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설비투자를 늘릴 계획인 제조업체가 '투자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투자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제조업체의 투자의욕이 제고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2019년 3월호)에서 전국 252개 제조업체 대상 설문결과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이달 7일까지 22일간 지역별 대표 제조업체를 상대로 진행됐다.
설문결과 전년보다 투자 확대 계획인 업체는 전체의 41.3%로 나타났다. '전년수준 유지'(31.3%) 또는 '축소'(27.4%) 계획을 가진 업체보다 많았다. 투자확대 규모는 5% 미만이라는 응답이 46.2%로 가장 많았고, 5~10% 및 10% 이상이라는 응답은 각각 26.9%였다.
투자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의 축소규모는 10% 이상(39.1%), 5% 미만(34.8%), 5~10%(26.1%) 순으로 응답됐다.
한국은행은 "투자확대 계획 업체 중 전년대비 5% 미만 확대 업체 비중이 가장 크고, 축소 계획 업체 중에서는 10% 이상 축소 업체 비중이 가장 컸다"며 "제조업체들의 투자 의욕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설문에서 중견·중소기업은 전년보다 개선된 투자 의지를 보였으나, 대기업은 다소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나타냈다. 중견·중소기업은 투자확대 계획 업체 비중이 상당폭 상승(지난해 실적 27.0%→올해 계획 39.4%)하고 축소 예정 업체 비중은 소폭 하락(29.2%→24.8%)했다.
반면 대기업은 투자확대와 축소 예정업체 양쪽 다 많아졌다. 확대 업체 중 전년대비 5% 미만 확대 비중이 대폭 상승(29.5%→52.0%)하고 10% 이상 확대 비중은 하락(40.9%→28.0%)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철강·기계장비 제조업에서는 투자를 확대하려는 업체가 더 많았고, IT와 석유화학·정제 제조업은 확대·축소 비중이 비슷했으며, 자동차 제조업은 축소 비중이 우세했다.
투자확대 업체가 밝힌 확대 사유로는 통상적 유지·보수를 위해서가 가장 많았고, 투자축소 업체의 축소사유로는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 등이 제시됐다.
설비투자 확대(전년수준 유지 포함) 사유는 '통상적 유지·보수'(23.7%), '신제품 생산'(16.8%), '수출 확대'(15.9%), '자동화 설비 도입'(1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상적 유지‧보수를 가장 큰 비중으로 제시한 업종은 석유화학·정제, 자동차, 철강이었다.
설비투자 축소 사유는 대부분 업종에서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26.9%)을 들었다. 이어 '내수 부진'(23.9%), '계획된 설비투자 완료'(17.3%), '수출 부진'(12.7%) 등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69개 제조업체 대상의 조사 때 축소 사유와 비교해 보면, 경기 불확실성 및 국내외 수요 부진을 답변한 업체 비중이 상승했다"며 "경기 관련 이슈가 기업들의 투자 축소결정에 주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사대상 업체들은 설비투자 여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았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금융 여건이나 투자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업체들은 향후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 내수경기 부양(24.7%),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지원(20.4%), 정책자금 지원 확대(17.7%), 수출지원(16.6%), 연구개발 지원(12.0%), 투자 관련 규제 완화(8.1%) 등을 주문했다.