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지명철회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외유성 출장과 아들 '황제 유학' 의혹 등이 제기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데 이어,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 의혹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거센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7대 인사 배제 원칙에 대해 일부 손을 볼 때가 됐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등 반복되는 장관 후보자 부실 인사 검증 논란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7대 인사 배제 원칙이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성범죄, 음주운전 중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고위공직자 임명에 원천 배제한다는 문재인 정부 인사 철학이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는 이번 장관 후보자 인선에도 7대 배제 기준을 적용하고 준수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청와대는 한층 높아진 국민의 기준과 기대에 부합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인사는 안경환 법무부·조대엽 고용노동부·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들이다.
이들은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판단에 후보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와 달리 조동호 후보자는 청와대가 후보 지명을 아예 철회한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아들 '황제유학'과 외유성 출장, 여기에 해적 학술단체 참석과 은폐 논란이 지명 철회의 결정적 배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 의혹을 안고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의 수장을 맡아 정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고 끝내 자진 사퇴 수순을 밟았다.
야당은 반복되는 청와대의 부실 인사검증 시스템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7년 5월 말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종 임명 전 후보 단계에서 위장전입 시비에 휘말리자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당시 임 비서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논란이 되는 후보자들의 내용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며 문 대통령 인사 자체가 정쟁화되는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를 이끌어갈 이번 2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드러났듯, 최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 사실 자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데다, 다주택 보유를 통한 부의 증식, 부동산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인사검증 책임론은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 역시 학계에서 금지하는 해적 학술단체 참석 사실을 검증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고,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자녀들의 초호화 해외 유학 지원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연히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야권의 공세도 매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은 '7대 인사검증 배제 원칙이 유명무실하다는 말도 많은데 강화할 뜻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논의를 해볼 시점이 온 것 같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다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 참모진들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따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