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문 둔화 추세가 다소 완만해졌지만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은 13일 펴낸 '5월 경제동향'을 통해 "소매판매액의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지만 투자와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KDI가 경기 상황을 '둔화'로 판단한 건 지난달에 이어 두 달째다. 앞서 KDI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개선 추세'란 판단을 내려오다 11월부터 '둔화'로, 또 지난 4월엔 '부진'으로 수위를 조정했다.
KDI는 "3월 서비스업생산은 여전히 저조하지만 소매판매액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소비의 둔화 추세가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3월 서비스업생산은 0.6%의 증가율을 기록, 전월의 -0.4%보다는 높았지만 1~2월 평균인 1.0%보다는 낮았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전월(7.7%)에 이어 9.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각각 1.6%와 3.3% 감소한 때문이다.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4%로 1~2월 평균인 1.3%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비내구재(3.4%)가 화장품(13.9%)을 중심으로 전체 소매판매액 증가를 견인했다. 내구재와 준내구재는 각각 0.2%와 2.6% 증가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1.7%로, 지난해 3분기의 3.8%나 4분기의 3.0%)를 밑돌았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6을 기록, 기준치를 웃돌았다. 소매판매액지수와 관련이 깊은 소비재수입도 11.6%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비와 달리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모두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계속됐고, 건설투자는 건설기성의 감소폭 축소에도 선행지표가 여전히 저조했다.
기계류 설비투자가 전월(-29.0%)에 이어 또다시 20.0%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설비투자와 관련이 높은 특수산업용기계는 43.7%나 감소했다. 운송장비도 4.2% 감소했지만, 전월의 -20.1%보다 감소 폭을 줄였다. 1분기 전체로도 3.5%의 감소세를 기록, 지난해 4분기의 0.2% 증가율에 못 미쳤다.
3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과 토목부문 모두 감소폭이 줄어 전월의 -12.2%보다는 다소 완화된 –2.9%였다. 토목 부문은 전월의 -21.3%에서 -9.2%로 폭을 좁혔고, 건축 부문은 -9.3%에서 0.5% 증가세로 바뀌었다.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로 감소세가 둔화됐지만, 하루 평균 수출액의 감소폭은 확대됐다. 4월 수출은 –2.0%로 전월의 -8.2%보다 감소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5.8%로 전월의 -4.5%보다 저조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3.5%, 석유화학 -5.7%, 석유제품 -2.6%였다. 반면 자동차는 5.8%, 선박은 53.6% 각각 증가했다. 3월 수출물량지수는 전월의 -3.3%와 비슷한 –3.0% 증가를 나타냈다.
수입은 자본재가 14.8% 감소했지만 소비재(8.1%)와 중간재(6.7%)는 증가하면서 전월의 -6.7%보다 높은 2.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전년동월의 61억 6천만 달러보다 축소된 41억 2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3월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생산이 소폭 증가에 그친 데다, 광공업생산도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며 전월의 -1.9%에 이어 감소세(-0.7%)를 이어갔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출하가 전월의 -5.2%에서 -3.3%로 감소세를 이어갔고, 수출출하도 같은 기간 0.2%에서 1.0%로 소폭 증가에 그쳐 -1.5%를 기록했다.
KDI 관계자는 "제조업 가동률도 비교적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에 이어 계속 하락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