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박종민 기자)
김학의(63) 법무부 차관이 한밤에 해외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지 55일 만에 구속 갈림길에 섰다.
김 전 차관이 구속된다면 검찰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이 일어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그의 신병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구속 시도가 불발될 경우 과거 수사 부실 의혹 속에 시작된 검찰의 세 번째 수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김 전 차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수사 필요성이 있는지 심리한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58) 씨에게 3천여만원 상당 금품을 비롯해 1억3천여만원 상당의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관은 검사장으로 승진한 2007년 "승진을 도와준 인사에게 성의 표시를 하라"며 윤씨가 건넨 500만원을 받았고 이외에도 명절 떡값 등 명목으로 현금 2천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08년 초에는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 걸려있던 감정가 1천만원 짜리 서양화 한 점을 가져간 정황도 파악됐다.
김 전 차관은 또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윤씨가 여성 이모 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이 돈을 직접 받은 것은 아니라 검찰은 여기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김 전 차관의 구속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씨와 보증금 분쟁을 겪은 이씨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 들어가 김 전 차관을 모시라'는 윤씨 지시를 받았고, 이후 2006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매주 2∼3차례 김 전 차관이 오피스텔로 찾아왔다고 주장해온 여성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와 동영상 촬영이 일어났다며 2014년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부분도 '액수가 특정이 안 되는 뇌물'로 적시했다. 윤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 등 여성 6명 이상이 성접대를 하도록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성접대 장소를 원주 별장, 속초 골프장 내 숙소, 역삼동 오피스텔 등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2007∼2011년 사업가 최모 씨에게서 3천여만원 상당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용돈과 생활비 등을 대주며 일종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은 "윤씨를 모른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오래전부터 사업가 최씨를 알고 지낸 점 정도만 인정했다고 한다.
구속심사 때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5년 말경부터 윤씨와 알고 지냈다는 다수의 진술과 정황이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에 뇌물 혐의만 포함하고 핵심 혐의인 성범죄는 제외했다.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이라는 난제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검찰은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일단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