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자료사진 (사진=이한형 기자)
정부가 7일 고양시 창릉과 부천시 대장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함에 따라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 입지가 모두 확정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을 첫 발표하고 같은달 1차(17곳, 3만5천호), 12월 2차(41곳 15만5천호) 입지를 공개한 데 이어, 남아있던 나머지 11만 가구의 입지와 공급일정이 마무리 된 셈이다.
당초 오는 6월말 쯤으로 예상됐던 발표 시점이 한 달여 이상 앞당겨진 것에 대해 국토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원할하게 마무리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 낙폭이 둔화되고 호가 재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와 입지 보안 문제를 고려해 공개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무엇보다 서울 접경지역과 평균거리가 1km이내로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곳이다.
또한, 두 곳 모두 서부 수도권으로 지난해 12월 발표됐던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등 동부권 위주 입지와의 지역 안배를 고려한 모양새다.
일산 신도시(1574만㎡)의 절반 크기인 고양 창릉지구(813만㎡, 3.8만호)는 택지를 중심으로 인근에 원흥, 지축, 삼송지구와 은평뉴타운, 향동·덕은지구가 둘러싸고 있어 추가 개발 압력이 높은 지역이다.
판교제1테크노밸리의 2.7배 규모인 135만㎡의 자족용지와 경의중앙선 외에도 지하철 고양선(14.5㎞, 새절역~고양시청) 신설, GTX-A노선 연결 등으로 여의도, 용산, 강남을 25~30분내 주파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이에따라, 일산 1기신도시 주택 교체수요 유입과 수도권 북부 20~40세대의 내집마련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천 대장지구(343만㎡, 2.0만호)는 남단인 경인고속도로 좌우로 펼쳐진 택지로 주변에 계양테크노밸리와 서운일반산업단지 등 자족기능이 밀집해 있고, 김포국제공항과 강서 마곡지구가 가까운 위치다.
이에따라, 부천 대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마곡지구와 계양테크노밸리 등을 피해 이주하는 수요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천과 인천 계양구 등 노후주택 비중이 큰 곳의 신규 주택 선호 수요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고양 창릉은 서울 강북권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이고, 부천 대장은 서울 서남부와 수도권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대출규제, 부동산 세제 강화 등 강력한 수요억제책으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규모 수도권 공공택지 입지가 공개됨에 따라 인근지역의 내 집 마련 대기수요자의 청약기회가 확대돼 집값 안정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의 큰 그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제 조건이 수반돼야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합리적 분양가와 택지조성 시 약속한 자족기능 및 광역교통망의 인프라 개선 속도가 결국 3기 신도시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자리와 주거가 하나의 생활로 연계되고 서울 등 인근도시로의 접근성이 완비되지 않는다면 장기적 서울 수요 분산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단순히 택지지구 내 2배 이상의 도시지원시설용지(기업지원허브 등)를 확보한다고 해서 판교신도시처럼 자족기능이 안착하고 자발적인 기업육성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세금 및 임대료 인하 외에도 기업을 위한 다양한 행정지원과 문화·교육·업무 집적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조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택지 개발방식과 보상금액을 두고 반대이견이 벌어질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다독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여기에, 공급과잉 우려도 풀어야할 큰 숙제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 모두 주변 기존 택지개발로 인한 입주적체와 미분양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신도시 개발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는 지역사회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양 창릉의 경우 인근 삼송지구 일대에 대규모 주거지가 조성된 데다 지축지구와 향동지구도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가 잡혀있다.
고양과 일산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뛸때도 상승률이 부진해 불만이 컸던 만큼 물량증가에 따른 주변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마곡R&D센터, 고덕강일 주차장, 구의자양 재정비촉진1구역 등 서울 도심 알짜지역의 소규모택지개발이 병행될 예정이지만 그 수가 미미하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등 똘똘한 한 채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이들 지역이 집값 움직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강남권 대체가 가능한 고급유효수요를 어떻게 분산시킬지도 고민해야한다.
이밖에 막대한 보상비가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함영진 랩장은 "하반기 수십조원 규모의 대토보상금이 부동산시장에 재유입될 가능성이 큰 와중에 수도권3기 신도시 공급이 확정되며 시중의 유동자금이 토지 및 부동산 시장의 가격앙등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존의 대토, 채권, 현금보상 외에 연금방식의 보상을 포함시켜 시장에 풀리는 자금이 부동산시장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