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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나비효과?' 15년차 정근우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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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하네'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떨친 한화 정근우는 지난해 포지션 변경에 이어 올해는 붙박이 중견수로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스프링캠프에서 최진행, 양성우 등 동료 외야수들과 함께 수비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한화)

 

프로야구 한화 정근우(37)는 올해 중견수 변신에 나섰다. 지난해 이미 좌익수를 맡다 큰 낭패를 본 뒤 올해는 작심하고 외야 수비를 비시즌 갈고 닦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가대표 2루수의 자존심을 버리고 다시 새롭게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셈이다.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지난해 좌익수를 보다 만세를 불러 1루수로 갔던 정근우는 올해 중견수에서도 서툰 모습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승부처 결승타와 나이스 캐치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근우는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LG와 홈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나와 4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의 6 대 2 승리에 기여했다.

1안타였지만 영양가 만점이었다. 정근우는 1 대 2로 뒤진 2회말 1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배재준을 2타점 적시타로 두들겼다. 제구 난조에 시달리던 배재준의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중간에 타구를 보냈다.

한화는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고, 정근우의 적시타 이후 빅이닝을 이뤘다. 정은원의 적시타와 송광민의 땅볼 때 나온 상대 3루수 실책, 배재준의 폭투와 재러드 호잉의 희생타 등으로 2회만 대거 5점을 뽑았다. 정근우의 한 방이 물꼬를 튼 셈이었다.

정근우는 1회 실책을 차고 넘치게 만회했다. 1회초 정근우는 1사 1, 2루에서 김현수의 중전 안타를 흘리면서 1루와 타자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채은성의 내야 안타 때 추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2회 역전타로 일단 실수를 씻어냈다.

이후 7회는 엄청난 수비로도 1회의 멋쩍은 기억을 털어냈다. 정근우는 2사에서 정주현의 큼직한 타구를 날래게 쫓아가 잡아냈다. 마음 먹고 때린 타구가 좌중간을 가를 듯했지만 정근우가 워닝 트랙 근처까지 뛰어가 역동작으로 걷어냈다. LG의 추격 의지가 꺾인 순간이었다.

정근우가 2일 LG와 홈 경기에서 2회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후속 공격 때 기분 좋게 홈으로 들어오는 모습.(대전=한화)

 

경기 후 정근우는 "최근 방망이가 맞지 않아 미안한 마음 있었는데 그래도 오늘 중요한 상황에서 결승타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시즌 초반 배팅이 안 맞아 헤매던 가운데 올해는 개막전에서 3안타가 나와서 다를까 싶었는데 여지 없더라"고도 했다.

정근우는 지난달 23일 두산과 개막전에서 5타수 3안타 2득점으로 펄펄 날았지만 이후 6경기에서 2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승부처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사실 정근우는 본의 아니게 시즌 전 팀의 돌발 변수에 한 원인이 됐다. 정근우가 중견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존 주전이던 이용규가 좌익수로 이동하게 됐는데 이게 불만이었는지 트레이드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커진 것.

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정도 남기고 터진 이용규 이적 파문에 한화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즌 구상이 갑자기 흐트러지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규는 구단의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징계에 육성군에서 시즌을 보내게 됐다.

정근우도 마음이 좋을 수만은 없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진을 이룬 이용규인 데다 2013시즌 뒤 한화 유니폼도 함께 입었던 사이인 까닭이다.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최악으로 흘렀다. 낯선 수비도 힘겨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시련을 넘기고 있다. 정근우는 "중견수 수비가 부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실수도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즐기면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근우의 1루 수비 모습.(사진=한화)

 

사실 정근우는 지난해도 자존심이 크게 상할 만했다. 시즌 중 2루수 자리를 유망주 정은원에게 넘기고 좌익수로 이동했고, 그게 맞지 않자 1루수로도 변신했다. 한화 관계자는 "정근우가 한때는 글러브를 6개나 갖고 다녔다"면서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해야죠'라고 넘기더라"고 귀띔했다.

베테랑답게 중견수에도 점점 적응하고 있다. 정근우는 "1회 타구를 더듬은 것은 안이하게 고개가 빨리 돌아갔기 때문"이라면서 "7회 정주현 타구는 열심히 뛰어가보자 생각했는데 마지막 낙구 지점에서 타이밍이 맞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슈퍼 캐치라는 말에 "다른 외야수들은 쉽게 잡는 건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내야수 하주석, 이성열, 강경학과 외야수 최진행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 책임감도 더 커졌다. 정근우는 "성열이와 주석이도 없는데 빨리 타격감을 잡아서 조금 더 (김)태균이 등 고참들과 함께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다짐했다. 프로 15년차이자 풀타임 외야수 1년차 정근우의 올 시즌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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