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도시 버스노조들이 파업 찬반투표에서 90% 안팎의 비율로 가결된 가운데 10일 서울 중랑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버스 노·사는 14일까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게 되며, 합의가 안되면 노조는 15일 곧바로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종민기자
한국노총 산하 버스노조가 예고한 버스 총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주체들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전국 단위 버스 파업이 현실화 될 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휴일인 12일 합동 연석회의를 갖고 버스는 시민의 발이며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운행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데 그쳤다. 버스가 지방사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은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등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지자체가 버스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요금인상으로 생기는 재원으로 주 52시간제 실시에 따른 인력 추가 채용, 임금 감소분 등의 문제를 해결라는 것이다.
하지만 버스노조는 중앙 정부의 책임 회피를 비판하고 있다. 지자체가 버스 요금을 올려봤자 단기적인 미봉책일뿐 내년, 후년 등에 나타날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못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체계에 관한 궁극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위성수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정책부장은 CBS와 통화에서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유럽을 봐도 런던은 버스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 가운데 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7.5%인데 서울은 90%에 이른다"며 "국가에서 유공자 할인, 무료탑승은 하라고 하면서 지원은 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자체 가운데 키를 쥐고 있는 경기도의 입장도 자동차 노련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승할인 등에 따른 손실분을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특히 대중교통 체계가 서울과 연결돼 있는 만큼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면 서울시가 인상하지 않은 부분을 다 떠안게 된다며 서울시와 동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지자체간 신경전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52시간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한 자신들과 달리 경기도는 제대로 안하고 있다가 파업이 임박해서야 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불편해 하고 있다.
또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올릴 경우 환승할인에 따른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후정산 방식으로 보전해 줄 수 있다며 현상태에서 요금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파업에 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해소 방법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노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신경전도 벌어지는 가운데 파업 예고 시한을 이틀 앞둔 13일부터 버스 파업 관련 주체들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노련 위성수 부장은 "주말에 별도의 노사 교섭은 없었다"면서 "14일 조정회의에서 공익위원 중재하에 교섭을 진행해서 합리적인 안이 나오면 받아들이겠지만, 결렬되면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규모가 크고 상징성이 있는 서울시는 버스 파업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국 버스들이 서울 버스처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서울 버스 노동자들의 요구도 다르다"며 "파업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경기도 버스 노사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정부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취약지역에 전세·공공버스를 투입하는 한편, 도시철도 증편 운행과 택시부제 해제 등의 방안이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