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탈세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가 구속심사에 출석한 25일 클럽 아레나 현관의 모습. 이한형기자
클럽 '아레나'의 탈세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해외 도박사이트를 이용한 대규모 돈세탁 정황을 발견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불법 도박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아레나 '바지사장' 임모씨(구속)와 김모씨를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해외 불법 베팅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수억원대 판돈을 걸며 도박을 일삼은 혐의다.
경찰은 두 사람이 단순히 유흥 목적에서 도박을 한 게 아니라, 아레나 자금을 우회적으로 세탁할 속셈에서 도박을 벌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계좌 수십개를 동원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에 베팅하고, 이 과정에서 입·출금을 반복하며 탈세한 아레나 자금에 대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는 수법이다.
조사 결과 임씨와 김씨 모두 범행에 계좌 20여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임씨의 계좌 1개에서만 27억원 상당, 김씨의 계좌 1개에서는 약 1억 4천만원의 도박 자금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두 사람의 모계좌를 토대로 계좌 40여개를 순차적으로 추적 중이다. 계좌 1개에서만 30억원에 달하는 도박 자금이 포착된 만큼 전체 불법 자금 규모는 적어도 수백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애초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하다가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넘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도박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편의와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세청은 클럽 아레나가 현금거래를 주로 하면서 매출을 축소하고, 종업원 급여를 과대 신고하는 등 방법으로 세금 162억원을 포탈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3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혐의로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씨와 바지사장 임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불법 도박 혐의를 받는 또 다른 바지사장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