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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막을까 세금을 아낄까…반복된 '서울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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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시내버스가 파업에 들어갈까 마음 졸이는 일은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대부분의 시내버스 기사들이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게 된 올해는 버스노조의 파업투쟁이 전국적으로 범위가 확산돼 그 파장이 더 커졌을 뿐, 시민들이 노사간 밤샘협상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건 여느 해와 마찬가지였다.

2천만명이 몰려사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도시들이 파업 가시권에 들어간 이번주 정부는 물론 해당 지자체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시민의 발'로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버스파업이 국민생활에 커다란 파장을 미칠 건 뻔한 일이었고 또 파업이 주 52시간제 본격시행에서 비롯됐던 만큼 정부는 사태수습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경기도는 14일 요금 200원 인상으로 파업이 철회됐지만 주 52시간제와 무관했던 서울시는 버스기사 평균임금이 전국 최고수준인 400만원에 이르는데다 '임금인상'이 노사간 주요쟁점이어서 타 지역에 비해 쉬운 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시 버스노사는 노사협상 시한을 불과 1시간여 남겨둔 상황에서 임금을 3.6%올려주는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가까스로 버스 파업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파업을 막느라 노조에 적지 않은 양보를 하는 바람에 서울시가 지불할 세금액수는 커졌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서울시는 현재의 준공영제 버스시스템 운영을 위해 매년 버스회사의 적자를 예산으로 메워주고 있는데 그 규모가 2500억여원이다. 여기에 2019년 임단협에서 400억원이 추가돼 시 예산 2500억원 외에 추가로 330억원을 더 투입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서울시가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파업을 막아내고 시민불편을 덜어준 건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파업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서울시의 확고한 방침이 노출되면서 쉽게 풀어갈 수도 있었던 협상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연합뉴스)

 

노사간 2차 조정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시 안팎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협상상황을 관리한다거나 파업은 절대 안된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돌았고, 이를 시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받아들인 노조측이 어떤 행동을 하고 나왔을 지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15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 시장까지 협상장에 머물면서 가급적 파업은 막고자 했다"며 "가능하다면 파업을 않는게 조합도 시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 파업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건 평가받을 일이지만 노조에 '마지노선=파업저지'가 인식되는 순간 협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노사협상은 모든 게임 가운데서 가장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지점으로, 상호간 압박과 폭로는 물론 치킨게임까지 서슴지 않는 '제로섬게임'이기 일쑤인데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패를 드러내는 건 협상에 치명적이다.

버스노조 협상단이 14일 밤 늦은 시각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나 울산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파업을 유보하거나 의견접근을 이룰 때 유독 서울시 노조만, 그것도 근무여건 전국 1위라는 서울시 노조만, 파업을 배수진 삼아 시에 대해 고강도 압박전략을 편 점, 임금 인상률이 시 협상안을 크게 상회한 것들이 주도권을 놓친 흔적으로 읽힌다.

버스노조는 물가상승률과 서울의 생활물가 등을 거론하며 5.98% 인상을 요구했고 서울시 협상안은 2.2%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공무원 임금인상률 '1.8%+알파' 정도가 적절할 걸로 봤지만 52시간과 맞물리면서 국민적 걱정거리로 비화됐고 시 입장에서는 파업사태가 오는 걸 기본적으로 막는게 좋겠다 판단했다"고 양보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만 파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대한 우려도 읽히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대구 4%, 인천6% 등 다른 곳과 비교해 서울시의 3.6%인상은 금액면에서 타 시도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예산 1~2%가 중요한 건 아니다. 최상의 서비스에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올 리도 없다. 시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시가 협상에서 보다 유연한 전략을 채택하지 못한 채 노조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혈세를 아낄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없앴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올해도 파업을 막을까 예산을 아낄까 서울시의 딜레마는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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