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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수사외압' 결론에도 민갑룡 "청룡봉사상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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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재조사 결과 '조선일보 수사외압' 드러났지만…
민갑룡, '올해도 조선일보와 경찰특진상 강행' 입장 공표
"심사 절차 개선안 마련했다"지만 …'무늬만 개선'
'특진 혜택·공동 심사' 그대로…경찰 인사 개입 논란 불가피
정치권·시민사회 비판 목소리 거세질 듯…22일 기자회견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 관련 경찰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결론이 나온 가운데서도 민갑룡 경찰청장은 올해도 조선일보와 청룡봉사상 시상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외압의 주체로 지목된 조선일보의 경찰 인사개입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결국 경찰이 여론보다는 '언론 권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오지만, 민 청장은 예정대로 다음달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공표'했다.

◇ 민갑룡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경찰청장 참석은 관례…올해도 참석"

민 청장은 21일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시상식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동안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는 계속 경찰청장이 참석해서 시상을 했기 때문에 참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자연 사건 수사지휘를 맡았던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해 당시 조선일보 측이 전방위적으로 외압을 가했다는 내용의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지 하루만에 밝힌 입장이다.

지난 1967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심사해 경찰 특진자를 선정하는 상이다. 최근 CBS 연속보도로 '언론사가 경찰 특진을 결정짓는 게 적절한가'라는 물음표가 커지고, 이 상을 둘러싼 경찰과 조선일보 간 유착 의혹도 불거지면서 폐지 여론이 커졌다.

특히 장자연 사건의 핵심 의혹 당사자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009년 4월 관련 경찰 조사를 받고, 두 달도 안 된 그해 6월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참여해 경찰 특진자들에게 상을 줬다. 그해 청룡봉사상을 수상한 당시 경기청 광수대 소속 경찰관이 장자연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청룡봉사상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민 청장은 "(최근) 공정하고 또 객관적인, 국민들께서 우려하시는 (언론의 경찰 인사개입) 영향을 받지 않는 심사 절차를 마련했다"며 "그것에 의해 금년도 시상은 이뤄질 계획"이라고 답했다.

◇ "국민 우려 반영해 개선안 마련했다"지만…'무늬만 개선'

그러나 민 청장이 마련했다고 밝힌 '개선안'은 근본적으로 유력 언론의 경찰 인사개입과 유착 우려를 불식할 수 없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진자 예비심사 단계에서만 조선일보 인사들을 배제했을 뿐, 결정이 내려지는 최종심사에는 그대로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무늬만 개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룡봉사상 심사 절차는 △지방청 특진심사위원회 △예비심사 △현지실사 △본심사(최종심사) 등 4단계다. 기존에는 두 번째 단계인 예비심사부터 조선일보가 참여했는데, 앞으로는 마지막 최종 단계만 참여하도록 한다는 게 경찰청 개선안의 골자다.

이번 개선 작업 실무총괄자인 경찰청 정영오 인사담당관(총경)은 "조선일보와 경찰이 공동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확 줄였다"며 "마지막 최종 심사는 수상자의 2~3배수 후보를 놓고 진행한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은 총 8명(내부 4명·외부 4명)이다. 내부 위원은 경찰청 차장과 경무인사기획관, 조선일보 편집국장, 사회부장 등 경찰과 조선일보가 2명씩 참여한다. 기존에는 나머지 외부위원 4명 중 3명을 조선일보가 추천했는데, 앞으로는 2명씩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수상 당락을 결정하는 최종 심사에 조선일보가 참여하고 심사위원도 경찰과 동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경찰 인사에 조선일보가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민 청장은 "제복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정, 당사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된 시상 프로그램이기에 그런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민 우려를 해소시키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고민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향후 개선 여지는 열어놨다.

다만 "여러가지 조율을 해야 하기에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 여론보다 '언론권력' 눈치…시민사회 단체행동 나선다

경찰 내부에서는 민 청장의 답변을 두고 "경찰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찰이 유력 언론의 영향력 하에 종속되길 자처했다는 취지의 외부 비판과 맥을 같이 하는 반응이다.

실제로 '포상 유지' 방침이 결정된 이유와 관련해 경찰청 고위 간부는 "조선일보 측은 경찰이 아닌 다른 공무원도 언론사들과 함께 (승진 관련) 합동심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우리만 합동심사에서 배제하느냐는 입장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실무접촉 과정에서 있었던 조선일보의 반발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검찰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재조사 실무를 맡았던 대검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 '청룡봉사상 수상 경찰관의 1계급 특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들도 오는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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