무와 서영주가 맡았다.

이석준과 함께 초·재연을 같이 했던 윤나무는 '킬 미 나우'에 대해 "아직까지 유효한 이야기고 앞으로도 해 나가야 하는 이야기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캐스트를 만났기 때문에 훨씬 새로울 거란 기대감이 있었고, 3년의 시간 동안 윤나무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연기에 투영시키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서영주는 "신체적인 연기보다는 감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조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연기를 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답했다.

연극 '킬 미 나우' (사진=연극열전 제공)

 

제이크의 여동생이자 조이의 고모인 트와일라는 배우 임가희와 문진아가 맡았고, 조이의 유일한 친구인 라우디 역은 배우 이시훈과 김범수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극 중 트와일라는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이다. 장애를 가진 조카를 아들처럼 사랑하고 열살 차이의 오빠를 존중하고 간호하며 헌신한다. 하지만 그녀도 가슴 속에 이별이라는 드러나지 않는 아픔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임가희는 "모든 순간이 아프고 그랬는데, 트와일라 삶을 연기하다 보니까 아픈 것보다는 행복한 것이 더 많았다"면서 "아픈 상황이지만 서로 살아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상황은 굉장히 아프게 돌아가지만 트와일라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문진아는 "대본 리딩 때부터 연습할 때까지 보통의 삶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하는 트와일라라는 인물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연기를) 하다보니 곁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행복하더라. 오빠(제이크)를 생각해서라도 마지막 그 결정을 존중해줄 수 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많아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항상 밝고 경쾌한 이미지의 라우디 역시 내·외면에 상처를 지니고 있다. 스스로가 자신을 돌봐야 했던 라우디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그 상처를 숨긴 채 살아간다.

이시훈은 "라우디가 앓고 있는 장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무서운 점이 있었고, 또 안다고 깊이 표현한다는 것도 폐라고 생각했다"면서 "장애 표현 자체에 대해 많이 두렵기도 하고 이게 정말 괜찮은가 맞는 건가 하는 그런 고민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범수는 "대사 속에서 나타나듯 라우디가 상처 많지만 힘든 상황 속 웃음으로 이겨내려고 하는 지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하고 있다"면서 "훌륭하신 선배님들 사이에서 공연한 것들이 되게 감사하고 좋은 순간이지만 동시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2012년 이후 오랜만에 연극무대에서 관객을 찾는 장현성은 연극이라는 작품의 한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며 당부를 전했다.

"연극이나 영화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관객이 찾아 보기가 힘듭니다. 저도 관객 입장에서 너무 좋은 작품을 보면 조금 더 소개가 됐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고, 연극이 성의가 없는 부분이 있으면 질책은 달게 받겠지만, 삼연까지 한 공연은 괜찮은 공연이고 연극판 안에서 소문난 것이 맞는데 관객들이 많이 모릅니다. 두시간 공연하는데 단 1초도 고민이 안들어 간적이 없습니다. 여기 있는 배우들이 고민을 쥐어짜서 아주 밀도 있는 공연을 준비했으니, 많은 분들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 도드라지지 않고 불편할 수 있는 진실을 화두로 던진 연극 '킬 미 나우'는 지난 2016년 처음 무대에 올라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솔직하게 잘 풀어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초연의 성공에 힘입어 2017년 재연때도 큰 화제를 끌었다.

올해는 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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