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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리텔 V2'를 파헤쳐 보자_해석의 기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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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마리텔'은 시즌 1부터 시청자·누리꾼에게 해석의 즐거움 제공
마치 RPG 게임처럼 기부액 달성이라는 '퀘스트' 위해 힘 모으는 출연자들
드라마·영화·게임 등 다양한 대중문화 패러디 찾는 재미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사진=방송화면 캡처)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이하 '마리텔 V2')가 2년 만에 돌아오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마리텔 V2'가 시청자와 누리꾼에게 재밌는 숙제 하나를 내준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마리텔 V2' 해석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Y/y)

박진경 PD가 지난 3월 29일 제작발표회에서 "사실 그때(시즌 1)도 많은 해석을 덧붙여줬는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해석해주실까도 궁금하다"라고 '퀘스트'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드립력 '하', 경험치 '하', 서브컬처 지식 '하'인 저는 소심히 (Y/y) 중 'y'를 선택해봤습니다. 이하 일반적인 기사체를 사용하겠습니다.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사진=방송화면 캡처)

 

◇여전히 해석의 재미 가득한, 풀어보자 '마리텔 V2'

게임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Twitch)'를 통해 돌아온 '마리텔 V2'가 지난 29일 첫 TV방송을 시작했다.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넷째 주(3월 25일~3월 31일)에 방송된 모든 지상파·종편, 케이블의 비드라마 프로그램 중 '마리텔 V2'가 1위에 올랐다. 특히 '마리텔 V2'의 첫 방송 화제성 점수는 1만 9607점으로, 2019년에 새롭게 시작한 비드라마 프로그램들의 첫 방송 화제성 기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만큼 '마리텔 V2'에 거는 시청자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마리텔 V2'는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재미, 실시간 소통의 재미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편집방송은 어떻게 보면 제작진의 시간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서브컬처 패러디와 B급 유머 코드를 CG와 자막을 통해 녹여낸다. 3월 29일 방송 시청률이 3%(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인데, 이 중 2049 시청자가 64.4%를 차지할 정도로 비슷한 시기의 문화를 경험한 2049 시청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마리텔 V2'는 마치 '롤플레잉 게임(RPG)'과 같다.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NPC(Non Player Character)로부터 '퀘스트'(Quest·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이자 게임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요소)를 받으면 이를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아이템 등을 획득한다. 퀘스트를 완료한 캐릭터는 대가나 보상을 받게 된다.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사진=방송화면 캡처)

 

1인 방송을 진행하는 각 개인의 캐릭터가 '마리텔 하우스'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누리꾼의 댓글을 극복하며 기부총액 500만원 목표에 이르는 서사 구조는 마치 게임에서 하나의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캐릭터가 힘을 모아 전진해나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고인물'(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 했던 유저)이라 불리는 마리텔 공무원 김구라, '강켄바워'('리치 강' 강부자+베켄바워) 강부자, '정·동·남 TV' 정형돈, '슬로 콘텐츠' 셔누, '매드쿠커' 김풍 등 각 캐릭터는 명확하게 자신 혹은 자신이 운영하는 방의 별명을 가진다. '마리텔 하우스'라는 설정 안에서 '기부 총액을 달성해 마리텔 하우스를 빠져나가라'는 퀘스트를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방송 콘셉트에 따라 1인 방송을 운영해 나간다.

'마리텔 하우스'의 막내딸 역할인 그룹 아이즈원의 안유진은 기부에 큰 뜻을 품은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출연자에게 조금씩 도움을 주는 등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NPC처럼 플레이에 관여한다. 동시에 안유진은 '마리텔 V2'에서 1인 방송의 인기가 저조할 때 이를 높여줄 수 있는 '치트키'(Cheat Key·게임 중에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할 때 일종의 속임수로 사용하는 방법. 무적이 되거나 진행 중인 해당 단계를 클리어해 주는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찾아봤니_알아보자 '마리텔 V2'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사진=방송화면 캡처)

 

2주 분량에도 '마리텔 V2'는 그 안에 많은 문화 요소를 녹여 놓았다. 마치 '이스터에그'(easter egg·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재미있는 것들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을 의미)를 찾는 재미처럼 '마리텔 V2' 안에 담긴 문화 코드를 찾는 재미가 있다. 방송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모르는 어떤 문화 코드를 담아낼지도 기대된다. 다음은 시청자와 누리꾼이 궁금해했던 부분, '마리텔 V2'이 2회 동안 담아낸 문화 코드다.

▶슬로 콘텐츠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토마스 헬룸 PD의 TED 강연 및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진=화면 캡처)

 

7시간 기차여행, 134시간 크루즈 여행 방송 등 기존 TV 프로그램의 문법을 깬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슬로 TV(Slow TV)'가 대표적인 슬로 콘텐츠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가공되지 않은, 정적이라 할 수 있는 TV를 보며 저마다의 이야기,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NRK의 PD는 슬로 TV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엇이 벌어질지는 계획하지 않는 거죠. 그저 카메라만 가져가면 됩니다. 장비를 갖추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봅니다. 우리는 시청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중략) 우리는 느린 TV(Slow TV)가 이야기를 말하는 하나의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건 TV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느린 TV를 위한 좋은 발상이 됩니다. 사람들이 웃을 때 그건 매우 좋은 느린 TV 발상이 될 겁니다."(TED 출연한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토마스 헬룸 PD)

이미 '마리텔' 시즌 1에서 '킹경규'라 불린 방송인 이경규가 '눕방'과 '낚방'을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슬로 TV'의 재미를 알려준 바 있다. 소통 없이 낚시만 하는 이경규를 보며 누리꾼은 스스로 붕어수를 세고, 피라미를 스코어에 넣을 것인가를 두고 고찰하는 등 같은 화면에서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아쉽게도 경험치(XP)가 낮은 셔누는 '킹경규'만큼의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다른 것이 셔누 방송을 하드캐리 했다.

▶셔누 방송 하드캐리 한 BGM_'Classique-Francis Preve'

색소폰 연주가 케니 지의 모습을 합성하며 궁금증을 유발한 '슬로 콘텐츠' 셔누 방송을 하드캐리(실력이나 역량이 월등하게 뛰어난 플레이어가 팀을 승리로 이끄는 일)한 것은 '브금(BGM, 배경음악)'이다. 물론 슬로 콘텐츠라는 콘셉트에 맞게 슬로 모션과 같은 편집도 보여줬다. 유튜브에 'Classique-Francis Preve'를 검색하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음악을 무한 재생할 수 있다.

▶박지원 크롤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사진=방송화면 캡처)

 

'고인물' 김구라와 함께 방송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이력을 소개하며 영화를 패러디한 점도 '마리텔 V2'다운 방식이었다.

"머나먼 은하계에(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로 시작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프닝 크롤(Opening Crawl)을 이용해 정치 1단부터 9단까지 올라간 박 의원의 이력을 '박지원 크롤'로 선보였다.

KBS 뉴스 및 KBS '체험 삶의 현장' 유튜브 중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체험 1인 방송의 현장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다양한 노동의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해보고, 벌어온 일당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기부한 프로그램 KBS2 '체험 삶의 현장'.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출연자가 땀 흘려 벌어온 돈을 하얀 유니콘 제작물을 타고 올라가 하트 모양의 모금함에 넣는 엔딩이다. '체험 1인 방송의 현장'인 '마리텔 V2'도 마지막에 '마리텔 하우스' 막내딸 안유진이 최첨단 CG 유니콘을 타고 우주까지 날아가 하트 모금함에 모인 기부금을 넣는다.

참고로 KBS에서 27년간 장기근속한 '체험 삶의 현장' 유니콘은 지난 2012년 은퇴 후 잠시 '뮤직뱅크'에 임시직으로 재취업해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 무대에 올랐지만, 현재 KBS 주차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러디, 패러디, 패러디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및 충북 충주시 홍보 포스터 (사진=방송화면 캡처, 충주시 페이스북)

 

YTN '돌발영상'을 패러디한 '맕발영상'에서 박지원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마리텔 V2'를 언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동정남TV'에 나온 이종격투기 조남진 선수의 기상천외한 오답에 대한 반응으로 '오렌지 주스 씬'(MBC 드라마 '사랑했나 봐'에서 배우 박동빈은 입에 머금었던 오렌지 주스를 주르륵 입 밖으로 내보내며 '주스 아저씨'로 유명해졌다), 아마추어 같지만 중독적인 B급 매력을 뽐낸 충북 충주시 홍보물을 연상케 하는 B급 CG 등 대중문화 속 콘텐츠를 패러디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영화, 게임, 드라마 등을 찾을 수 있다.

이 이상의 것을 찾아내고 해석하는 것은 시청자와 누리꾼에게 남겨진 퀘스트이자 즐거움이다. 매회 '마리텔 V2'는 시청자와 누리꾼에게 물을 지도 모르겠다. "너, 어디까지 찾아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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