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사진=자료사진)
배우 고(故) 장자연 씨 사망 의혹과 관련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의 13개월간 재조사 끝에도 결국 실체 규명에는 실패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20일 장자연 사건 의혹의 핵심인 '성접대 강요 의혹' 등에 대해 수사 권고를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재조사를 마무리했다.
과거사위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2009년 수사가 미진했고, 술접대 경위·일시·장소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제기했던 '특수강간' 의혹은 참고인들의 진술만으로는 구체적인 가해자·범행 방법 등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어 수사 권고까지 가지 못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장자연 사건'의 의혹에 대한 재수사권고는 어렵다는 판단을 골자로 한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특히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서 과거사위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장자연 문건을 직접 봤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조사단이 '리스트' 실물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간 소위 말하는 장자연 리스트를 두고 핵심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와 그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두고 애먼 곳에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지오의 책 '13번째 증언' 출판을 계기로 인연을 맺고 도움을 줬던 김수민 작가는 윤지오의 진실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김 작가는 "윤지오가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한다"며 윤지오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친밀했던 사이는 의혹으로 갈라섰고, 결국 김 작가는 박훈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윤지오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장자연 리스트를 최초 보도한 김대오 기자 또한 "윤지오가 장자연 문건을 제대로 봤을 리가 없다"며 의혹을 더했다.
박 변호사는 윤지오 진술의 신빙성 의혹에 더해 그가 모금한 후원금 용처 등에도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공방 사태는 커져만 갔다.
윤지오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윤지오 또한 캐나다로 출국하며 맞고소를 예고했고, 출국한 뒤에도 '거짓말 논란'을 낳았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장자연 사건은 유력 증인인 윤지오의 아리송한 행보와 진술 신빙성 논란이 확대되며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얼룩졌다.
특히 윤지오는 과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자신의 SNS에 휴식을 갖겠다고 밝혔다. 장자연 사건의 유력 증인으로 최종 조사결과에 귀 기울이고 '거짓 논란' 등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을 해소해야 할 상황에서 나온 휴식 발언은 다소 의문스럽다.
윤지오는 "저는 이제 일정이 끝났다.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잠시 가지려 한다. 늘 고맙고 감사하고 최송하고 또 감사하다"면서 "절 미워하든 응원하든 모두 귀한 분들이니 건강과 행복이 따르길 기원하고 기도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악한 일을 행한 자들은 반드시 처벌받고 그 후에 여생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길 매일 같이 기도드린다"면서 "저의 진심이 하늘에 전해졌으면 또 당신에게 전해지길 간정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윤지오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수민 작가 또한 조사위 발표 후 글을 올리며 심경을 전했다.
김 작가는 "실존하는 리스트는 없으며, 과거사위에도 윤지오가 말한 그 리스트는 본 적이 없고, 2009년부터 나왔던 수사대상자 명단, 고인의 문건에 나왔던 이름 등을 토대로 지금껏 80명을 넘게 불러서 조사를 했지만 10년 전 전화목록 기록이 사라져 버린 상태고 증거도 없는 상태라 사실상 수사 권고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조사위 발표를 전했다.
이어 "도대체 윤지오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는가, 네가 원하는 걸 다 이루고 가니 만족하는가. 천벌을 받을 인간아"라고 썼다.
결국 장자연 사건의 재조사는 시효·증거 등의 한계로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고 또 다른 피해자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국민적 관심과 기대감을 모았지만 결국 또 '미제'로 남게 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자연 사건의 실체 규명에는 실패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평가한다. 당시 '술접대 강요 정황이 있었음에도 미진하게 수사를 했다'거나, '조선일보 외압 정황 등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과거사위는 "술접대 강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기소처분했다"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해 (일정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 스케쥴이 방상훈 사장과 무관하다는 점에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하거나, 이를 확인한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수사가 미진했음을 지적했다.
또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점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이날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과 억측에 근거해 마치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발표한 검찰 과거사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 사실을 바로잡고 조선일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반박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