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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 '치유'의 길, 어디쯤인지 묻는 영화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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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4월 5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종언 (영화 생일 감독)

◇ 정관용> 이제 며칠 있으면 세월호 참사 5주기입니다. 지난 3일 영화가 한 편 개봉됐어요. 4월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영화 생일. 이 생일을 직접 만드신 이종언 감독을 오늘 스튜디오에 소개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종언> 안녕하세요.

영화 <생일> 포스터 (사진=나우필름 제공)

 


◇ 정관용> 감독 데뷔작이시라고요.

◆ 이종언> 네, 데뷔작입니다.

◇ 정관용> 각본도 직접 쓰셨다고요.

◆ 이종언> 네, 직접 썼습니다.

◇ 정관용> 구상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 이종언> 맨 처음 글로 이야기로,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처음 한 건 2015년 한 10월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래됐네요.

◆ 이종언> 네, 오래됐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네요.

◇ 정관용> 보니까 그게 세월호 참사 나고 1년 한 반쯤. 이걸 영화로 내가 만들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는.

◆ 이종언> 제가 2015년 여름쯤에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이라고 그곳에서 봉사를 좀 하게 됐어요.

◇ 정관용> 정혜신 박사 계셨던 곳이죠?

◆ 이종언> 맞습니다. 거기는 유가족분들이 오셔서 식사도 하시고 쉬시고 침도 맞으시고 이런 곳인데 거기서 함께 음식 준비해서 먹고 하면서 설거지할 사람도 좀 필요하고 청소할 사람도 필요하고 사진 찍어줄 사람도 필요하고 해서 제가 그때부터 가서 다른 분들처럼 봉사하러 오시는 많은 분들하고 똑같이 이제 그런 것을 하게 되면서 유가족분들 만나게 됐어요.

◇ 정관용> 아예 상주하면서 봉사활동하셨어요?

◆ 이종언> 아니요, 거기는 주로 전국에서 오셨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많이 가고 해서 화요일에 오실 수 있는 분은 화요일, 수요일 오실 수 있는 분은 수요일. 저는 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서 당시에 조금 더 여러 번 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생일모임이라는 게 원래 있었는데 거기서 하고 있던 그 생일모임도 이제 같이 준비하고 같이.

◇ 정관용> 거기서 말하는 생일은.

◆ 이종언> 아이의 생일.

◇ 정관용> 아이들의, 희생된 아이들의 생일.

◆ 이종언> 같이 준비하고 또 그러다 보니 아이를 위한 동영상도 만들고 하다 보니 제가 조금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유가족분들하고 조금 더 가깝게 잘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제 생각은, 그때는 이런 모습을 좀 많은 분들이 더 자세히 좀 보고 알고 또 더 주목하고 더 주목하면서 보다 보면 공감이 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유가족 분들에게도 또 우리 모두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그때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관용> 제목인 생일도 바로 그 생일모임.

◆ 이종언> 거기서 시작이 됐었죠.

◇ 정관용> 거기서 따온 모티브로군요. 간단한 줄거리랄까. 소개하실 수 있는 선에서 해주신다면요.

◆ 이종언> 이 이야기는 제가 그곳에 머물러 있던 시간처럼 제가 2015년 여름부터 가서 2016년을, 2017년 이렇게 보냈던 시간처럼 영화는 우리가 그 사건이 있었던 그때를 비추는 게 아니라 2년이 지나고 난 그 남아 있는 가족들의 어떤 일상들 그 일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영화인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시점은 2016년 여름부터 시작하겠군요.

◆ 이종언> 봄입니다.

◇ 정관용> 봄부터.

◆ 이종언> 2016년 봄부터 시작이 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희생된 아이의 생일은?

◆ 이종언> 그 2016년 봄 며칠간의 이야기예요. 꼭 날짜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보름에서 한 달 사이 정도의 이야기를 그날의 일상들을 그날 안에 아이의 생일이 있고.

◇ 정관용> 그 안에 생일이 있고. 아이의 이름이 수호라고요?

◆ 이종언> 수호입니다.

◇ 정관용> 왜 그 이름을 지으셨어요?

◆ 이종언> 모든 인물들이 그런데 거기 나오는 엄마, 아빠, 수호 다 인물들의 이름이 조금 그냥 평범하게 어디서나 좀 잘 익숙하고 그런 이름이기를 바랐었어요. 영화를 보면 아실 텐데 수호가 아빠가 외국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수호가 엄마 옆에 이렇게 있었는데 자기가 자기 딴에는 엄마의 남자 친구 역할까지, 그리고 동생을 키우는 역할까지 이렇게 했던 친구라 카톡의 닉네임이 수호천사예요. 그래서 수호천사 괜찮을 것 같아서 이름을 수호라고 했습니다.

◇ 정관용> 실제 수호라는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죠.

◆ 이종언> 없습니다. 그럴 수는 없었어요. 너무 많은 여러 아이들이 제 안에 다 들어와서 어느 한 명을, 한 이름을 할 수는 없었어요.

◇ 정관용> 엄마, 아빠 배우가 전도연, 설경구. 두 분한테 처음 제안하니까 거절했다면서요?

◆ 이종언> 전도연 배우가 당시 이제 글을 읽고,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굉장히 이 이야기가 가진 무게감이 좀 컸고요. 배우 입장에서는 사실 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또 당시에 이제 밀양이라는, 예전에 10년 전에 밀양이라는 영화에서 신애 역할로 아이 잃은 엄마 역할을 한번 했기 때문에 그 인물이 계속 떠오른다고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렇겠죠.

영화 <생일> 스틸컷 (사진=나우필름 제공)

 


◆ 이종언> 그래서 이제 이야기를 좀 나주고 헤어졌긴 한데 고민을 많이 하시고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처음에는 답이 왔었어요. 그러다가 배우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거절을 했는데 자꾸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나고 그 이야기를 꺼내고 있고 순남이라는 인물이 마음 안에 떠올라지고 하면서 내가 거절한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계속 이제 어쨌든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던 때라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 정관용> 설경구 씨는 처음부터 하겠다고 하셨고.

◆ 이종언> 네, 설경구 선배님은 당시 사실 그렇게 하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셨는데 어떤 영화에서, 어떤 한 캐릭터에 굉장히 몰입돼 있을 당시였어요, 당시가. 그런데 저희가 글을 보내드리고 한 일주일 정도 있다가 연락이 왔습니다.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건 해야만 할 것 같다, 이건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 합류하시고 했습니다.

◇ 정관용> 전도연 씨 조금 아까 언급한 밀양이라는 영화에서의 연기 정말 대단했지 않습니까? 우리 감독님도 그때부터 이미 전도연 씨랑 작업을 하셨다면서요.

◆ 이종언> 네, 저는 밀양에서 스크립터였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도 밀양 못지않은 연기가 나옵니까?

◆ 이종언> 저는 밀양의 신애와 생일의 순남은 다른 사람이지만 그분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정말 놀랍고요. 정말 너무 훌륭하고 감탄스럽습니다. 많은 순간에 감탄했었습니다. 못지않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훌륭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정관용> 엄마, 아빠, 동생만 나오지 않을 거 아닙니까, 다른 유가족들도 나올 것이고. 이웃들도 나올 것이고 친구들도 나올 것이고.

◆ 이종언>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들의 사이에 부딪침, 어우러짐. 그 속에서 뭘 드러내시고 싶었던 겁니까?

◆ 이종언> 유가족분들은 이제 말할 것도 없이 너무 큰 상처. 상처가 너무 크면 이게 이렇게 좀 어떻게 치료하고 그냥 좀 이런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너무 일상이 무너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봤고 그 모습도 고스란히 잘 담아서 우리가 봤으면 했지만.. 사랑도 번지지만 아픔도 번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어요. 그 한 가정이 그렇게 됨으로써 그 옆의 이웃, 그 옆의 친척들. 이 사람들까지 다 이렇게 그 사람들도 상처 입은 거지만. 그런데 그 주변에 함께 계신 분들도 이렇게 번지고 일상들의 변화, 마음들의 변화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걸 전부 다 있는 그대로 다 이렇게 옮겨 담아 보고 싶었어요. 그게 우리가 그렇게 해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런 부딪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관계 속에 자기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그런 대목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 이종언> 그렇죠.

◇ 정관용> 그것도 일부러 드러내신 거죠?

◆ 이종언> 그런 것도 다 보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좋은 모습들도 있지만. 상처가 다 드러나는 것들을 일단 봐야, 일단 알아야 뭘 하더라도 하는 거고 또 그렇게 곪고 아프고 갈등하는 것이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이걸 봐야 그 이유를 알고 이유 없이 그런 것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보면 그 이유들을 또 생각해 보게 되고.

◇ 정관용> 관객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으면 하십니까?

◆ 이종언> 이건 저의 속마음인데요. 글을 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시작이 저와 우리 모두가 경험한 어떤 아픔에서 이 영화가 시작이 됐으나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 또는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이것의 바탕이고 기본적으로. 그리고 저는 쓸 때 그런 희망이 있었어요. 뭐냐 하면 이게 영화로 만들어져서 관객분들이 보시면 이게 유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나의 기억, 나의 아픔, 나의 소중한 무엇과 만나는 우리들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저는 마음속에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놀라운 것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본인의 SNS에 그런 글을 실제로 올리시는 것을 보면서.

◇ 정관용> 뭐라고요?

◆ 이종언> 어떤 분은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떤 분은 내 어머니가 생각났다. 또 어떤 분은 보는 내내 내 딸아이가 생각나서 마음이 계속 울컥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저는 이런 감정들이 자신과 만나는 순간들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영화 <생일> 스틸컷 (사진=나우필름 제공)

 


◇ 정관용> 사실 세월호는 전 국민적 트라우마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라는 소재를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돌아보게 되고 그런 거군요, 지금 말씀해 주시는 거 보면.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고 어머니가 생각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거는 어린아이들 이야기인데 왜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날까. 아, 국민적 트라우마라는 점에서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종언> 그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보통 이제 이런 소재를 다룰 때 영화를 보고 몇 가지 목표가 있을 거예요. 분노를 자아내도록 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슬픔의 공감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뭡니까, 목적은?

◆ 이종언> 저는 아마도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봐주고 함께 있어주는, 함께 느껴주는 걸로 그 자체로 보듬는 것.

◇ 정관용> 공감.

◆ 이종언>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한 것은.

◇ 정관용> 치유까지 나아갑니까?

◆ 이종언> 치유는 조심스러운 단어인데요. 저한테는. 왜 그러냐면 저는 관객분들이 치유를 언급하는 것은 그건 보신 분들의 몫이라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한테는 이제 인생 삶 자체가 크게 넓게 봤을 때 치유로 향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데 이 치유의 길이 만리인지 구만리인지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우리 유가족 분들이 5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오리를 갔는지 십리를 갔는지 제가 잘 모르겠고 또 어떤 분은 우리 순남처럼 아직 현관도 못 나오신 분도 계신 것 같고 그래서 치유라는 단어를 쓰기에 조금.. 너무 아직 길을 많이 못 떠나서 조금 조심스러운 바는 있으나 치유라는 단어까지 쓸 수 있으면 좋죠.

◇ 정관용> 제가 조금 아까 국민적 트라우마 얘기했습니다마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치유받아야 할 분들은 유가족분들이지 않습니까?

◆ 이종언> 그렇죠.

◇ 정관용> 유가족분들도 이 영화 보셨죠? 뭐라고 하시던가요?

◆ 이종언> 처음에 봤을 때는 제가 편집본, 그러니까 최종본을 내기 전에 한번 찾아가서 만나 뵙고 영화를 극장에서 한번 봤습니다. 당시 이제 디테일한 단어들, 그러니까 지나가는 말이어도 단어 하나도 이제 세심하게 들으실 수밖에 없잖아요, 그분들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의견 주신 것은 수용해서 최종본을 냈어요. 제가 수용할 수 있는 것들.

◇ 정관용> 편집에 참여하신 거네요.

◆ 이종언> 어떤 단어들이었는데 저는 충분히 그렇게 할 용의가 있었고 그렇게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그랬고 또 이제 그날이 가장 제가 떨렸던 날이에요.

◇ 정관용> 그랬겠죠.

◆ 이종언> 2014년 이후 이제 2019년이 된 이후까지 가장 떨렸던 날인데 그날 보신 분들이 함께 울고 저에게, 저희 제작진들에게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

◇ 정관용> 고맙다.

◆ 이종언> 부모의 마음을 이렇게 알고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거듭 얘기해 주셔서 처음으로 조금 마음이 조금 놓였던.

◇ 정관용> 그러니까 자신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었다는 거죠?

◆ 이종언> 정확하게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해 주셨어요.

◇ 정관용> 그리고 그 영화를 보시고 그분들은 조금이라도 힘을 얻으신답니까, 어떻답니까?

◆ 이종언> 저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이건 제 믿음이기도 하고 그 이후로 이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그분들의 SNS 활동들을 보면.

◇ 정관용> 일반 관객들에게?

◆ 이종언> 네, 저희한테 이렇게 물어봐주셨거든요. 어떻게 하면 이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볼까요. 본인들의 SNS나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생일> 이종언 감독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공)

 


◇ 정관용> 아마 생판 모르는 어떤 감독이 저 이런 영화 만들었습니다, 와서 보세요 그러면 아마 안 왔을지도 몰라요, 그렇죠? 우리 감독님은 몇 년 동안 함께 옆에서 계속 봉사활동하고 이런 그걸 아니까 더 흔쾌히 와서 의견도 주시고 막 그랬던 거 아닐까요.

◆ 이종언> 예,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그냥 어쨌거나, 어쨌거나 저도 뭔가 열심히 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 정관용> 소재와 주제 자체가 그렇다 보니 제 목소리부터가 지금 톤 다운되고 침울하고 합니다만 영화는 영화니까. 재미있는 장면도 있습니까?

◆ 이종언> 네.

◇ 정관용>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이종언> 우리 사랑스러운 예솔이라고 수호 동생이 나왔어요.

◇ 정관용> 몇 살이에요?

◆ 이종언> 예솔이가 9살입니다, 영화에서.

◇ 정관용> 나이 차이가 좀 있군요.

◆ 이종언> 그래서 우리 예솔이는 오빠 수호가 많이 키웠습니다. 예솔이가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우리에게 어느새 슬며시 웃고 있게 하고 그리고 수호를 추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말들이 수호가 어떤 아이였는지 얘기하는 순간순간들에 그냥 수호가 상상되니까 수호의 어떤 모습들이. 그때 마치 살아 있는 옆에 있는 아이처럼 생생한 그 수호가 우리를 웃게 하죠.

◇ 정관용> 2016년 일정 시점 한 보름, 한 달 사이를 그린 거라고 했으니까 회상 장면을 통해서라도 수호가 나옵니까, 안 나옵니까?

◆ 이종언> 사건 당시는 안 나오고요. 그러니까 수호가 이를테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장난치면서 찍었던 사진, 영상 뭐 이런 것들은 있죠.

◇ 정관용> 그렇게만 등장을 하는군요.

◆ 이종언> 네.

◇ 정관용> 그 수호 역할은 누가 맡았어요?

◆ 이종언> 윤찬영이라는 배우가 했습니다. 너무 훌륭한 배우입니다.

◇ 정관용> 개봉한 지 지금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마는 관객들이 많이 옵니까?

◆ 이종언> 이게 저희가 이제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이 감사하게도 굉장히 좋아서.

◇ 정관용> 원래 입소문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 이종언> 올려주시는 점수, 평 이런 것이 굉장히 좋아서 또 저희가 한국영화로는 첫 번째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요즘이 조금 극장을 많이 안 찾으시는 시기이기도 해서.

◇ 정관용> 요즘 꽃구경 다니시느라고.

◆ 이종언> 그래서 관객 수는 현재 많지는 못한. 다른 때와 달리 많이 찾으시는 때에 비하면 많지는 못한데 뭐 많이 와주십사 제가 부탁할 수 있는 건.

◇ 정관용> 혹시 관객님 감독과의 대화 이런 자리도 좀 했나요?

◆ 이종언> 몇 번 했고 앞으로도.

◇ 정관용> 그 관객들은 주로 어떤 것들을 묻고 어떤 얘기들을 하시는가요?

◆ 이종언> 보면서 이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에 대해 묻기도 해요. 이런 장면이 실제인가요? 또 이 영화 안에 사진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설마 실제 사진인가요라든가 그렇게 롱테이크로 길게 엔딩 장면을 찍은 이유는 뭔가요부터 다양합니다.

◇ 정관용> 엔딩 장면이 롱테이크로 나오는군요.

◆ 이종언> 좀 깁니다. 30분 정도의.

◇ 정관용> 30분?

◆ 이종언> 그렇습니다.

◇ 정관용> 생일모임? 그렇죠? 그 치유공간 이웃에서 하던 생일모임 하던 그림을, 장면을 만드셨을 거 아니에요, 비슷합니까?

◆ 이종언> 디테일한 대사나 이런 것은 제가 다시 썼기 때문에 다 다르지만 그 느낌, 그 분위기, 그 공간, 사람들의 표정에서 주는 모든 느낌은 거의 정말 싱크로율 99% 흡사합니다.

◇ 정관용> 바로 그런 현장에 계시지 않은 분은 못 만들 영화로군요, 그렇죠?

◆ 이종언> 다른 영화를 만드셨겠죠, 다른 분이 하셨다면 조금 다른 식의 다른 장점들과 다른 것을 가진 영화를 만드셨겠죠.

◇ 정관용> 우리 사회 일각에 세월호 이제 좀 그만하자 이런 분들 있습니다. 그런 분들 앞에도 이 영화를 내놓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분들한테도 한 말씀하신다면.

◆ 이종언> 사실 맨 처음 쓸 때 제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세월호 이제 그만해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영화입니다. 제 마음은, 제 마음이 과한 욕심일지 모르나 그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들의 일상, 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런 제 마음이 컸고 또한 동시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하는 바가 있어요. 우리 정말 모두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정관용> 그렇죠.

◆ 이종언> 너무 큰 상처를 받을 때는 마주하기보다는 조금 내가 할 수 없는 거를 만나면 조금 머뭇거리게 되니까.

◇ 정관용> 피하고 싶고 잊고 싶고. 잊어지지 않지만 그런 거죠?

◆ 이종언> 그래서 그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해하고요, 그런 말씀하시는 거.

◇ 정관용> 진짜 그런 분들이 좀 많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네요.

◆ 이종언> 그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모두들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영화 생일의 이종언 감독이셨어요. 고맙습니다.

◆ 이종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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