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4시쯤 강원도 속초시 교동초등학교로 대피한 주민들(사진=김재완 기자)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속초 도심까지 옮겨붙는 걸 지켜보던 주민들은 지난밤 내내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보내야 했다.
5일 오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속초 교동초에서 만난 대피주민들 표정엔 불이 더 번지지 않을까 불안 속에서 밤을 지새운 흔적이 역력했다.
반마다 3~4명씩 퍼진 약 50명의 주민은 급히 걸치고 나온 패딩 점퍼를 이불 삼고 가방을 베게 삼아 교실 바닥에서 누웠다가도 이내 불안한 듯 뒤척였다.
더러는 그마저도 챙기지 못해 종이상자를 바닥에 깔고 누웠고, 밤새 텔레비전으로 진화 상황을 챙겨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 모두 지난밤을 악몽으로 기억했다.
주민 김진례(69)씨는 "아파트 12층에 사는데 산쪽에 하늘이 막 빨개지고, 불꽃이 꼭 나무처럼 치솟아 올랐다"며 "대피해 온 일부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 놓이고, 혹시나 아파트가 불에 탈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김모(44)씨도 "아는 사람들로부터 불이 났다는 문자를 받곤 '설마 집까지 번질까' 안절부절못하다가 막상 밖을 보니 아파트 사이로 뿌옇고 빨간 연기가 보여 대피했다"고 했다.
전날 교동초로 모여든 600여명의 인근 주민들은 현재(오전 6시) 대부분 귀가한 상태다.
속초에서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곳 중 하나인 영랑동 주민들도 불안에 떨며 밤을 보냈긴 마찬가지다.
자신의 야적장에 붙은 불을 스스로 끄던 김재봉(73)씨는 "불이 이쪽으로 달라붙어서 오니까 먼 데로 피했다가 (잠잠해지니) 다시 돌아온 것"이라며 "속초에서 50년 넘게 살았는데, 이렇게 센 불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6시 기준 전날 산불 피해지역인 속초‧고성‧강릉‧동해 등에서 모두 4011명이 대피했다.
현재 정부와 산림당국 등은 헬기 23대, 인력 5597명 등을 투입해 불길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