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통3사 한밤중 기습 5G 서비스를 개통한 가운데 4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옥상에 KT 5G 중계기가 설치돼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3일 저녁 11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3일 오후 11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시기를 오는 11일에서 4일로 앞당기려한다는 소식에 당초 5일로 예고했던 상용화 시기를 급하게 당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3년 이상 힘들게 준비해온 우리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4일 과기부와 통신3사는 전날 오후 11시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스마트폰 사전 예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스마트폰을 개통해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SKT에서는 아이돌 그룹 '엑소(EXO)'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게이머 이상혁(페이커)씨, 장기가입 고객 등 5명, KT에서는 일반인 1명, LG유플러스는 유명 유튜버 부부가 각각 5G 서비스 1호 가입자가 됐다.
과기부와 통신사가 당초 예고했던 5G 상용화 서비스 개시일 5일보다 이틀 먼저, 그것도 한밤에 서비스 상용화에 나선 것은 3일 미국 버라이즌이 5G 서비스를 4일부터 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영민 장관은 4일 자신의 SNS에 "우리나라가 4월 5일 5G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기사가 나가자 미국이 5G 상용화 시기를 4월 11일에서 4월 4일로 앞당기려 한다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업계에서는 5G 서비스 개시를 위한 준비가 완료돼 있었고 정부와 이통3사, 제조사 등 관련업계는 5G 상용화 시기를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이어 "(정부와 이통3사, 제조사 등 관련업계가 미국보다 앞선) 4월 3일에 5G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3년 이상 힘들게 준비해온 우리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라이즌은 한국 시각으로 3일 밤 11시55분 자사 트위터에 '속보'라는 제목으로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고객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5G) 이동통신망으로 서비스하는 5G 스마트폰을 갖게 됐다"고 알렸다.
간발의 차이로 우리나라 이통사가 미국 이통사 보다 앞서 5G 상용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국제단체와 해외 기업들로부터 정식 인정을 받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호 가입자가 나오긴 했지만 한국에서 일반인은 5일에야 5G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야간·휴일 개통이 금지돼 왔다는 점에서 밤 11시 개통에 대해 편법 논란이 일수도 있다.
물론 버라이즌도 논란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버라이즌이 판매를 시작한 제품은 모토로라의 '모토 Z3'인데 LTE 모델에 5G 접속 모듈을 끼워 사용하는 방식이다. 5G 전용 단말기를 사용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유영민 장관은 "사실 지금 와서 최초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만 세계 최초 상용화 과정에서 5G의 표준을 선도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했고 실제로 5G 표준은 우리나라가 주도해오고 있다"며 "5G 관련 세계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만들고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일등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에 집착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유 장관은 "최초 타이틀 때문에 급하게 시작했다는 걱정어린 시각도 있는 듯하지만 너무 야단치기 보다는 격려를 부탁 드린다"며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정부와 기업이 한 마음이 되어 1등 5G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