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펜션 1동 1층이 불에 탄 모습. (사진=전영래 기자)
강원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피해주민들은 불이 나도 마을에 소방차 진입마저 어렵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찾아간 강원 강릉시 옥계면 도직리의 한 펜션.
부모님과 함께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다희(여. 29)씨는 산불로 곳곳이 불에 탄 펜션을 모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4일 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펜션 4동 중 3동이 반파되거나 완파되면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펜션 영업을 다시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금액이 투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렇게 타 버려서 걱정"이라며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이씨는 또 다른 걱정거리와 함께 불만을 토로했다. 화재 당시 펜션으로 이어진 마을도로가 좁아 소방차가 이씨의 펜션까지 진입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더 컸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날 대피를 하라는 안내를 받고 가스시설과 전기 차단기 등을 검검하는 동안 순식간에 산에서 펜션으로 옮겨 붙었다"며 "이후 소방차가 마을회관까지 왔지만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100여 m 떨어진 곳에서 작은 진화차를 이용하거나 소방관들이 물을 등에 지고 올라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을도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이다희(여.29씨. (사진=전영래 기자)
실제로 도직리 마을회관에서 이씨의 펜션까지 올라오는 길은 일반 대형 차량이 지나가기에도 넓지 않았으며, 양방향 통행은 불가능할 정도로 좁았다. 이 구간에는 주택과 펜션 등 10여 채가 있었지만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때 소방차 진입조차 어려워 보였다.
이씨는 "동해안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 많이 나는 곳인데, 여기는 소방도로조차 확보되지 않아 피해와 함께 불안감이 더 크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확률이 높다보니 자칫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또 다른 펜션을 운영하던 A씨는 "이번 산불로 펜션 2동이 잿더미가 됐다"며 "여기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조차 대형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을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씨의 가족 등은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던 만큼 소방도로 개설을 강릉시에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면 단위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계획 도로 지정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현장을 방문했을때 소방도로 확보가 필요하다고 인지한 만큼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길을 넓힐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