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안철수 전 의원을 대하는 바른미래당 인사들의 태도가 미묘한 흐름을 타고 변화하고 있다.
큰 흐름은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를 전후로 안 전 의원의 주가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정작 안 전 의원은 독일에 체류하며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 반대'를 놓고선 안 전 의원 측 일부 의원들이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와 손을 맞잡았다. 이동섭‧이태규 의원 등이다. 안-유 연합군은 김 원내대표를 퇴임시키는 과정에선 다른 국민의당 계열 의원인 이른바 'L4(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로 확장됐다.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자 이번엔 손학규 대표의 스탠스가 변화하는 것 같다. 안 전 의원의 복귀 필요 시점을 앞당기는 등 거리를 좁히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 6일 당원들과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안 전 의원의 총선 역할론(論) 등 등판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날 모임은 한 청년 당원이 SNS(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당원에 따르면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9월에 오고(귀국하고) 그가 원하면 당이 안철수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당이 유승민의 장이 될 수 있다고 했으나 유 전 대표는 합리적 진보를 배제했다", "안철수는 보수로 가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의 의중에 대해 "사퇴보다는 안철수가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향후 안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에 대해 손 대표가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전 의원이 총선 전 들어왔으면 한다는 입장은 그간 손 대표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인 안철수가 많이 성장했다. 2선 후퇴를 선언하고 떠난 만큼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말들이 손 대표의 주변에서 나왔었다.
안 전 의원의 복귀 시점에 있어 '무기한'에서 '총선 전'으로 좁혀진 셈이다. 손 대표 입장에선 안 전 의원의 총선 전 복귀는 공천권을 양보해야 하는 문제가 걸려 있어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를 띤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12일 오후 여의도 인근의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변함없이 응원해준 당원 동지와 지지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참패 뒤 손 대표 책임론과 함께 유승민-안철수 지도체제 필요성이 나왔을 때 손 대표가 "당내 분열을 획책하는 세력에게 경고한다, 징계하겠다"며 날을 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안 전 의원 측에 다가가려는 변화는 김 원내대표의 사퇴와 새 원내대표의 등장 등이 손 대표 체제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는 15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은 국민의당 출신 김성식(재선‧서울 관악갑),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재선‧서울 관악을) 의원 간 '관악 대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로선 김 원내대표의 부재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의미한다. 전체 9명의 최고위원회 중에서 자신의 신임을 지지하는 1명이 줄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 등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면서 호남계와 안철수계 인맥을 강화했다. 동시에 친위부대를 4명까지 확보했었는데 '김관영 불신임' 사태로 3명이 됐다.
남은 최고위원들의 성향은 엇갈린다. 하태경‧권은희(원외)‧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다. 정책위의장 몫의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은희 의원과 청년최고위원인 김수민 의원은 L4의 멤버로 손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손 대표에 대한 찬성 3명, 반대 3명, 관망 2명의 팽팽한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정치 성향에 따라 현 지도부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때문에 향후 원내대표 경선에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 전 의원 측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가까워진 유승민-안철수 측을 떨어뜨려 놓는 효과도 기대된다. 손 대표가 대권가도를 돕겠다고 안 전 의원만 콕 집어 말하게 되면 또 다른 대선주자인 유 전 대표는 고립된다. 바른정당계열 인사들은 손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원내대표든 당권이든 너희들한테는 안 빼앗기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