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재미있는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자신의 배구를 전수했다.(사진=연합뉴스)
때로는 무서운 선생님처럼, 때로는 재미있는 오빠처럼. 라바리니 감독은 ‘천의 얼굴’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쫓아다닌다. 한국 배구 ‘최초’의 ‘외국인 지도자’인 동시에 이제 갓 마흔을 넘긴 ‘젊은’ 지도자다. 뿐만 아니라 ‘선수 경력이 없는’ 지도자라는 점도 독특한 경력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7일 입국 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확고한 도전 목표를 가진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고 있다. 입국 후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던 그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를 위한 출국에 앞서 16일 공개 훈련을 소화했다.
예정된 60분을 훌쩍 넘긴 90분의 훈련을 공개한 그는 분명 한국 여자배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지도자였다.
이날 라바리니 감독은 계속해서 선수들의 훈련 진행을 중단했다. 통역을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뒤 훈련이 재개됐다. 이런 장면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선수들에게 엄지를 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여주는가 하면, 때로는 다시 훈련을 중단한 뒤 설명을 반복하고 같은 장면을 반복하기도 했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선수들은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두고 ‘자기의 색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은 “라바리니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배구를 대표팀 구성원이 소화하는 모습을 원한다”며 “선수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는 즉시 훈련을 중단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준다”고 소개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과 첫만남부터 라바리니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대표팀에 뽑힌 세터 이효희와 불과 1살 차이인 라바리니 감독이지만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은 단호했다.
하지만 그는 ‘채찍’만 드는 지도자는 아니었다. 비록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 약간의 시차는 필요했지만 농담을 섞어가며 선수들과 즐겁게 훈련을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훈련 도중 두 팀으로 나뉜 선수들이 경기 상황을 두고 설전을 벌이자 취재진의 영상 촬영용 카메라로 찾아와 마치 비디오 판독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장난기도 볼 수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100% 전력을 다할 수 없는 VNL 초반 일정이지만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하며 자신의 구상대로 경기력을 맞춰가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오는 19일 출국해 마지막 5주차 국내 일정 전까지 세르비아와 중국, 미국, 이탈리아를 거치는 한 달간의 긴 원정을 소화하며 ‘라바리니 배구’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