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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차회담 제안에 '발사체 도발'로 응답…고심하는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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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와 약속 위반은 아닌 낮은 도발
협상 주도권 가져오고 데드라인 당기려는 듯
김정은, '오지랖' 발언에 4차회담에도 '묵묵부답'
南무시 경향 뚜렷하지만 靑은 "면밀히 살펴야" 반복
"재발방지·대화재개 촉구 등 위기관리 의사 밝혀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지 20일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9.19 군사분야 합의는 물론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행동으로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뺏어오기 위해 강경한 베팅을 시도한 것인데, 정부는 미국과 공조하며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 '단거리 발사체' 애매한 北 도발에 고민 커진 한미

북한은 지난 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다음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 어떤 세력이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 우리의 생존권을 해치려 든다면 추호의 용납도 없이 즉시적인 반격을 가할 영웅적 조선인민군의 견결한 의지를 과시한 훈련은 가슴 후련하게 끝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국정원은 6일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분석 중"이라며 "재원이 어떠한지, 항적 거리는 어떻게 됐는지, 사거리는 어땠는지 분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오래 걸린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만일,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경우 이는 안보리 대북제재에 명백한 위반사항이다. 지난 200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했다.

하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만을 통해 북한이 추가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

또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됐다"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그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러한 선례와 자신들의 약속에 기반해 미국을 향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한편, 협상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안전한 도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발 이후 북한이 반복해서 방어적 성격의 통상 훈련임을 강조하려는 점도 수위 조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대북제재의 여파로 생각보다 초조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협상 데드라인을 앞당겨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속도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도 북한이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두둔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실험 중단 약속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로 "내가 약속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김 위원장도 알고 있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악수하는 북미 정상(사진=연합뉴스)

 

◇ 南무시 경향 짙어지는 北…확실한 메시지 필요한 시점

문제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남한의 불편한 감정은 뒤로한 채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는 점이다.

이번 행위는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다. 단순한 단거리 발사체라 하더라도 남한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과의 약속은 어기지 않은 김 위원장에게 남한의 반발은 한 차원 뒤의 문제로 인식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달 11일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 말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라'며 강한 어조로 우리 정부의 역할을 비판했지만, 미국에게는 '연말까지는 대화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고 평가했지만, 중재자를 자처했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20일이 지나도록 어떠한 응답도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발사체 발사에 대해 9.19 합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면서도 "결국은 북미간에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 미국은 물론 러시아·중국 등 관련국들의 반응을 포함해 넓은 시야에서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관건은 북미관계에 달려있기 때문에 청와대는 한미공조를 포함해 주변국과 함께 북한의 의중을 살피겠다는 말이지만, 북한의 '남한 패싱'이 고착화될 경우 자칫 북미가 자신의 정치적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불완전한 비핵화 협상을 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청와대는 북미가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는 ICBM 동결·폐기에만 타협한다는 이른바 '스몰 딜'에 대한 우려는 적극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재선을 앞두고 있는 북미정상에게는 국면을 일단 봉합하고, 도출된 성과를 강조할 필요성이 크다. 이 경우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프로세스를 외쳐왔던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는 협상의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할말은 하는' 뚜렷한 입장 표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원곤 교수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통일전선부장의 교체,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 북한은 우리와 냉각기를 갖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경향이 강해지는 상태"라며 "문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경고하고, 공개적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동시에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위기관리 의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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