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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깎신' 주세혁 "왜 제가 복귀한다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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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주세요' 왕년 한국 남자 탁구 에이스 주세혁이 11일 한국마사회 남자 탁구단 창단식 뒤 1년여 만의 선수 복귀에 대해 자신감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마사회 남자 탁구단 창단식이 열린 11일 서울 중구의 모 식당. 1988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이자 마사회 여자 탁구단을 이끄는 현정화 감독(50)과 김상수 코치 이하 선수들이 신생팀의 패기로 실업 탁구를 누비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현 감독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다시 남북 단일팀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한국 탁구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요즘 마사회의 남자팀 창단이 남북한 체육 교류에 작은 불꽃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당시 북측 리분희 등과 중국을 넘어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끈 바 있다.

4명의 선수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왕년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이었던 주세혁(39)이다. 주세혁은 지난 2017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은퇴식을 갖고 현역에서 물러나 삼성생명 여자팀 코치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코치에서 사임한 뒤 선수 복귀를 선언하고 한국마사회 창단 멤버로 전격 합류했다. 선수로서 미련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주세혁은 "본격적으로 훈련한 지는 이제 2주일 정도"라면서 "내가 도대체 왜 복귀를 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고 한국 나이로 불혹, 세월의 무게에 대한 부담을 살짝 귀띔했다. 이어 "그나마 이번 주 들어 조금 몸이 나아진 것 같다"면서 "역시 체력 회복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1년 이상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주세혁은 김상수 코치와 초중고와 실업 동기. 지도자를 해야 할 나이에 주세혁이 선수로 복귀한 것이다. 주세혁은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일 때의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오는 5월 첫 대회인 전국종별선수권대회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김 코치는 "워낙 알아서 훈련을 잘 하는 친구"라면서 "조금만 체력을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어린 선수들과 대결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생팀 막내 박찬혁(24)도 "아직 몸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실력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세혁과 같은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바로 같은 '깎신'인 김경아(42) 대한항공 코치다.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 단식,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김경아는 2015년 38살의 나이로 3년의 공백을 딛고 선수로 복귀했다. 국가대표로도 컴백해 2017년 세계선수권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는 다시 은퇴해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한국마사회 현정화 감독(왼쪽부터), 백광일, 주세혁, 김낙순 회장, 정상은, 박찬혁, 김상수 코치가 11일 창단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마사회는 남자 실업팀으로 삼성생명과 KGC인삼공사, 미래에셋대우, 보람 할렐루야, 한국수자원공사,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이어 7번째 팀이다. 이런 가운데 주세혁은 신생팀을 이끌어줄 베테랑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주세혁은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 때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따낸 것은 물론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세 번의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등 경험이 풍부하다. 여기에 '수비의 달인'으로 불리는 주세혁은 장기인 커트로 박찬혁, 백광일(26) 등 다른 선수들의 훈련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 감독은 "마침 팀이 창단할 때 주세혁이 선수 복귀를 선언했다"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신생팀 신인 우선 지명권으로 입단 예정인 '탁구 천재' 조대성(대광고)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현 감독은 "조대성도 주세혁이 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반기더라"고 귀띔했다. 주세혁은 예전 조대성을 지도하며 노하우를 전수한 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삼성생명과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세 번째로 남녀 탁구단을 모두 보유한 팀이 됐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이날 창단식에서 "남자팀까지 갖춰졌기 때문에 여자팀과 합동 훈련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자팀 코치를 지낸 주세혁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한국마사회는 삼성생명에서 이적해온 정상은(29)이 실질적인 에이스다. 그러나 주세혁도 충분히 제몫을 해주리라는 기대감도 적잖다. 현 감독은 "단체전에서 충분히 한 게임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대성이 빠르면 내년 합류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국내 대회 우승에도 도전해보겠다'고 밝혔다.

주세혁은 "팀에서는 성적을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너무 못해서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마사회에서 뛰면서 비시즌을 통해 해외 리그 진출도 타진할 계획이다.

한국 남자 탁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비의 달인' 주세혁. 1년여 만에 선수로 돌아온 불혹의 깎신이 실업 탁구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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