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빙점(氷點)과 융점(融點)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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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빙점(氷點)은 용서에 관한 얘기다.

유괴범의 딸을 입양하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까지 담긴 이 소설은 애증이 얽힌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해법은 결국 '용서'에 있다는 점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잡화점이 너무 번창해 이웃의 삶에 지장을 주자, 규모를 줄이고 남는 시간에 글을 썼다는 저자 미우라 아야꼬의 품성이 녹아있다.

5.18 기념식에서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대표와 악수를 나누지 않고 지나친 사건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사진=민경욱 페이스북 캡처)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이 모습을 보고 발끈해, 김정은과도 공손하게 악수하던 영부인이 황 대표는 외면했다며 섭섭한 감정을 SNS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청와대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악수를 하지 않고 지나쳤고, 대통령을 급하게 따라 움직이다 보니 벌어진 일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서도 '구제불능' '어이없고 철없다'같은 단어를 써가며 날카롭게 대응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정숙 여사의 행동에는 의도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악수를 나누는 것은 1-2초 정도면 충분하고,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관계가 좋지 않은 제 1야당의 대표라면 일부러 찾아 가서라도 인사를 건네는 것이 훨씬 원만하고 정치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 여사의 행동은 적절한 처신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자유한국당 역시 황교안 대표에 대한 김정숙 여사의 싸늘한 반응이 섭섭할 수 있지만, 굳이 김정은 위원장과 비교하며 색깔론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지나친 처사로 보인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물론 최근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장외집회에 나서면서, '좌파독재', '헌법파괴'같은 격한 언사는 물론 '달창'이라는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수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잇다.

여기에 5.18 망언자들에 대한 징계문제, 사사건건 국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안타까움까지 더해지면서 냉각될 대로 냉각된 여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해법을 찾기 난감할 정도로 굳어진 여야관계가 언제 해소될지 국민들은 불안하고 지쳐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호프미팅을 가진다고 한다. 꼬일 대로 꼬인 정국에 5.18 기념식 해프닝까지 더해지면서 풀어야할 숙제가 하나 더 얹어졌다.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의미에 대한 해석도 여야 각각 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무정치'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빙점(氷點)은 물이 어는 온도이기도 하지만, 얼음이 녹는 융점(融點)이기도 하다.

얼어붙은 정국을 녹일 수 있는 배려가 이날 부딪치는 맥주잔에 녹아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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