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패스트트랙 사태를 거치면서 심리적인 분당(分黨) 상태에 빠진 바른미래당.
정치권에선 찬반 양측이 결국 갈라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이 반발하는 반대파를 쫓아낸 뒤 교섭단체 붕괴 상황을 민주평화당 등 호남계를 끌어안아 만회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반면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 계열과 반대파 중 국민의당 계열 의원들은 쫓겨나는 신세가 돼 자유한국당에 흡수될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양측의 힘의 균형은 팽팽하다. 연일 장군멍군 하는 식으로 여론전을 주고받고 있다. 최근 당권 경쟁을 지켜보는 한 당내 인사는 "야구경기 같이 전개되고 있어서 9회말 2사 상황까지 승패를 알 수 없게 됐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상황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배경에 이른바 'L4'가 있다. 이는 분당이냐 당권 교체냐의 갈림길에서 당내 의원들이 캐스팅보터를 쥔 여성(lady) 의원 4인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권은희 의원. (사진=연합뉴스)
L4의 멤버는 권은희(재선‧광주 광산을), 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상 초선‧비례대표) 의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옛 국민의당 출신이다. 패스트트랙 표결에서 찬성표를 행사했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를 불신임하기 위한 사전 의결에서도 찬성했다.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김 원내대표 입장에선 자신에게 동조했다가 의견을 반대로 바꾼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패스트트랙과 차기 지도부 구성의 각 사안에서 결을 달리 접근하면서 당내 세(勢) 대결의 균형추도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패스트트랙 찬반 표결 당시 찬반이 12: 11로 엇갈렸다면, 김 원내대표 해임 의견에선 찬반이 15: 9가 돼 상황이 역전됐다.
때문에 김 원내대표로부터 공개적인 지적을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이 임명한 부대표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 대해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금 아쉬운 것은 우리 당 비례대표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들을 향해 "차기 총선에서 기호 2번을 달 것이냐, 3번을 달 것이냐"고 추궁했다. 내심 패스트트랙 반대파는 향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세력이라는 주장을 깔고, 그것에 동조할 것이냐는 이의제기로 L4에 대한 아쉬움이 담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김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의총은 8일 오후에 예정됐다. 김 원내대표의 이의제기에 대해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으로 가지 않겠다. 그러니 즉각 사퇴하라"고 맞받았다.
L4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의원은 권은희 의원이다. 때문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집중 마크를 받았고, 이후 내분 상황에서는 집중 견제도 받고 있다. 김 원내대표 해임안을 낸 바른정당계 의원 8명과 국민의당계 7명을 대표해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나설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손학규 대표도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권 의원의 당직인 정책위의장 해임 검토가 그렇다.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이기 때문에 손 대표로선 최고위에서 반대파의 숫자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권 의원을 제외한 다른 L3도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합쳐진 연합군에서 정치적 접점을 찾고 있다. 권 의원에 대해선 "호남에서 개혁보수로 당선되겠다"고 했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김삼화 의원에 대해선 양 계파가 혼재됐던 조강특위에서 바른정당 출신이었던 이지현 전 최고위원을 제치고 강남병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됐던 만큼 폭넓은 정치 스펙트럼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