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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할 땐 언제고…' 김호철과 선 긋기 나선 OK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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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욱 코치 등 돌리고 협상 나섰던 OK저축은행
여론 나빠지자 폭로전으로 태세 전환
대표팀 지원 합의했던 인물이 협상 주도한 아이러니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사령탑 김호철 감독. (자료사진)

 

OK저축은행이 사령탑 부임을 놓고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김호철(64) 감독과 선 긋기에 나섰다. 논의 자체가 이뤄져선 안 될 사안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도 협상을 진행한 OK저축은행. 그러나 여론이 안 좋아지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논란의 중심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양새다.

15일 김호철 감독은 대한배구협회를 통해 대표팀에 전념하기로 밝혔다. 그는 앞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분명히 찜찜함을 남긴 사태지만 우려와 달리 팀을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듯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의 입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OK저축은행이 또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구단이 아닌 김호철 감독이 먼저 접촉해왔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책임 전가가 아닌 사실관계를 명확하기 하기 위한 것이라는 OK저축은행의 설명. 하지만 이로 인해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고 모든 비난의 화살은 김호철 감독에게로 향했다.

OK저축은행이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면 김호철 감독만 비난을 받을 일이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연봉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질 만큼 상당히 대화도 진전됐다. 자신들도 김호철 감독을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에 진행될 수 있었던 사안이다.

심지어 OK저축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구단은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김호철 감독이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이른 시기에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초 석진욱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할 것으로 유력해 보였던 상황에서 OK저축은행도 김호철 감독에게 매력을 느꼈고 노선을 틀었다. 그리고 협상이 틀어지자 다시 석 코치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적임자라고 입장을 바꿨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김호철 감독과의 협상을 주도한 OK저축은행의 핵심 인물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

V리그 남녀부 13개 구단은 지난 2017년 12월에 열린 제14기 제4차 이사회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이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대한배구협회에 2020년까지 연간 6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동의했다. OK저축은행의 관계자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고 나머지 구단과 계약 기간 만료 전까지 대표팀 감독을 일종의 '빼내기'를 금하자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을 때보다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이 핵심 인물은 대표팀을 맡은 감독과 협상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구단에 전파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자신이 직접, 그리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뜻을 함께했던 나머지 12개 구단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배구협회는 17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이번 논란의 사실관계를 확인 후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에도 문제가 따른다. OK저축은행과의 협상 내용은 김호철 감독이 배구협회에 알렸기에 이미 파악하고 있던 사안이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당장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지켜보며 방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배구협회가 김호철 감독과 OK저축은행의 협상으로 인해 얻어내는 것이 있었기에 양측의 대화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내용도 제기됐다.

만약 배구협회가 김호철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도덕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를 내린다면 KOVO 역시 모든 구단이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협상을 진행한 OK저축은행에 대한 징계를 논의해야 한다.

김호철 감독과 선 긋기에 나서며 피해자 가면을 쓰려는 모습을 보이는 OK저축은행. 협상이 진행된 이상 이번 사태에서 양측은 사실상 공범인 셈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아무리 한 손으로 흔들어봐야 소리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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