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배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지정되면서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 '지역구 다이어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제 개편안에 영향을 받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총선에 가까워 올수록 여야가 막판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안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지역구를 줄이는 과정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어서 정치권에서는 '개헌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만큼 지역구 축소와 이에 따른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적지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줄어든 지역구 만큼 혹은 일정 수순으로 전체 의석수를 늘려 지역구 감소를 최소할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 4당이 지난 29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의원정수 300명을 고정한 채 지역구를 현행 253개에서 225개로 축소하고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28석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에 따르면 줄어든 지역구에 따라 지역구 조정 기준이 되는 인구 상하한선도 30만 7120명, 하한선은 15만 3560명으로 조정된다.
여야를 막론한 28개 지역구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10곳이 인구 하한 미달이다. 또 바른미래당 2곳, 민주평화당 3곳, 무소속 1곳 등도 조정대상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있는 세종시와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의 평택을 지역구는 인구 상한을 넘어 분구 대상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인근 지역구는 80여개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영향을 받는 지역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갈등도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인구 상하한선을 조정하라는 헌재 판결에 따라 지난 20대 총선 직전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 조정에 나섰지만 적지 않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획정 과정에서는 각 당의 대리인 격으로 뽑인 선거구획정위원들이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일도 벌어졌고, 최종 획정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당시 여야는 이런 이유로 21대 총선 선거구획정위원 9명을 한국정치학회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한변호사협회 등 시민단체에서 추천받도록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갈등없이 획정이 이뤄진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정 때문에 막판 패스트트랙에 따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와도 이탈표가 생겨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역구를 조정하는 데도 갈등이 심한데, 아예 없애는 과정은 차원이 다른 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
지역구 줄이기 대신 비례대표 의원수를 증원하는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자기 지역구가 없어지는 판에 선거제개편에 동의한 여당이나 야3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과도 협상이 남아있는 만큼 막판 의원정수 증가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의원정수 증가는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돼 있다.
애초 여야 5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협의할 때 이미 10% 내에서 의원정수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 바 있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의원정수를 60명 더 늘려 360명으로 하는 선거제 개혁안을 지난 1월 국회의장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도 "당초 5당의 협의 과정에서도 10% 선의 의원 정수 확대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선거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도 막판 지역구 늘리기에 나설 수도 있다. 패스트트랙에 선거법이 지정된 상항에서 계속해서 반대입장만 고수하긴 불리한 입장인 터다.
한국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 입장을 내긴 했지만, 지역구 의원을 반대로 늘리자고 할 정도로 지역구 다이어트에 부정적이었다. 지역구 줄이기를 꺼려하는 한국당과 의원 정수 증원에 긍정적인 야3당이 접점을 찾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의원 증원을 위해선 '불체표 특권' 등 국회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통해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는 지적도 같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