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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정의' 반대 이유는 "총선 앞두고 정체성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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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교섭단체 반대 평화당 의원들 "총선이 최우선"
"민주·한국 대치 속 정의당과 합쳐도 실익 없어"
일각선 "호남계 바른미래 통합 염두한 포석" 분석도
9일 평화당 의원총회서 최종 결정될지 주목

지난해 4월 2일 당시 국회에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제4 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등 양당 의원들이 상견례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승리하면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간 공동교섭단체 재구성이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급부상했지만 평화당 내에서는 '정체성'을 이유로 한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다.

각종 현안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 어떻게든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던 지난해와 달리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준비하려면 애매한 결합보다는 '독자노선'을 택하는 게 당의 선명성도 드러내고 표심도 결집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5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앞으로 총선까지 우리 당이 한국당과 민주당의 강대강 대치 속에 제3의 대안 정당으로서 입지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협치가 어려운 정국이 이어질텐데, 여기서 교섭단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를 확대한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상정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과 자유한국당이 극한 대치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는 것으로는 정국 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두고도 정의당은 결사 반대로 우리 당과 전혀 다르다"며 "정체성이 다른 당과 교섭단체를 맺어서는 개혁 입법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의원들이 당내에 3~4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근로시간, 최저임금 등 노동문제에서 (정의당과)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체성 문제를 생각하면 우리 당이 정의당과 섞일 필요가 없기에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만들 당시의 공동 목표였던 선거제 개혁의 추진 동력을 더 이상 발휘할 수 없게 된 점도 재추진 반대의 이유로 꼽힌다.

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공동교섭단체를 만든 건 선거제 개혁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양당이 이념이나 정책 차이를 뛰어넘자는 취지였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이 바른미래당에 막혀서 더 이상 진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 당이 정의당과 교섭단체를 만든다고 관철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의당 쪽에 공동교섭단체를 만들면 어떻게 선거제 개편을 이뤄낼 것인지 물었지만 뚜렷한 계획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한 번 동의하면 철회하기가 쉽지 않은 교섭단체를 확신도 들지 않은 상태에서 꾸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체성' 문제 이외에 현재 내홍 중인 바른미래당이 분열할 경우 과거 국민의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호남출신 의원들과의 재결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평화당 관계자는 "재보선 참패로 촉발된 바른미래당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호남계 의원 6명이 우리 당에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바른미래당 의원을 끌어들이려면 진보성향의 정의당과 손잡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주선, 주승용, 김동철, 정운천, 김관영, 권은희 등 호남계 바른미래당 의원 6명이 평화당에 넘어오면, 현재 의원수 14명인 평화당은 곧바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을 충족하게 된다.

정의당과 교섭단체를 꾸려도 20명이지만 단일 정당 교섭단체와 공동 교섭단체가 갖는 의미와 무게는 다르다.

평화당은 5일 의원총회에서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중대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당론 도출을 오는 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 석상에서는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교섭단체를 꾸릴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반발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과의 공조를 원하는 정동영 당 대표를 비롯한 찬성 진영이 주말동안 반대파 설득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공동 교섭단체 재구성 결정이 또 한 차례 미뤄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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