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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그래픽 실수는 왜 공분을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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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MBN 등 한미정상회담 관련 보도 잇단 그래픽 실수
'국가기간 통신사'에 거는 기대와 책임 큰 만큼 논란도 커져
누적된 언론에 대한 불신도 불씨 지펴
공정하고 책임 있는 뉴스 보여야 해

지난 3일(사진 아래)과 10일(사진 위)에 발생한 연합뉴스TV 그래픽 방송사고 화면 (사진=방송화면 캡처)

 

연합뉴스TV와 MBN 뉴스 그래픽 방송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며 시청자의 질타를 받고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특히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연합뉴스TV에 대한 시청자와 누리꾼의 공분이 어느 때보다 크게 일고 있다.

◇ 잇따른 방송 뉴스 그래픽 사고에 부실한 내부 시스템 지적도

연합뉴스TV는 지난 10일 오후 '뉴스워치' 2부에서 한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미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 사진 아래 북한 인공기를 배치하는가 하면, 지난 3일 재벌 3세들의 마약 사건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모욕적인 의도로 사용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 이미지를 뉴스에 이용해 시청자와 누리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연합뉴스TV가 지난 11일 '문 대통령, 트럼프 방한 요청…3차 북미정상회담 속도 낼까' 리포트를 전하며 배경 그래픽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배치한 뒤로 트럼프 대통령만 중앙에 배치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한 것을 두고 고의적 누락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연합뉴스TV 인공기 그래픽 방송사고 하루 뒤인 지난 11일 MBN '뉴스와이드'는 "'여지' 남긴 美 폼페이오 '핵 언급' 피한 北 김정은…文, 북미 물꼬 트려면?" 리포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전망하는 내용을 전하며 김정숙 여사를 '김정은 여사'로 표기한 그래픽을 내보내는 사고를 쳐 이 역시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연합뉴스TV는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김홍태 보도본부장, 이성섭 보도국장과 김가희 뉴스총괄부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르면 다음 주 인사위원회를 여는 등 사태 수습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조성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장도 11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철저한 경위 조사와 상응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며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밝혔다.

지난 11일 방송된 MBN '뉴스와이드' "'여지' 남긴 美 폼페이오 '핵 언급' 피한 北 김정은…文, 북미 물꼬 트려면?" 리포트 (사진=방송화면 캡처)

 

MBN도 12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관계자분은 물론 시청자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검증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며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그래픽을 만드는 당사자뿐 아니라 제작진이 몇 단계에 걸쳐 검증을 하고 내보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스템이 허술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또한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검증되고 확인된 그래픽이나 자료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사고 경위 등을 정확히 파악해서 시청자에게 우리 안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그걸 해결하는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 발표를 해줘야 신뢰를 줄 수 있다"라며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든지, 사과하고 여론을 잠재운다든지 하는 대증적인 방법으로는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합뉴스에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 언론, 특히 '국가기간 언론사'에 대한 책임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

이처럼 연이은 방송 뉴스 그래픽 사고에 일각에서는 '정권 흠집 내기' 등의 의도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특히 다른 곳보다 연합뉴스TV에 대한 공분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시청자의 공분은 연합뉴스TV의 모회사인 연합뉴스로까지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TV가 고 노무현 대통령 실루엣 사진을 사용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연합뉴스에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 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13일 현재(오전 10시 기준) 15만 8997명이 참여한 이 청원에는 "연합뉴스의 수없이 많은 공정성 훼손의 뉴스 보도 사례들은, 연합뉴스 존립의 근거인 공익적 기능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충실히 실행하고 있지 못하는 명확한 반증"이라며 연합뉴스TV의 모회사인 연합뉴스에 대한 공정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청원이 올라온 것은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와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2003년 4월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 지정됐다.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10조(지위 및 업무) 제1항은 연합뉴스를 '국가 기간(基幹) 뉴스통신사로서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 해소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기능을 수행한다'라고 지위를 정의하고 있다. 제2항 제1호를 보면 연합뉴스는 '국가 등 공공기관, 국내외 언론매체, 기업과 개인 등을 상대로 한 뉴스·데이터 및 화상 등의 공급'의 업무를 해야 한다.

또한 동법 제19조(뉴스정보 구독계약의 체결 등) 제1항에서 정부는 연합뉴스사와 제6조 제3항에 따른 구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매출액,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여 구독료의 요율 등 판매조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정부로부터 지난해의 경우 332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연합뉴스가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보도전문채널이 연합뉴스TV다. 모회사인 연합뉴스는 연합뉴스TV의 지분 28.01%(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참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2018년 1월 공개한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 (사진=퓨 리서치 센터 웹사이트 캡처)

 

'국가기간' 언론사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관심은 다른 언론사보다 큰 게 사실이다.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 당시 방송사들이 뒤늦게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하는 등 국가 재난 앞에 미흡한 대응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당시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도 타 방송사보다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KBS도 국가기간방송사이자, 재정 일부가 시청자의 수신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정권을 거치며 언론과 뉴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일본·러시아·캐나다·필리핀 등 38개국의 시민을 대상으로 언론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언론이 정치 보도를 공정하게 잘한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한국은 27%로 38개국 중 37위였다. '언론이 사안을 정확하게 보도한다'고 답한 비율도 한국은 36%에 그쳤다.

최진봉 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300억 원가량 지원을 받는 회사가 제대로 검증을 안 하고, 대통령 관련 기사에서 그런 식으로 보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다른 언론사보다 더 분노가 클 수밖에 없다"라며 "민간 언론사라 해도 논란이 일 텐데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통신사다. 훨씬 더 엄정하고 공정하고 검증된 내용의 보도가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결국은 사회적으로 신뢰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면 의도도 의심받을 수 있다. 시청자가 이렇게 분노한다는 것은 연합뉴스에 대한 누적된 불공정 보도와 사회적 불신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금을 통해 국가적 지원을 받는 만큼 책임성 또한 높아지는 것이니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더 예민하고 분노할 수 있다. 각종 특혜를 받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뉴스 품질이나 공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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