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는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0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를 공동 주재한다.
이번 회의는 최근 한미 양국 정상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대북 식량지원 등이 주요 의제지만 북한의 전날 미사일 발사도 긴급 중요 현안으로 대두됐다.
발사체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와야 전망이 보다 뚜렷해지겠지만, 어찌됐든 북한의 군사행동이 닷새 만에 재연되고 강도도 세졌다는 점에서 식량지원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밤 TV 특별대담에서 북한에 대한 경고와 우려의 뜻을 밝히는 한편,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원포인트 회담을 야당에 제안한 것도 사안의 중대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까지 드러난 바로는 전날 발사체도 사거리가 각각 420km와 270여km로 단거리였다는 점에서 당장 유엔안보리 제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일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해 사거리가 짧고 북한 영해에서 이뤄졌다는 점 등을 들어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교통정리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도 전날 TV 대담에서 10년래 최악인 북한 식량난을 강조하며 식량지원 방침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동포들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외면할 수 없고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화를 열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아주 전폭적으로 지지를 표명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측의 성의에도 아랑곳 않는 북한의 태도에 국민 여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중도 진보적 성향으로 평가되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북한의 오판을 막고 국내와 미국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안보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보여준 태도로 볼 때는 식량지원을 흔쾌히 받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고, 심지어 보다 강도를 높인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도 예상된다.
만약 이럴 경우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미국이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며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긴박한 상황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