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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논란, 14년 만에 위헌법률심판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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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유해용 피고인 재판부, 심판제청 여부 검토중
제청 시 사법농단 재판 '올스톱' 가능성
기각 땐 "법원이 최근 입법 논의 못 따라가" 비판 받을 듯

(사진=노컷뉴스 DB)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이하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연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새로 설치하거나 직접수사권·수사지휘권 일부를 뺏기는 것보다도 검찰 피신조서를 경찰의 피신조서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에 더 큰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법원도 검찰 피신조서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개인이 헌법소원을 낼 경우 헌법재판소는 14년 만에 피신조서의 위헌성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된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연구관)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있다.

유 변호사가 지난달 10일 공판준비기일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법원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피의자 신분일 때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가 잘못됐다고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거나 부인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조항이다.

오직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에 대해서만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하 특신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을 인정해 증거능력을 준다. 검사 이외에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피신조서는 재판에서 피고인이 "(조사받을 때) 잘못 말했다"고 번복하면 증거가 되지 못한다. 이에 검찰 피신조서를 두고 다른 수사기관과의 차별(검찰 권력 집중) 문제는 물론이고 인권 침해, 공판중심주의 방해 등 여러 논란이 제기돼 왔다.

재판부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검토하고 해당 조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 한다. 형사28부는 오는 27일 유 변호사 사건의 첫 정식 공판을 앞두고 제청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재판부가 제청하기로 결정할 경우 유 변호사 재판은 헌재에서 위헌 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정지되는 재판은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건에 한하지만 피신조서 문제는 모든 형사사건에 연관된 만큼 다른 형사재판에도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인 '사법농단' 사건들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유 변호사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다른 재판부에도 피신조서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빗발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농단 관련 재판이 사실상 '일시정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다만, 같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판단은 개별 재판부의 몫이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9년에도 여러 재판부에 야간집회 금지 조항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접수됐지만 재판부별로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법원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고도 종국재판 외에 다른 소송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

유 변호사 사건의 재판장인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변호인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자 "이런 힘든 결정을 재판부에 맡기고, 변호인들은 좋겠다"며 난감함을 표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재판의 긴급성과 중대함을 들어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해버리기에는 이미 사회적인 논의가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피신조서 관련 형소법 제31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5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 4명은 해당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정해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했다.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윤영철·권성·김효종·이상경 재판관은 "검사의 피신조서만 '특신상태(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요건을 충족해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는 것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서도 증거능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검사가 피의자 조서를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조서 작성 시 변호인 참여 △피의자 신문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 등 다른 요건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합헌 쪽이었던 김경일·전효숙 재판관도 보충의견을 통해 "형사재판에서의 직접주의,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는 현실을 감안해 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년 전에도 헌법재판소가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문제를 인식한 셈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도 피신조서 문제가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재판부가 단순히 과거 판례를 들어 유 변호사의 신청을 기각하게 되면, 법원이 법리와 인권 측면에서 모두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여야 4당이 작성한 패트트랙 관련 합의문에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선 제한하는 것으로 변경하되 법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적혀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부의 제청 또는 기각 결정이 피신조서와 관련한 법원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제청키로 하면 대법원에서 다시 검토 후 헌법재판소로 넘기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법원이 검찰 피신조서의 위헌성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내게 되는 셈이다.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되면 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 따라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소원 청구 자체는 기존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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