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냈던 이정철 감독의 '호통 리더십'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 역사의 한 켠으로 밀려나게 됐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은 여전히 현장 복귀를 꿈꾸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의 감독 교체는 ‘제2의 창단’을 의미한다.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 이정철 감독의 퇴진 소식을 공개했다. 2020년 6월까지 계약된 이정철 감독이지만 변화를 주려는 구단의 의지가 컸다. IBK기업은행은 2010년 창단 준비부터 함께했던 창단 감독과 이별하는 동시에 프런트까지 변화를 줬다. 새 시즌을 대비한 큰 변화다.
이정철 감독의 퇴진으로 창단부터 함께 한 지도자는 임성한 수석코치가 유일하다. 선수 중에는 김희진이 유일한 창단 멤버다. ‘제2의 창단’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정철 감독은 IBK기업은행에서 큰 성과를 냈다. V-리그에 뛰어든 첫해인 2011~2012시즌 정규리그 4위를 제외하고 6연속 ‘봄 배구’에 진출했다. 단순 ‘봄 배구’에 그치지 않았다. 세 번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세 번의 정규리그 준우승에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6연속 챔피언결정전 출전의 놀라운 기록을 이끌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지도하는 이정철 감독의 지도 방식이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신생팀의 약점을 극복하고 많은 성과를 낸 결과 덕분이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 없었다. 창단을 함께한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이 팀을 떠나는 등 우승을 함께 했던 선수단에 변화가 불가피해지며 기업은행의 독주 시대에 균열이 생겼다. 결국 2018~2019시즌은 치열한 경쟁 끝에 정규리그 4위에 머물며 7시즌 만에 처음으로 ‘봄 배구’ 진출이 무산됐다.
IBK기업은행은 이정철 감독과 과감한 이별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로 했다. 허재영 IBK기업은행 총괄국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도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의 변화를 이끌 지도자가 최우선이다. 어떤 제한도 없이 문을 열어뒀다”고 차기 감독의 선임 기준을 제시했다.
당장의 지도자 공백은 임성한 수석코치가 감독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 체제를 오래 이어갈 생각은 없다. 허 총괄국장은 “적어도 3주 이내에는 새 감독을 뽑아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새 감독 체제로 간다는 계획”이라며 “좋은 선수도 많이 데려와서 팀 리빌딩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IBK기업은행은 이정철 감독이 떠나기 직전까지 복수의 자유계약선수(FA)와 접촉하며 영입을 타진했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팀을 갑작스레 떠나게 된 이정철 감독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업은행에 9년간 있으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당분간은 그 동안 등한시했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여전한 의지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